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흑자 기록한 1694개 기업 중 252곳은 환경 비용 고려하면 적자로 전환
동종산업군에서도 5%부터 62%까지 환경영향 비용 다양해

다농은 올 2월 '탄소 조정 주당순이익'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다농 홈페이지
다농은 올 2월 '탄소 조정 주당순이익'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다농 홈페이지

“앞으로 주당순이익(EPS)에서 탄소 배출량에 대한 가격을 책정하겠다.”

올 2월, 세계 최대 낙동회사 다농(Danone)은 ‘탄소 조정 주당순이익(Carbon-adjusted EPS)’를 책정하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EPS)이란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다농은 2019년 회사가 배출한 온실가스 톤의 주당 예상비용을 기준으로 산정, 일반 EPS에서 빼겠다고 밝힌 것이다. 

의아할 지도 모른다. 탄소배출비용을 회계에 반영하면 당연히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다농의 ‘탄소 조정 EPS’는 “자기 무덤을 파는 짓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다농의 ‘탄소 조정 EPS’는 +12%였고, 기존의 +8.3%보다 오히려 더 좋았다. 다농은 “2019년 탄소배출이 피크에 도달하고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탄소조정 EPS’는 더욱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업 활동의 환경 영향을 비용으로 환산해보면?

기업 활동의 환경에 관한 영향(Impact)를 회계에 반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조지 세라핌(George Serafeim) 교수를 비롯, 글로벌 임팩트 투자운영그룹(GSG, Global Steering Group for Impact Investment)의 로널도 코언(Ronald Cohen) 회장 등이 주도하는 ‘IWAI’가 그 핵심이다. 임팩트 가중 회계 이니셔티브(Impact-Weighted Accounts Initiative)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회계에 반영하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 조지 세라핌 교수는 SK 최태원 회장이 추구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에 관한 사례연구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싣기도 했다. 

최근 IWAI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의 환경 영향을 화폐로 환산한 보고서와 1만3000여개의 로데이터를 모두 공개했다. 이른바 녹색회계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800~2500개 가량의 기업을 대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용으로 계산한 값, 이를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과 대비해 플러스인지 마이너스 인지 그 값을 모두 매겼다. 환경 데이터는 인간 건강, 작물 생산, 육류 생산, 어류 생산, 목재 생산, 물 생산 등 8가지로 나눠 각 기업의 데이터를 모두 비용으로 환산했다. 이번 데이터는 블룸버그 ESG인덱스에서 시가총액 1억달러 이상인 조직에 대해서만 추출했고, 톰슨 로이터의 애셋4 ESG데이터에서 추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결과가 다수 도출됐다. 2018년 흑자를 기록한 1694개 기업 중 약 252곳(15%)은 환경 비용을 생각하면 적자로 전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43개 기업(32%)은 EBITDA(세전영업이익)가 25%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공사, 제지산업, 전기 및 유틸리티, 건설자재, 컨테이너 및 포장산업 등의 경우, 대부분 EBITDA의 4분의 1 이상이 제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슷한 산업군 내에서도 기업마다 환경 영향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식품에서 환경 영향비용은 EBITDA의 5%(네슬레, 16억 달러)부터 62%(영국식품 관련기업, 18억 달러)까지 다양하다. 석유 및 가스기업의 75%는 이번 환경영향비용에서 EBITDA가 25% 이상 줄어드는데, 몇몇 우수기업들은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성과가 좋았다. 예를 들면, 엑손모빌의 환경영향 비용은 38억 달러인 반면, 로얄더치쉘은 13억 달러, BP는 8억 달러다.

조지 세라핌 교수는 HBR 기고를 통해 “모든 비용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닌데, 인텔의 경우 2018년 이들이 지불한 임금과 일자리를 통해 약 36억 달러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국 내에서 창출했다”며 “인텔이 다양성을 높이고 소수 인종과 여성들의 회사 진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영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환경영향 비용만을 분석한 IWAI는 내년쯤 기업이 창출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제품 비용과 고용 영향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화학과 의류, 건설자재 등 많은 업종에서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보인 경우 주식시장 평가가 낮게 나타나는 등 둘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상관관계는 유틸리티나 대기업군 등 같은 다른 산업에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며 “영향 비용에 관해 투명해지고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환경 영향을 제대로 회계처리한다면, 이러한 상관관계는 향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한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환경영향 비용의 평균은 11.6%를 차지했지만, 중간값은 1.9%에 불과했다”며 “유틸리티, 건설, 해양 및 항공 등 환경 영향력에 매우 큰 기업의 경우 그 비용이 매출액의 25%를 넘어서기 때문에 기업별 편차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지 세라핌 교수팀은 가장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인 MSCI, 로베코샘(DJSI),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의 환경등급과 이번 데이터를 함께 비교해본 결과, 환경 영향비용과 기업의 ESG 등급과는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평가기관들은 기업이 환경과 관련한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에서 창출한 환경 영향 비용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ESG 등급에서 A등급을 맞았다고 해서, 자신들의 환경 영향력이 낮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환경영향 비용 커

