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주도 평안하셨는지요?
임팩트온은 5월 이태원 사무실을 떠나 다른 곳으로 둥지를 틀 예정이어서, 여러가지로 몸과 마음이 분주하네요. 이태원의 지하 사무실은 햇빛이 들지 않아 식물들이 다 죽었고, 여름이면 늘 곰팡이 냄새 비슷한 게 올라와서 참 힘들다보니 저희팀 식구들은 본의 아니게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그게 매력이 되어 젊고 유능한 몇몇 임팩트온 주니어 에디터들이 임팩트온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장점이 되기도 했지요. 이태원의 건물 지하에 왜 사무실 둥지를 틀었느냐구요?(저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시골 집을 떠나 자취와 하숙, 기숙사 생활 등을 거치며 반지하 거주 경험이 있어서, 반지하를 정말 싫어합니다). 눈물겨운 사연이 참 길어서,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베라는 왜 46개 탄소 크레딧을 보류했나
이번 주의 주제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입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이 만들어지기 위한 매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최근 탄소 크레딧에 대한 감시가 매우 깐깐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의 양대 산맥인 베라(Verra)는 지난달 탄소 크레딧 품질에 문제가 있는 46개 프로젝트를 보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케냐 북부의 한 프로젝트는 비영리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urvival International)이 지난 3월 “이 프로젝트는 방목 관행의 변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없을 뿐 아니라 목회자 공동체로부터 동의를 얻지도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검토를 위해 크레딧 발행이 멈춘 상태입니다. 케냐 북부 초원 탄소 프로젝트의 경우 소프트웨어 기업이 세일즈포스, 메타 등 미국 기업들에 대량으로 상쇄 크레딧이 팔렸습니다.
만약 이 탄소크레딧이 정말로 ‘거짓’ 혹은 ‘부풀려진’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의 몫일까요? 탄소중립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탄소크레딧을 구매한 기업한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왜 제대로 된 검증이나 실사과정도 거치지 않고 크레딧을 거래시장에 판매한 플랫폼인 베라한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아니면 이러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는 환경컨설팅기업한테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FT에 따르면, 골드스탠다드와 베라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낸 ‘자발적 탄소시장 청렴위원회(ICVCM)’는 올해 말까지 ICVCM의 승인 도장이 찍힌 첫번째 상쇄크레딧이 제공될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국제증권위원회(IOC) 등 감독당국이 승인할 경우, ICVCM은 골드스탠다드 및 베라 등의 단체를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되고, 만약 이 기관들이 발행한 탄소상쇄 크레딧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게 됩니다. ICVCM은 아마존 창립자인 제프베조스가 설립한 베조스어스펀드(Vezos Earth Fund)를 포함한 자선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데, 향후에는 거래 수수료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탄소상쇄 크레딧의 거래 시장은 앞으로 수십 배 폭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시장의 규제권한을 둘러싸고 ‘누가 새로운 경찰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오고가는 중입니다.
그런가 하면, 뉴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인 ‘원샷.어스(Oneshot.earth)’는 새로운 플랫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네요. 탄소 크레딧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탄소 1톤을 제거 또는 회피하는 ETF식 주식을 발행한다는 것입니다. 탄소 1톤 조각판매시장의 등장이라고 봐야 하나요?
토마스 애닉 공동창업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탄소크레딧을 사는 기업들은 지금까지 부정적인 피드백밖에 못들었는데, (품질에 문제가 없는 크레딧을 위해) 적극적인 구매자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과학자와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야 하는가. 이는 시장 경제에 맞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어떠한 형태의 거래가 이뤄질 지 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생물다양성 시장의 형성
한편, 국내에서는 탄소시장에 관한 논의만 이뤄지지만, 해외에서는 ‘생물다양성’를 둘러싼 시장 논의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린비즈에서는 최근 몇 주 사이에 벌어진 자연 및 생물다양성 논의를 몇 가지 정리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세일즈포스는 탄소 포지티브가 아닌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즉 자연에 긍정적인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국제연합을 촉구했습니다.
200개국이 모여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회복시키기 위해 2030년까지 바다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세계 해양을 보호하는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플래닛 트래커의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IT기술, 제품개발, 소싱, 법무, 물류 및 마케팅 기능에 대한 ‘기업 내의 트레이서빌리티(Traceability)’ 직책 책임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TNFD는 9월 최종안 발표에 앞서, 자연관련 리스크에 대해 기업이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프레임워크의 최종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린비즈에 따르면, 이 분야는 약 10년 전 탄소 측정 및 완화 분야와 비슷한 신흥 시장입니다. 자연자본을 관리하고 생물다양성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 또한 탄소와 비슷한 궤적을 걷게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네이처4그린(Nature 4Green)과 투자 플랫폼인 캐피털포클라이밋(Capital for Climate)연합이 주도하는 연구에 따르면, 자연자본 관련 시장은 현재 20억달러 가치에서 2030년까지 6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열대우림 위성 감시분야, 나무심는 드론, 탄소 신용거래 소프트웨어 등은 매우 커지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지요. 농업용 드론 시장만 해도 2026년까지 5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생물다양성은 식품과 농업 부문에 크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이슈이지만, 의외로 자연자본에 의존한 산업군은 매우 폭넓습니다. 석유, 가스 화학제품, 소매업, 관광업 등도 모두 중요한 이해관계자 그룹군입니다. 이제 이러한 시장의 기회를 누가 어떻게 잡을 것인지, 시장 흐름을 보는 눈과 전략, 방향성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과감한 의사결정이 선행되어야겠지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탄소 시장이나 기후변화가 이렇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었던 시장 주류는 별로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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