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농업의 축은 스마트팜이라 한다. IT 강국을 자처하는 우리나라는 더 스마트팜의 유혹에 쉽게 빠져 든다. 동부 한농의 파프리카 농장이 대표적인 경우다. 대기업의 참여로 농업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발상은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스마트팜 유도 정책으로 농업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스마트팜, 국내 농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우선 스마트팜에 대해 간략히 정의해 보자. 스마트팜은 그야말로 지혜로운, 그리고 똑똑한 농장을 말한다. 이를 위해 우선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시설의 중심은 센서이다. 센서는 농장이 스마트해지는 촉수이다. 센서를 통해 측정을 해야 판단을 하고 제어를 할 수 있다. 두번째는 데이터다. 사람이 학습을 해야 지능이 생기듯 농장 제어도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 학습데이터를 축적해 왔어야 한다. 세번째로는 에너지이다. 스마트한 농장은 모든 것이 전력 에너지에 의해 구동되어 진다. 창문을 열고 닫고, 물을 펌프로 퍼서 보내고, 커튼을 열고 닫고 하는 모든 행위에 에너지가 소요되고, 또한 열관리 에너지도 당연히 필요하다.
결국 이러한 스마트팜은 긍극적으로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단위 면적에서의 토지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 달성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시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학습 데이터도 충분치 않다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농정은 마치 스마트팜이 대안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사업 자금이 이 방향으로 집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 농정이 스마트팜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올바른 것인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지속가능한 농업, 집약성을 고려해야
필자는 우선 우리 농업의 태생적 기본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집약적인 소농 형태를 띠고 있다. 1000만 농민이 200만으로 줄었다 해도 우리 농가당 경지면적은 여전히 협소하다.
그리고 미국 농무성 토양관리국장 프랭클린 히람 킹( F.H king) 박사가 1909년 중국, 한국, 일본을 여행하면서 이들 나라의 유기농업을 눈으로 보고 쓴 답사보고서인 ‘4천년의 농부’라는 책에서 지적했듯이, 이 3국의 농업은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이다. 미국 농업이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집약적이고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특징으로 한다. 킹 박사는 이미 100년 전 미국 등 서구 농업의 한계를 지적하고 아시아 농업에 경의를 표했다. 4000년이나 지속하는 아시아의 농업을 보고 그는 농업의 미래를 아시아에서 찾았다.
반면에 스마트팜은 네덜란드로 대표되는 유럽 농업에 가장 적합한 농업이다. 네덜란드는 미국식 대량 조방 농업(자본과 노동력을 적게 들이고 주로 자연력에 의존하여 짓는 농업)도 아니고, 아시아적 영세소농의 집약 농업도 아닌, 그야말로 시설에 의한 자동화 농업이 가능한 농업구조로 성장했다.
네덜란드의 경우는 특히 기후, 토양 모두 악조건에서도 불구하고 시설 농업의 현대화, 대형화, 집단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농업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농산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노지 조방 농업을 기축으로 하고 있어 유럽식 스마트팜 시장은 보조적 구성에 불과하다.
국내 농업 특성에 따른 스마트팜의 한계
그럼 우리나라에 농업 스마트팜은 어떤 한계를 갖는지 살펴보자.
첫째는 온실 내부 에너지 공급을 위하여 작물생산 원가의 40%에 육박하는 비용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시설영농을 위하여 화석연료를 사용해 열을 공급했으나, 유가 상승으로 인해 에너지 구입 비용이 역전되면서 많은 농가에서는 전기로 화석연료를 대체하여 유리온실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농사용 전기 요금은 농작물 재배, 축산, 양장 등 농사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기를 전력구입단가(SMP)보다 싸게 공급함으로써 농업을 국가적 차원으로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인 전기요금 체계이지만, 기타 에너지보다 싸게 공급되는 농사용 전력 요금의 특성상 농가에서는 불필요한 부분까지도 전기를 사용하는 전력 과소비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매년 전력 사용량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적 차원으로는 소비전력 부족과 발전량 증가에 따른 CO2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원전과 화석 연료 중심 전기 생산 체제임을 감안할 때 심각한 반(反)기후위기 농업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2005년도를 기점으로 농사용 전력의 사용량 증가율은 연평균 7.4%로 전체 전력소비증가율(5.7%)을 크게 웃돌고 있으며, 증가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18년 농사용 전력 사용량은 1만8504GWh로 전년 대비 7.3% 증가하였으며, 이는 한국전력이 약 1조 원의 원가 대비 손실 원인으로 파악된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자체 보고서 '계약종별 전기요금 가격왜곡에 따른 환경비용 추정'에 따르면, 농업용 같은 원가 이하 공급 ‘계약종별 전기요금’이 조정됐을 때 해소되는 비효율적 전력소비 규모는 2025년 기준으로 9919GWh, 2030년 기준으로 1만138GWh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한다면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전력 전반에 걸쳐 2017~2020년 평균 전기요금 수준 대비 15% 내외의 인상이 이루어져야 비효율적 전력소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계약종별 전기요금’의 가격 왜곡이 해소된다면 전력 소비단에서 약 10TWh의 비효율적 전력소비가 보정되면서 발전(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감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효율적 소비의 보정만으로 본 연구에서 전제한 제9차 수급계획의 2030년 전환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1.93억톤을 2025년에 초과 달성하는 것으로 추정된 것은 향후 2030 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마련할 때 현행 ‘계약종별 전기요금’ 체계의 가격신호 왜곡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마련이 병행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농업용 전기요금의 인상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상당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둘째로, 학습 데이터가 절대 부족하다. 