우리나라 기업들의 환경 영향 비용은 얼마일까. 매년 1800여개 기업 중 2018년에만 54개 기업이 리스트에 포함됐고, 2010년도부터의 자료까지 포함하니 전체 80개의 국내기업이 이번 자료에 포함됐다. 조사 결과, 환경영향 비용이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 1~5위는 현대글로비스(-1126.26%), 아세아시멘트(-306.44%), 성신양회(-275.82%), SK케미칼(-183.48%), 포스코케미칼(-58.18%)였다. 환경영향 비용이 가장 낮은 기업은 삼성증권(-0.11%), NH투자증권(-0.11%), 신한금융그룹(-0.13%), KB금융그룹(-0.13%), JB금융그룹(-0.13%) 등이었다. 시멘트, 화학, 항공, 중공업 등의 경우 환경영향 비용이 높았고, IT기업과 금융기업의 경우 낮았다. 

동종업계에서도 영향력 비율은 약간씩 차이가 났다. 삼성전자와 LG 전자의 경우 매출액 대비 환경영향 비용은 -2.21% 대(vs.) -1.16%로 삼성전자가 더 컸지만, 영업이익 대비 환경영향 비용은 -9.17% vs. -26.31%로 LG전자가 더 컸다.

한편, 이번 결과에 대해 조지 세라핌 교수팀은 “앞으로 이 같은 ‘임팩트 가중 회계’가 널리 사용되면, 환경 오염을 초래하거나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하는 기업, 비만이나 건강 악화를 초래하는 제품 등 기업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없애기 위해 정부가 기업에 직접 세금을 매길 수 있다”며 “또 기업이 사업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보조금이나 조달 특혜 등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가치평가가 투자에 반영될 경우, 현재 30조 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된 ESG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적 영향이 큰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주식시장 평가액도 줄어들고 자본비용도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ESG 관련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 가짜로 임팩트를 포장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모든 제조업체의 제품 영향을 안전성과 가격, 고객 만족도, 연비, 배출가스 등에 따라 측정해보면 테슬라, 르노, 현대, 닛산 등 일부 기업만 이런 주장을 정당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팩트 가중 회계의 도입은 혁신가, 기업, 투자자, NGO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함께 IWAI를 시작한 GSG(Global 스티어링 Group for 임팩트 투자)와 IMP(Impact Management Project) 등이 대표주자들이다. 로널드 코언 회장은 최근 ‘지속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자본시장 온라인 포럼’에 참여해 “우리는 회계원칙을 도입한 1929년과 같은 역사적인 기로에 서 있다”며 자본주의를 재편할 새로운 회계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연도   기업명   환경영향 합계(매출)   환경영향 합계 (영업이익)   환경비용 합계 
2014  현대글로비스  -1126.26% -24383.32%            (143,626,637,144)
2018  아세아시멘트  -306.44% -3284.64%               (2,322,549,445)
2018  성신양회  -275.82% -6372.19%               (1,704,768,696)
2017  SK케미칼  -183.48% N/A                 (150,804,104)
2018  포스코케미칼  -58.18% -757.54%                 (723,054,699)
2018  후성  -56.69% -394.30%                 (139,998,522)
2018  포스코  -51.85% -614.88%             (30,264,586,305)
2018  카프로(CAPRO)  -48.60% -1799.50%                 (252,856,870)
2018  현대제철  -43.92% -889.44%               (8,197,389,444)
2014  GS홀딩스  -30.54% -1202.33%               (3,018,646,703)
2018  한국철강(KISCO)  -26.97% -824.92%                 (188,313,950)
2015  금호석유화학  -25.66% -601.25%                 (858,488,109)
2018  OCI  -25.37% -497.63%                 (709,273,413)
2018  대한유화  -22.51% -180.36%                 (516,497,674)
2018  롯데정밀화학  -18.34% -120.98%                 (225,943,157)
2018  대한항공  -17.35% -352.67%               (2,029,671,783)
2018  DB하이텍  -17.06% -100.76%                 (102,582,909)
2018  무림 P&P   -14.63% -93.17%                   (85,569,562)
2018  롯데케미칼  -13.15% -110.48%               (1,954,108,818)
2018  LG화학  -13.15% -164.98%               (3,328,494,228)
2018   KCC  -12.94% -202.38%                 (439,603,140)
2018  LG디스플레이  -11.97% -3136.35%               (2,616,849,604)
2015  한화솔루션(케미칼)  -10.21% -247.67%                 (697,499,306)
2018  SK이노베이션  -8.76% -225.61%               (4,291,440,345)
2016  송원산업  -7.53% -68.44%                   (43,387,000)
2018  삼성바이오로직스  -7.37% -70.94%                   (35,480,976)
