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줄이기 캠페인
대기업의 전유물이 된 두부, 콩나물 시장

과거 집에서 키워 먹던 콩나물과 가마솥에서 꺼내 맷돌로 갈아 만들어 먹던 두부는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동네 콩나물 공장과 두부 공장에서 만들고 구멍가게에서 사 먹었다. 그러다가 도시화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90년대 이후엔 풀무원, CJ, 대상 등 굴지의 식품 대기업이 콩나물과 두부 시장을 점령했다. 과거 콩나물, 두부 장수가 종을 울리며 골목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팔던 모습도 사라졌다. 동네 구멍가게가 콩나물과 두부를 팔던 시대도 지났다. 이제는 대형 마트에서 구매하는 시대가 됐다.

두부, 콩나물 생산과 유통의 대변화는 바로 대형마트 유통의 성장 덕이다. 콩나물과 두부가 대형 마트에서 필수 품목이 되면서 유기농 두부, 콩나물의 대명사인 풀무원은 날개를 달았다.

대형마트 식품 매장에서는 소포장 가정용 콩나물이 유통되고 있으며, 두부류와 같이 전용 매대를 차려 놓고 판촉사원까지 동원하여 P. C. D. 3대 재벌들이 치열한 판촉전을 벌여가며 콩나물을 팔고 있다. 포장 두부와 포장 콩나물 시장은 풀무원이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인 CJ와 대상이 뛰어들어 가열된 시장이다. 우리나라 포장 두부 전체 소비량의 70% 이상을 풀무원(42.1%), CJ(21.5%), 대상(7.6%) 등 3대 기업이 생산하고 있고 콩나물 역시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대형마트는 대도시를 비롯해 중소도시까지 전국적으로 목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여 소비시장을 지배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만들어 골목 상권까지 파고들고 있다. 이곳 모두가 재벌 콩나물 유통의 토대가 되었다.

더 큰 문제는 대형마트와 SSM 판매망을 넘어 점조직으로 연결 되어있는 대리점을 통해 동네의 일반 슈퍼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동네 슈퍼들도 일반 콩나물은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는 곳도 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풀무원 콩나물은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탄소 발자국과 콩의 이동...해외에서 국내까지

두부, 콩나물의 이러한 유통에는 과연 문제가 없을까? 두부와 콩나물이 어떻게 이동하는가를 추적하여 탄소발자국을 살펴보자.

영국의 탄소발자국 측정 전문가인 마이크 버너스리가 대중들의 ‘탄소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쉽게 풀어 쓴 『거의 모든 것의 탄소 발자국』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단지 음식이나 교통수단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자 메시지 한 건, 맥주 한 잔, 컴퓨터 한 대, 사람 한 명, 월드컵 등 총 93개 항목에 대해 탄소가 갖는 총체적인 영향을 추적한다. 이 책은 ‘탄소 발자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활동, 물품, 생활 방식, 회사, 국가, 심지어 전 세계가 어떤 것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기까지 직ㆍ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환경에 미치는 전체 영향을 일컫는다.

식재료의 장거리 운송은 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식품이 생산돼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 거리를 ‘푸드 마일’이라고 부르는데, 이 거리가 길어질수록 운반에 쓰이는 석유나 석탄 등 에너지원 사용량도 늘어난다. 더불어 장시간 이동을 위해서 사용되는 포장재가 늘고, 포장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화학제품도 함께 늘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을 통해 식탁에 오르는 식품들에는 모두 푸드 마일리지가 발생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곡물, 축산물, 수산물 등 아홉 개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계산된다.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의 양(t)에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이동 거리(km)를 곱하면 나온다. 이 푸드 마일리지는 식재료의 생산·운송·소비를 포함한 모든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부담 정도를 나타낸다.

한국환경공단의 설명에 따르면 국산 콩을 운반하는 차량의 탄소 배출량이 13g이라면 미국산 콩을 운반할 때 나오는 탄소는 463g에 달한다. 같은 콩처럼 보이지만 바다를 건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콩은 국산콩보다 무려 37배나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와 만주다. 사실상 종주국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콩 자급률은 7.5%에 불과하다. 수입 콩 중 두부, 콩나물의 경우 두부용은 미국산 콩, 콩나물 콩은 중국산 콩이 대부분으로 보면 된다. 두부용 콩은 미국의 생산지에서 트럭으로 항구로 옮겨지고, 항구에서 부산이나 인천항으로 배로 이동하여 한국의 보관창고에 보관된다. 콩나물 콩은 중국의 산지에서 항구로 이동한 후 인천항으로 옮겨지고 보관 창고에 보관된다.

