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은행들이 홍수로 피해입은 마르체 지역 고객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라니냐로 기후이상이 심각해지면 내년 말까지 전 세계 피해 총액은 1조달러(약 1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16일 이탈리아 중부지역 마르체 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최소 9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3시간 동안 약 4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이탈리아 지역에 1년간 내린 강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에 이탈리아 은행인 인테사 상파울로와 유니크레딧, 프랑스계 크레디트아그리콜은 치명적인 홍수로 피해를 입은 마르체 지역 고객을 도울 계획이다.

인테사 상파울로는 홍수로 피해를 입은 가정과 기업에 즉각적인 재정지원을 위해 2억달러(약 2682억원)를 배정했다. 원금 상환도 12개월 유예한다.

유니크레딧은 홍수 피해 지역 고객이라면 원금 상황을 12개월 유예한다고 밝혔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과 승인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지역 엘리 슐레인 부통령은 “기후위기에 당장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환경단체 레검비엔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탈리아는 하천을 정비하는 등 기후위기를 예방하고 피해를 경감하는데 사용하는 비용보다 극단적인 기후 상황 이후 피해를 복구하는데 5배나 더 많은 돈을 썼다고 말했다.

슐레인 부통령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미치는 피해를 경감하는 차원에서 예방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니냐 영향으로 인한 온도 상승기 들어가

2020년 이후 자연재해 피해가 더 커진 원인은 라니냐다. 라니냐는 적도 부근의 동부 태평양에서 해면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은 1950년 라니냐가 극심해진 3년의 시기 이후 단 두 번 있었던 라니냐 극심기 정점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금은 1950년 라니냐가 극심해진 3년의 시기 이후 단 두 번 있었던 라니냐 극심기 정점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라니냐는 홍수, 가뭄, 폭풍, 화재를 일으켜 더 많은 집과 농작물을 파괴하고, 운송을 방해하고, 에너지 공급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기후분석가 파하드 시드는 “파키스탄에 닥친 최악의 홍수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며, 이런 극단적인 날씨 패턴은 라니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라니냐의 영향으로 북미와 남미는 가뭄 피해를 보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 지역은 가뭄으로 저수지가 메말랐고 관개 및 수력 발전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졌다. 미국 텍사스주는 건조한 기후로 목화 수확량에 큰 손실을 입었고, 이에 따라 올해 초 10여년 만에 최고 가격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부 텍사스주 42개 카운티 농장을 총괄하는 NGO 단체 플레인스 코튼그라우어스(Plains Cotton Growers)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데다 날씨가 더워 2022년은 최근 기록상 가장 힘든 작황을 기록할 것”이라며 “올해 작물의 절반 이상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에서는 극심하게 건조한 날씨로 커피·설탕·오렌지 농사가 피해를 입었다. 극한의 날씨로 유미나스, 게르다우, 베일 등 철광석 기업의 조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건조한 기후로 무역 수지에 중요한 콩과 옥수수 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수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주요 항로인 파라나강도 말랐다. 농업 무역상과 농부들은 수출을 보내기 위한 추가적인 물류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호주와 남아시아는 홍수 피해가 심했다. 호주는 폭우로 뉴 사우스 웨일스주 퀸즐랜드 지역과 빅토리아 지역이 침수됐다. 사상자는 20명에 달했다. 폭우로 곡물 품질이 떨어졌고, 밀과 보리 재배는 이미 지연됐다. 홍수로 넘친 물은 세계 최대 철강 원료를 수출하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와 퀸즐랜드의 탄광도 위협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홍수 피해가 잦다. 파키스탄에서는 거의 1500명이 사망했고, 최소 100억달러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 발생한 홍수로는 72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에서는 약 30만채 이상의 가옥이 피해를 입었다.

라리냐에 의해 촉발된 가뭄, 겨울 폭풍,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인한 비용은 수백억에 달할 수 있지만, 피해가 너무 광범위해서 제대로 된 측정도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방안은 보험회사가 집계한 손실을 통해서다.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회사인 에이온(Aon)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기상이변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액은 2680억달러(약 37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3290억달러(약 456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만약 2020년과 2021년 정도의 피해가 계속된다면, 전 세계 피해액은 2023년까지 약 1조달러(약 138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약 3배에 가까운 돈이다. 블룸버그는 “라니냐는 커피 한 잔부터 석탄까지 모든 것의 가격은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을 부른다”며 “라니냐는 대규모 전쟁 이외 세계 시장, 산업 및 경제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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