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공개된 애플 아이폰12를 두고 친환경인지, 그린워싱인지 논란이 시끌시끌하다./apple
13일 공개된 애플 아이폰12를 두고 친환경인지, 그린워싱인지 논란이 시끌시끌하다./apple

진짜 환경을 생각한 것이냐, 친환경을 가장한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냐.

애플이 13일 공개한 ‘아이폰12’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기본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이어팟)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번에 출시한 아이폰12 패키지에 아이폰 본체, USB-C타입 케이블만 제공한다고 밝혔다. 충전기와 이어팟은 아예 패키지에 넣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배출한 탄소만큼 상쇄시켜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 목표를 내세운 애플이 ‘환경’을 위해서 제품 패키지를 변경한 첫 실험이다.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담당 부사장은 “이어팟을 갖고 있는 소비자는 이미 7억명을 넘었고, 많은 소비자들이 무선 이어폰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20억개가 넘는 애플 전원 충전기가 세상에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물류비용을 아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패키징을 소형화해서, 화물 운반대에 70%나 더 많은 상자를 실을 수 있고 ▲운송비가 줄어들어서 연간 200만톤의 탄소 배출을 줄이며 ▲이것은 1년간 45만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없앤 것과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원 채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2018년부터 아이폰 분해 로봇을 통해 부품소재 재활용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아이폰12의 카메라 등 자석류 부품도 100% 재활용한 희토류를 사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액세서리를 재사용하도록 유도해서, 전자제품 쓰레기도 줄이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탄소배출 책임을 왜 소비자에게 전가하느냐" 비판

문제는 애플의 의도가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되는 지다. 소비자들은 “탄소 배출은 애플이 해놓고, 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냐”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5만원 상당의 필수 액세서리를 뺐는데 왜 가격은 그대로이고, 캐시백도 없느냐는 불만이다. 이번 아이폰12프로의 급속충전기는 20W용량인데, 이전 구매자들은 18W 충전기가 제공됐다. “새 충전기를 사려면 소비자들이 돈을 내야 하는데, 환경보호는 꼼수고 원가절감 합리화 아니냐” “충전기를 따로 팔려면 다른 상자에 넣어서 배송할텐데, 어차피 이것도 환경에 역행하는 거 아니냐” “애플이 환경을 생각한다면, 스마트폰 연결 커넥터부터 안드로이드 기기랑 호환시켜라” “애플이 무선 이어폰 에어팟 판매를 더 높이려고 탄소를 이용한 것 아니냐” 등등 인터넷에서 비판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번 사안은 ESG 중에서 E(환경)와 S(소비자)가 정면으로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과 환경보호’라는 매우 중요한 이슈를 전달할 기회를 놓쳤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까지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계획을 밝히며, 공급망 및 모든 기업활동 전반에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협력사들에게도 탄소중립을 요구해서, SK하이닉스도 여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코발트 등 광물자원, 폐스마트폰 등 환경 이슈 심각

제품의 생산과 폐기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주기가 2.7년인데, 결국 2.7년마다 엄청난 양의 폐스마트폰이 발생하는 것이다./apple
제품의 생산과 폐기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주기가 2.7년인데, 결국 2.7년마다 엄청난 양의 폐스마트폰이 발생하는 것이다./apple

 

사실, 스마트폰을 제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광물’을 둘러싼 문제는 심각하다.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와 같은 스마트폰에는 20여가지의 자원들이 포함된다. 금과 은, 알루미늄, 구리, 철과 같은 금속과, 코발트, 텅스텐, 탄탈룸, 팔라듐과 같은 희소금속, 그리고 희토류 등이 대표적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희소금속인 코발트, 탄탈룸, 팔라듐은 특정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 탄탈룸은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팔라듐은 러시아 노릴스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된다. 대부분의 자원은 엄청난 환경, 사회적 비용을 들여 채굴된다. 특히 세계 코발트 공급의 51% 이상을 차지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규제가 없는 채굴산업으로 토지의 질이 날로 악화돼 재건이 불가능하고, 광산 폐기물 처리가 안 돼 물과 토양, 공기가 중금속에 오염된 상태다. 게다가 코발트 광석 자체에 있는 높은 우라늄 성분이 광석 잔해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방사능 위험도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CNN, 앰네스티 등에서 지속적으로 코발트 채굴의 아동노동 문제, 분쟁광물 문제 등을 제기했다. 코발트는 3년 사이에 가격이 300% 급등하기도 했다.

제품의 생산과 폐기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스마트폰의 평균 교체주기가 2.7년인데, 결국 2.7년마다 엄청난 양의 폐스마트폰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소형 전자기기 페기물량이 계속 증가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도 생산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서 다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른바 ‘생산자 책무 원칙’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제품 충성도가 높은 애플 사용자들의 경우 애플의 결정을 지지하는 소비자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애플의 진정성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애플의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노력이 지금보다 몇 배 더 강화되어야 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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