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가 지난해 발표한 기후 공시 요건 중에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스코프3다. 최근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스코프3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SEC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의장이 "SEC가 탄소 배출량 공개 규정의 축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CNBC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만, 겐슬러 의장은 스코프 3를 아예 폐기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애둘러 언급을 회피했다.
스코프3에 관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임
스코프3는 기업들이 외부 공급업체와 협력업체가 공급망의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에서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하고 회계 처리하는 것인데, 범위가 광범위하고 측정이 어려워 스코프3를 제대로 공시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했다. 겐슬러 의장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감안해서 현실을 직시한 결정으로 보인다.
겐슬러 의장은 6일 기관투자자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스코프 1과 2를 이미 공개하고 있는 기업이 훨씬 더 많다"며, “그러나 스코프 3의 공시는 잘 개발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겐슬러 회장은 "SEC는 이 규정에 대해 위원회 역사상 가장 많은 1만5000건의 의견을 받았다"며, "최종 규정에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장은 지난달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SEC가 논란이 되는 기후 공시 규칙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공시에서 스코프3는 특히 문제가 많다고 기업과 투자자들이 반발했었다. 이 때문에, 2022년 3월에 공개된 기후공시 초안에 대해, CNBC가 2022년 조사한 CFO 중 25%만이 이 공시를 지지했다.
미 민주당 의원 47명 즉각 공개 서한으로 반발
하지만 일부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겐슬러 의장에게 최종 기후공시 규칙에서 스코프3를 삭제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3월 5일 겐슬러 의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SEC가 최종 규칙에서 스코프 3 배출량 공개 요건을 약화시키거나 완전히 폐기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반발했다. 이 서한은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과 로드아일랜드주의 셸던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상원의원, 뉴욕의 댄 골드먼(Dan Goldman) 하원의원, 메릴랜드주의 제이미 라스킨(Jamie Raskin) 하원의원이 공동으로 보냈다.
이 서한은 47명의 미 민주당 의원들이 서명했는데, 의원들은 기업들이 스코프3를 공개하지 않으면 탄소발자국을 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한에서 의원들은 "포괄적인 배출 범위인 스코프3를 공개하지 않으면, 기업은 실제로 배출량이나 그에 따른 전환 위험을 낮추지 않고도 배출 집약적인 활동을 공급업체나 다운스트림 고객에게 오프로드하거나, 자신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자회사가 포함되지 않도록 조직 경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원들은 SEC가 제기한 규정의 축소는 부분적으로 이 규정이 확정된 후 이의를 제기하는 수많은 소송을 미리 피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미 공화당 의원들은 환영하는 입장
반면, 경영진과 공화당인 야당 정치인들은 반색했다. 미국 최대 기업 로비단체인 미 상공회의소는 이날 규정에 대한 논평에서 스코프3 공개를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도 지난주 상원과 하원에서 미 노동부가 제안한 ESG 투자 관련 규정을 뒤집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겐슬러 의장은 "SEC가 법, 특히 최종 규칙 제정 과정을 관할하는 행정절차법을 최종 결정할 때 법의 테두리 안에 머무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