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영리 전력부문 연구그룹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가 전기차 충전 수요를 효율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새로운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고 지난 7일 카나리아 미디어(Canary Media)가 보도했다.
'이브이투스케일2030(EVs2Scale2030)'으로 명명된 새로운 컨소시엄에는 주요 전기차 및 전기트럭 제조업체, 충전소 공급업체, 정부 기관, 규제 당국 등이 참여, 향후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소 적시 배치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해 공유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첫번째 물류업체다.
전기차 충전용 전력 수요 급증…
전력망 업그레이드 투자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필요해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수요를 4200만대까지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는 약 170만대다. 이러한 목표 달성에 가장 큰 난관은 전기차 충전을 위한 배전망 문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까지 전력회사는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 변압기, 변전소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전기차 1대당 1700달러(약 223만원)에서 5800달러(약 761만원)를 지출해야 한다.
EPRI 교통부문 이사이자 제네럴 모터스에서 약 20년간 첨단 자동차 상용화 전략을 추진해 온 브리타 그로스는 카나리아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전력업체와 규제 당국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충전소 설치 예정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로스는 “전력회사가 전력망 개선에 실제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수준, 즉 훨씬 더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위한 상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전력망 구축은 전기차 생산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충전 수요 발생 몇 년 전부터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전기차 운행율이 높은 주에서는 이미 급증한 대규모 충전 수요를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도입의 선두주자인 캘리포니아는 급증하는 전기차 충전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12년 동안 300억(약 39조원)~500억(약 62조원)달러를 전력망 업그레이드에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럭, 버스 등 대형 전기차 충전소는 보다 많은 전력을 집중적으로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기존 전력망에 더 큰 부하를 줄 수도 있다.
전력회사가 신규 전력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배전망을 업그레이드 하려면 규제 당국을 설득해야 한다. 업그레이드에 소요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전력회사가 설득력 있는 자료를 내놓지 못한다면, 규제 당국이 적시에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EVs2Scale2030, 미래 전력 수요 예측을 위한 데이터 수집 목적
데이터 확보 위해서는 업계 내 신뢰가 최우선
이브이투스케일2030(EVs2Scale2030)은 전기차 충전소 예상 부지 데이터를 수집, 활용해 전력 수요예측 시스템 '이로드맵(ERoadMAP)'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력업체와 규제 당국은 이를 통해 전력망 업그레이드 투자를 위한 효율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로드맵은 미래의 지역별 전력 수요를 긴급성에 따라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으로 분류해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의 데이터는 2025년까지의 수요를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참여업체가 증가함에 따라 그보다 먼 미래의 전력 수요도 보여줄 계획이다.
경영상의 이유로 충전소 예상 부지를 공개하고 싶어하지 않는 기업들을 위한 대책도 준비돼 있다. EPRI가 개발한 그리드패스트(GridFAST) 시스템은 전력업체와 전기차 및 충전소 업체 간의 안전한 비공개 데이터 교환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전력업체가 전력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회선까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 도로 주소 수준까지의 세부적인 정보는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개별 기업이 다른 기업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도 없다.
그로스 이사는 “이로드맵에 등록된 전기차 충전소 설립 계획 중 일부는 중단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특정 지역 전력망에 충전소 설립 계획이 밀집돼 있을 경우, 전력업계와 규제 당국이 이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소시엄 회장이자 콜로라도, 미네소타 등 6개 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엑스셀에너지(Xcel Energy) 회장 브렛 카터는 “전기차 관련 데이터 확보는 전력망 계획 수립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언급했다.
그로스 이사는 "컨소시엄의 핵심은 전기차 제조업체, 차량 운영업체, 연료 소매업체, 전력업계 등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신뢰"라며 주요 전기차 충전업체와 전력업계 간의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가 될 수 있도록 주요 전기차 개발업체의 참여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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