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이 사라지고 있다...기후와의 관계는 ?

얼마 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으로 소동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채소 과수 농업은 물론 모든 생물의 번식에 영향을 미치는 꿀벌의 실종은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소동도 잠시였다. 또 잊혀져 간다.

그러나 이 꿀벌의 감소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심각한 재앙 현상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이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 생물의 상당수가 사라지고 인류도 종말을 고한다는 경고도 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교(University of Ottawa)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에서의 호박벌 출현 횟수와 기온 상승과의 상관관계를 찾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북미와 유럽 내 2000~2014년의 호박벌 개체 수는 1901~1974년에 비해 평균 30% 이상 감소했으며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이상 고온 현상 등 기후변화가 호박벌을 대량 절멸로 내몰고 있는 것을 경고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소위 익충이라는 벌 같은 생태 주요 역할을 하는 곤충이 사라지는 반면, 특히 식량 산업과 인간의 삶까지 심각한 위협하는 곤충의 습격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메뚜기 습격은 1870년대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로키산메뚜기’다. 약 12조5000억 마리에 달한 이 메뚜기떼는 미국 중서부 대평원을 휩쓸고 다니며 당시 약 2억달러, 현재 가치로 6조원 정도의 손해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2014년 수십억 마리로 추정되는 메뚜기가 전남 해남의 농경지 25ha를 황폐화 시킨 적 있다.

 

최근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비상사태 선포까지

2020년 1월 31일 파키스탄 정부는 20여 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 습격을 받은 농가와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항공기로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등 메뚜기떼 박멸에 필사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이어 2020년 2월 2일 동아프리카에 있는 소말리아 정부 역시 메뚜기떼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말리아 정부는 사막 메뚜기가 작물과 사료를 먹어 치워 소말리아의 취약한 식량 안보 상황이 위험에 처한 데 대한 강력한 대처가 불가피했다.

이 사막 메뚜기는 몸무게가 2g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매일 곡식을 먹는 등 왕성한 식욕을 자랑한다. 또한 1㎢의 넓이에 최대 1억 5000만 마리가 움직이며 3만 50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작물을 먹어 치울 뿐만 아니라 바람을 타고 하루에 150㎞를 이동할 수 있다.

동아프리카를 휩쓴 사막 메뚜기떼는 시간당 약 13㎞의 속도로 빠르게 동진해 중동을 거쳐 남아시아까지 총 23개국에 손해를 끼쳤다. 그 결과, 케냐는 105만ha의 농경지가 황무지로 변했고 인도는 555만ha가 초토화돼 약 1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막 메뚜기떼 창궐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인도양 동서 간 해수면의 온도 차에 기인했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지난해 가을 동아프리카에는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려 고온 다습한 최적의 서식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창궐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기후변화의 역습이 국경을 초월한 ‘대재앙’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바퀴벌레 매미나방의 급증 현상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역시 기후가 변화면서 해충이 급속히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는 ‘바퀴벌레’다.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최근 그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로 해충 활동 시기가 늘어나고 번식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이다.

종합환경위생기업인 세스코가 5년간 해충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2016년 발견된 바퀴벌레 수는 약 239만4222마리였다. 이는 전년 202만6443마리보다 18.1%나 증가한 수치다. 2012∼2016년 연 평균(186만3658마리)과 비교할 경우 28.5%나 증가했으며 2012년인 159만940마리와 비교하면 무려 50%나 급증했다고 한다.

또한 최근 수목에 큰 손해를 주는 매미나방 유충까지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증가한 매미나방은 이젠 도심에까지 출몰하여 과수 방제는 물론 도시 시민 생활까지 위협한다.

독나방과에 속하는 매미나방은 산림과 과수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유충 한 마리가 번데기가 될 때까지 700~1800㎠의 잎을 갉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자연의 섭리 상 추운 겨울이 되면 상당수의 매미나방은 알 단계에서 죽는 게 이치다. 하지만 점점 겨울 기온이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며 살아남아 부화한 애벌레들이 이젠 도시까지 습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기후변화로 호박벌과 같은 익충(益蟲)의 개체 수는 줄어든 반면 인간에게 각종 질병 등을 옮기는 해충(害蟲)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인간의 과도한 산업 활동에 의한 대가로 이른바 ‘역습’이 시작된 셈이다.

추위가 동면하는 곤충들의 알을 소멸시키는 역할이니 그게 없다면 그해 겨울엔 곤충들이 소멸되지 않고 무사히 살아남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지금보다 더 심한 온난화를 겪게 된다면 그 급증은 상상을 초월하여 인간이 컨트롤하기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곤충의 역습...현실이 되나?

아주 불길한 상상이지만, 곤충의 숫자가 무한으로 증가해 간다면, 곤충 역시 진화하지 않을까?

실제 생물학자들은 식물들의 뿌리 생태는 소통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모든 생물을 상호 소통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인간만이 모를 뿐인 그들만의 소통 네트워크, 즉 곤충 사이에 Ad-hoc Network(탈중앙 방식의 무선네트워크)가 생성되고 작동하게 된다면? 하는 상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분명 그 곤충 네트워크는 기존에 홀로(Standalone) 쏘다닐 때와는 또 다른 기능적 특성을 드러내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기능은 인간이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었던 특징일지도 모른다. 네트워크 모드 하에서의 곤충들이라면, 그들의 생존을 위해 식물이 아니라 지구의 지배자인 인간을 습격하는 것이 더 대담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다는 상상도 한다.

색깔이 변할 수도 있다. 크기가 더 커질 수도 있다. 편대비행이 가능해져서 인류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 얼마나 무서운가?  

지구 온난화는 결국 인류의 편리함과 안락함의 피할 수 없는 대가이다. 인류가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탄소를 배출할 일이 증가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지구 온난화 역시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 같은 인류의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결국 이 흐름의 종말에 인류가 받게 될 대재앙으로 성경에까지 예언된 곤충 떼들의 습격과 최근의 환경 문제를 보면서, 이 예언이 단순한 종교적 예언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인형 전문위원은 

이인형 전문위원은 노벨환경상이라는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한 국내 사막화 방지 단체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이다. 또한 신용평가 회사에서 평가업무를 해 온 경력을 바탕으로 개인들의 ESG 활동을 측정 보상하는 플랫폼을 통해 Personal ESG, 즉 P-ESG 플랫폼 구축을 위해 EBIS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 WRI(세계자원연구소)와 WBCS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주도하는 GHG프로토콜 가이드라인 작업의 국내 유일 파트너기관인 푸른아시아의 전문위원으로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성현BDO회계법인과 협력하여 워킹그룹을 결성해 파일럿을 실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연구원 등 지자체 연구기관들과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러한 환경활동 측정을 위한 제반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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