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사회적 감수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방송인 김새롬은 홈쇼핑 생방송 중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이 사건' 후속편 보도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선언에 GS홈쇼핑은 김새롬이 출연한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김새롬은 지난 23일 GS홈쇼핑 생방송 중 갑자기 "'그것이 알고싶다' 끝났나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김새롬의 발언이 나갈 시간에는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의 후속편이 방송되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보다 가전제품 판매가 중하다고 발언한 김새롬의 발언에 분통을 터트렸다. "김새롬이 진행하는 홈쇼핑 상품 불매운동을 하겠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지상파 홈쇼핑에서 나올 수 있느냐" "자숙하고 책도 읽고 당신도 아이가 있는 것으로 안다. 아이보다 중요한 게 무엇이냐" 등 맹비난을 쏟았다.
이에 김새롬은 24일 새벽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방금 전 마친 생방송 진행 중 타 프로그램에 대한 저의 언급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사과했다. 이어 "오늘 주제가 저 또한 많이 가슴 아파했고 많이 분노했던 사건을 다루고 있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몰랐더라도 프로그램 특성상 늘 중요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제 자신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올려주시는 댓글을 읽으면서도 많은 것을 통감하고 있다"며 "질타와 댓글들 하나하나 되새기며 저의 경솔한 행동을 반성하겠다"고 사과했다.
GS홈쇼핑도 사과문을 냈다. 김호성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내면서 “고객님과 공감하고 함께하는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김새롬이 참여한) 해당 프로그램의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연자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고객님과 시청자 여러분들께 실망스러움을 드렸다"며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감수성 떨어지는 기업들에겐 ‘불매운동’으로 대응
최근 LG도 청소노동자를 집단으로 계약해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에 나섰다.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은 지난해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 중 30여명은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16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뒤 건물 로비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집단 계약 해지된 노동자들의 상황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연대도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노동자를 무시한다는 건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것과 같다.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 “엘지가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엘지 불매하겠다”고 나섰다.
2019년 유니클로는 ‘위안부 조롱’ 논란으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광고를 만들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것이다.
유니클로는 공식 유튜브 계정에 백발의 98세 외국인 여성과 13세 소녀가 등장하는 광고를 올렸다. “제 나이 때는 어떤 옷을 입으셨나요?”라는 질문에 광고 속 할머니는 “세상에,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 못한다”(Oh My God, I can’t remember that far back)라고 답한다. 한국 광고에서는 “맙소사,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라고 의역된 자막이 달렸다.
광고 속 ‘80년 전’은 1939년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탄압을 받던 일제 강점기 시기로 당시 일본은 ‘국가 총동원법’을 근거로 강제징용을 본격화했고, 해방 직전까지 강제 징용에 동원된 인구만 몇 백만명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유니클로가 굳이 90대 할머니가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인 80년 전을 언급하며 기억 못한다고 하는 등 실제 대사와 달리 번역한 것은 우리나라의 위안부 관련 문제 제기를 조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2020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은 6298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3781억 원)보다 54% 줄었다. 2019년 187곳이었던 매장은 34곳이 폐점해 현재 154곳만이 남아있다.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지유(GU)는 불매운동의 여파로 작년 한국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미국의 베개 제조업체 마이필로는 퇴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계엄령 선포를 건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들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마이필로의 마이크 린델 CEO는 지난 15일 백악관에서 친(親)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 수습책 등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계엄령 선포를 건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린델이 백악관을 찾았을 때 가지고 갔던 문서 내용의 일부가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그 문서에는 '필요하다면 계엄령 선포'라는 문구가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린델이 오히려 반란을 선동했다"며 마이필로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섰고, 주요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매장에서 마이필로 제품을 퇴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가정용품을 판매하는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콜스, 웨이페어, HEB 등 미국 소매업체들은 린델 CEO가 각종 음모론으로 구설에 오르자 마이필로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