대부분의 수입 콩은 1) 산지 내륙 이송 2) 수출국 항구에서 국내 항구로 배로 이동 3) 국내 보관창고 이동이라는 첫 번째 국가 간 이동 발자국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콩 수입에 따른 탄소 발자국 문제는 당연히 심각하다. 이는 자급률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두부와 콩나물의 탄소발자국이 문제

이제 원료인 콩이 국내에서 콩나물과 두부 원료로 이동한 후의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앞서 본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어 버린 콩나물과 두부의 국내 유통에 따른 탄소 발자국은 정말 상상외다. 1kg의 콩은 6kg의 콩나물 또는 두부가 되어 대형 유통센터와 대기업 물류 센터로 이동한다. 대형유통 회사 물류센터에서는 각 지역 마트로 공급이 되고 풀무원 등 기업 물류센터에서는 기타 유통 센터에 개별 물류를 통해 각 판매처에 공급하게 된다. 그러면, 두부, 콩나물은 6kg의 몸집으로 트럭을 타고 전량 이동한다. 트럭의 이동 탄소 계수는 다른 운송 수단과 비교해서 가장 높다.

두부, 콩나물의 유통구조
두부, 콩나물의 유통구조

이제 다시 과거를 회상해 보면 과거에는 집에서, 그 다음에는 마을에서 두부와 콩나물을 생산해서 마을에서 소비했다. 이 때와 지금의 탄소발자국을 비교해 보자. 집에서는 직접 농사 지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콩나물을 키워 먹었으므로 탄소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업화 이후 마을에서 생산한 두부와 콩나물도 탄소 발자국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중에 풀무원이라는 친환경 콩나물 업체가 탄생했다. 유기농 친환경 업체로 풀무원은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을 배경으로 탄생한 친환경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이 이제는 탄소를 마구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변신한 것이다. 포장 두부와 콩나물이 마을이 아닌 전국 단위의 대형마트 매장으로의 대이동을 초래한 것이다. 풀무원이 친환경 콩을 사용함으로써 콩나물 시장을 40% 점유하는 신화를 썼지만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 보관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 포장 플라스틱 등으로 농약을 치는 것보다 탄소가 더 많이 발생하는 세상을 만들고 만 것이다.

풀무원 같은 대기업의 친환경 고급 두부는 포장 두부 시장을 열었고, 포장 두부는 탄소 발자국을 넘어 플라스틱을 양산하고 있다. 시장 상인이 두부 판에서 모두부를 팔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1년간 포장 두부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상상 이상이다. 복잡한 유통단계의 탄소 발자국은 포장과 보관이란 측면에서 또 다른 탄소 발생의 승수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현실이다. 전 국민이 1년에 포장 두부를 소비하는 숫자가 바로 플라스틱의 생산량이다. 콩나물 300g을 담는 한 봉지 비닐이 연간 얼마나 많이 소비될까?

 

새로운 대안, 마을에서 생산하고 소비

 얼마 전 은평구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콩나물 재배기와 콩을 나눠주고 생산된 콩을 평가해서 수매해 주던 이벤트가 있었다. 노인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자치단체의 이벤트성 행사로 끝났다. 그러나 마을 기업이 주체가 되어 이를 실행할 경우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특히 마을 공생 경제의 차원에서 세탁, 의류 수거, 공동 택배 등 마을 사업과 결합할 경우 매우 폭발적인 반응과 성공을 확신할 수 있다.

마을 단위의 콩나물, 두부 공장은 마을 협동조합으로 주민의 참여 경제로 구상한다. 원료인 콩은 생산지와 협력하여 직거래로 구매한다. 생산된 두부와 콩나물은 마을 공생 협동조합에 의해 배달되거나 동네 식당에 공급한다. 이 모든 구상은 실현 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미 서대문구에 공생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곳이 마을 경제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 경제는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범위의 경제다. 유대기 공생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은 마을 경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대기 이사장은 ”마을 내에서 수거와 배달의 범위를 늘리며 마을 경제를 지키는 것이 공생의 길”이라고 정의하면서, 택배의 최종 배달은 물론 세탁물 수거 및 배달, 중고품 수리, 배달 용기 수거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가면서 콩나물과 두부 등을 마을에서 생산하고 배달하여 마을 경제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을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콩나물과 두부가 매일 식탁에 오르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아닐까?


☞이인형 전문위원은 

이인형 전문위원은 노벨환경상이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한 국내 사막화 방지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이다. 또한 신용평가 회사에서 평가업무를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ESG 활동을 측정 보상하는 플랫폼을 통해 Personal ESG, 즉 P-ESG 플랫폼 구축을 위해 EBIS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 WRI(세계자원연구소)와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주도하는 GHG프로토콜 가이드라인 작업의 국내 유일 파트너기관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성현BDO회계법인과 협력하여 워킹그룹을 결성해 파일럿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연구원 등 지자체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러한 환경활동 측정을 위한 제반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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