2018  한국타이어  -6.75% -65.15%                 (411,805,707)
2018  삼성전기  -5.90% -47.68%                 (434,540,314)
2018  SK하이닉스  -5.35% -10.37%               (1,942,320,042)
2018  SDI  -4.51% -57.79%                 (371,180,671)
2018  율촌화학  -4.00% -110.13%                   (17,583,666)
2017  LS일렉트릭  -3.97% -59.31%                   (87,011,134)
2018  세방전지  -3.75% -39.74%                   (39,726,904)
2017  조광피혁  -3.08% -21.82%                     (5,015,550)
2018  LG유플러스  -2.98% -49.37%                 (324,119,553)
2018  남양유업  -2.93% -368.34%                   (28,412,527)
2018  농심  -2.70% -68.14%                   (54,203,927)
2018  빙그레  -2.36% -51.24%                   (18,101,117)
2018  삼성전자  -2.21% -9.17%               (4,848,096,842)
2018  롯데칠성음료  -2.15% -61.86%                   (45,360,434)
2018  SK텔레콤  -1.93% -27.31%                 (292,918,050)
2018  LG이노텍  -1.80% -54.60%                 (129,246,774)
2018  삼성중공업  -1.74% N/A                   (82,334,906)
2017  KT  -1.59% -27.11%                 (348,862,866)
2018  대우조선해양  -1.55% -14.56%                 (134,047,176)
2017  롯데쇼핑  -1.51% -51.85%                 (256,665,050)
2017  강원랜드  -1.49% -4.51%                   (22,393,097)
2018  쌍용모터스  -1.35% N/A                   (44,889,193)
2017  한온시스템  -1.35% -16.08%                   (70,466,341)
2018  셀트리온  -1.34% -3.90%                   (11,849,489)
2018  풀무원  -1.21% -68.07%                   (24,610,428)
2018  LG전자  -1.16% -26.31%                 (638,813,722)
2018  현대건설  -1.11% -22.92%                 (167,100,626)
2018  현대모터스  -1.05% -41.89%                 (911,392,431)
2016  한국조선해양  -0.94% -22.41%                 (305,761,185)
2018  대한전선  -0.89% -31.55%                   (13,125,811)
2018  만도  -0.85% -24.63%                   (43,489,807)
2014  LG생활건강  -0.69% -6.34%                   (29,701,406)
2017  CJ제일제당  -0.67% -14.25%                 (103,571,832)
2018  두산인프라코어  -0.62% -5.60%                   (42,775,148)
2016  KT&G  -0.61% -1.86%                   (22,745,614)
2017  LS  -0.53% -12.55%                   (47,593,605)
2017  두산중공업  -0.52% -10.11%                   (70,682,544)
2016  삼성엔지니어링  -0.45% -45.36%                   (26,367,960)
2018  기아모터스  -0.45% -21.18%                 (220,202,483)
2016  GS건설  -0.41% -105.23%                   (37,584,044)
2018  두산  -0.36% -5.42%                   (59,236,819)
2014  SK홀딩스  -0.36% -3.24%                     (8,050,765)
2015  아모레퍼시픽  -0.23% -1.43%                     (9,428,928)
2017  미래에셋대우  -0.23% -0.80%                     (5,006,145)
2018  BNK금융그룹  -0.22% -1.04%                     (8,074,810)
2018  삼성 C&T  -0.21% -6.05%                   (57,735,910)
2018  DGB금융그룹  -0.19% -1.23%                     (5,162,087)
2018  하나금융그룹  -0.14% -0.68%                   (18,752,156)
2016  삼성생명  -0.14% -3.15%                   (32,962,232)
2018  JB금융그룹  -0.13% -0.81%                     (2,922,388)
2018  KB금융그룹  -0.13% -0.95%                   (34,195,906)
2018  신한금융그룹  -0.13% -0.62%                   (25,003,181)
2015  NH투자증권  -0.11% -0.42%                     (1,145,776)
2015  삼성증권  -0.11% -0.39%                     (1,148,605)

*Freiberg, David and Park, DG and Serafeim, George and Zochowski, Rob. 2020. "Corporate Environmental Impact: Measurement, Data and Information. Harvard Business School, Impact-Weighted Accounts Project report.", 중복제거 후 국내기업만 추출/ 임팩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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