네덜란드는 기후 변화 대응의 모범국가로 알려진 대표적인 나라다. 지표면의 26%가 해수면보다 낮은 하천 하류에 속한 저지대이기 때문에 2008년부터 일찌감치 환경영향평가청을 설립, 기후변화 대응을 체계적으로 해왔다.
네덜란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압도적인 홍수가 닥쳐올 것을 오랫동안 우려해왔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가 네덜란드를 괴롭히고 있다. 유럽 대륙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나무 말뚝 위에 지어진 네덜란드 주택들이 썪고 있다고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밝혔다.
유럽의 기록적인 가뭄은 너무 많은 물이 아니라 너무 적은 물도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네덜란드 100만채 주택 위험, 이를 해결할 엔지니어도 소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레이크스미술관(Rijksmuseum) 내부에서 보면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의 작가 요하네스 베르메르(Vermeer)와 반 고흐(Van Gogh)의 다른 유명한 작품들처럼, 렘브란트의 걸작 나이트 왓치(The Night Watch)가 똑바로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술자들은 붉은 벽돌로 된 거대한 건물 밖에 서서 지켜본 결과, 박물관이 한쪽으로 15센티미터 가라앉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1970년 이전에 지어진 대부분의 건물처럼 네덜란드 국립박물관은 나무 기둥의 기초 위에 세워져 있으며, 그 중 약 8000개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건조한 여름이 지하수 수위를 떨어뜨리면서 나무 기둥이 노출되고 곰팡이가 건물의 토대를 썩히기 시작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수문(hydrogeologists) 지질학자' 팀이 필요했다.
말뚝 위에 지어진 100만 채에 달하는 네덜란드 주택이 레이크스미술관과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델프트 공과대학의 피터 보엘하우어(Peter Boelhouwer) 교수에 따르면, 소수의 엔지니어들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지하수 침수로 인해 침몰하는 모든 가구를 수리하는 데 1000억유로(약 137조원)가 들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이 문제는 네덜란드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으며, 나무 말뚝 기초는 스웨덴, 독일 일부 지역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레이크스미술관을 구하기 위해 고용된 엔지니어링 회사 다레이우스(Dareius)의 수문 지질학자 마르텐 쿠이퍼(Maarten Kuiper)는 "생존하기 위해 산소를 필요로 하는 곰팡이는 말 그대로 나무 기둥을 부식시켜 안정성을 잃는다"며 "그들은 정말 느리고 조용한 살인자"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보험화사들, 곰팡이 나무 기둥 재건 위한 집수리 보험비용 지급 어려워
한편, 네덜란드 정부는 공동 연구기금 마련과 지방 당국 및 영향을 받는 주택 소유자들의 협회에 대한 조언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청의 마르쿠스 폴만(Marcus Polman)은 "지식을 집중화하고 통합시킬 새로운 국가 플랫폼이 몇 달 안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관은 가장 어려운 주택 소유자들의 기반시설 재정비를 돕기 위해 2000만 유로(약274억원) 규모의 국가기금이 있으며 2023년 초까지 증액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이퍼에 따르면 집을 구입하기 전에 기반시설을 점검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집 한 채당 평균 6만유로(약 8200만원)에서 8만유로(약1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낸다.
워낙 나무기둥 곰팡이에 대한 이슈가 광범위해서, 보험업계는 조만간 기둥 재건을 위한 비용을 지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NN그룹 NV의 데이비드 니브(David Knibbe) CEO는 "이러한 거시 기후 위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산업으로서 우리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건설자 협회의 회장인 야프 에스티에(Jaap Estié)에 따르면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자격을 갖춘 엔지니어가 부족하면 복구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고 본다. 에스티에는 "기초공사는 이미 틈새시장이기 때문에 나무 기둥기초공사는 틈새시장 내의 틈새시장"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에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약 25개밖에 없다고 추산한다. 건설 자재를 위한 세계적인 공급망 난맥상과 이미 타이트한 주택 시장의 건설 수요로 인해 용량 경색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기술은 베니스, 스웨덴의 예테보리와 같은 도시들과 말뚝 기초가 흔한 발틱의 몇몇 도시들에 혜택을 줄 수 있다.
에스티에는 "네덜란드는 항상 물 지식과 관리가 매우 큰 수출 상품이었던 나라"라며 "만약 우리가 이곳에서 지식을 모으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세계 다른 지역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