단일 품목에 체계화된 생육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수입 품목인 파프리카의 경우는 선진 네덜란드의 데이터와 재배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에 충분하지만, 딸기 참외 오이 기타 화훼류 등은 자체 데이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미비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스마트팜 확대 전략은 그 자체가 부실 투자이자 자원 낭비일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팜용 복합 제어기는 초보 수준에 불과하고 대부분 유럽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로, 관련 센서와 시설 장비 등의 현대화 및 고도화가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시설 농업 시장 자체가 협소하다. 광대한 중국이나 유럽 같은 시장을 보유한 나라와는 비교가 안되다 보니 시설 개발이나 생산효율성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매우 낮다. 반면에 가장 대중화된 비닐하우스 설비와 자제는 충분히 경쟁력 있고 시장도 충분하다. 농민 스스로 온실을 직접 만들고 활용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따라서 스마트팜에 대한 환상보다는 현실적으로 국내 상황에 잘 적응된 비닐 온실 정도의 시설 유지와 발전이 중요하다.
파프리카, 메론 등 시설 과채를 생산하기 위한 스마트팜의 적정 규모는 최소 3,000 평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 정도의 시설을 하려면, 최소 30억 정도의 시설 투자에 운전자금도 막대하다. 거대화할수록 스마트팜의 경쟁력은 높아지지만, 결국 이런 투자는 기업적 형태로 가야하고 작은 시장을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 환경에는 시장 지배력에 반하는 위험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소농에 의한 집약 농업 구조에는 맞지 않은 규모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농업 설계를 통한 합리적 시설 규모가 필요하지 무작정 스마트팜에 현혹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한국에 가장 적합한 지속가능농업 : 생태농업
결국 스마트팜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후 위기와 관련한 적합성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은 바로 생태순환 농업이다. 단일 품목을 자동화해서 생산성을 높이다 보면 필연적으로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시설 농업은 자연 생태적 노지 농업과 상호 연계성과 보완성을 전제로 배치되어야 하나 스마트팜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게 되고 노지 생태 농업과는 결별하는 농업이기 때문이다. 고비용 에너지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스마트팜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스마트팜보다 생태 순환 농업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자연 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하는 생태적 농업이야 말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설은 최소한에 그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업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축산에서 나오는 유기성 폐기물을 자원화 하여 탄소를 저감하고, 화학 농업이 가져다주는 토양의 황폐화를 막아 과다한 농기계의 투입을 막을 수 있다. 토양이 유기물과 미생물 토양 곤충 등 생태가 복원되면 무경운 농업이 가능해 진다. 무경운 농업이야 말로 바로 탄소 저감 농업이다.
우리나라 영세 규모의 농업은 바로 집약적인 노동을 수반하고 있다. 이는 화석 연료보다는 사람의 섬세한 노동에 의존하는 농업이라는 점이다. 자동화의 유혹이 현실이긴 하지만, 저강도 노동으로 집약적인 노동 수요를 대체하는 집약 농업이야 말로 생태적이며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농업으로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볼 때, 스마트팜에서는 공장 자동화된 양액과 농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제어를 위해 동력을 사용하고 온도 관리를 위해 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황폐화되고 경질화된 토양을 경운하는 데 드는 에너지 등 막대한 자본투자와 탄소 발생을 반하기 때문에 소농기반의 농업에서 공장화된 농업으로 전환은 탄소저감이 아니라 탄소 과다 배출 농업으로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전 지구적 과제에 반하는 것이다.
100년전 미국 농무성 토양관리국장 프랭클린 히람 킹 박사의 경고가 다시 한번 떠오른다. 그는 동아시아의 오래된 농부들에 경이를 표하며 거꾸로 서양인들을 꾸짖는다. 20세기 초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동아시아 침략의 현장에서 그는 화학비료의 한계를 지적하고 근대적인 배설물 처리시스템이 낭비와 오염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지속가능한 농업대안은 동아시아 한국의 농업에서 찾았다.
☞이인형 전문위원은
이인형 전문위원은 노벨환경상이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한 국내 사막화 방지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이다. 또한 신용평가 회사에서 평가업무를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ESG 활동을 측정 보상하는 플랫폼을 통해 Personal ESG, 즉 P-ESG 플랫폼 구축을 위해 EBIS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 WRI(세계자원연구소)와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주도하는 GHG프로토콜 가이드라인 작업의 국내 유일 파트너기관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성현BDO회계법인과 협력하여 워킹그룹을 결성해 파일럿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연구원 등 지자체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러한 환경활동 측정을 위한 제반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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