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사용하는 계정 10개 중 4개가 그린워싱과 관련된 게시물을 올렸다는 조사결과가 29일 나왔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497명의 시민단과 함께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그린피스는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886개의 대기업 및 산하 계열사 중 실질적으로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운영하는 399개 기업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 범위는 작년 4월부터 1년간 업로드된 이미지 형태의 게시물이었으며, 총 6만 21개 게시물 중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게시물은 650개로 드러났다.

그린워싱 유형은 2022년 9월 그린피스 네덜란드가 유럽 기업의 소셜미디어 그린워싱을 분석했을 때 사용한 유형 기준을 사용했다. 유형은 ▲자연이미지 남용 ▲녹색 혁신 과장 ▲책임 전가 ▲기타로 구분된다.

자연이미지 남용은 실제 제품의 성능이나 혁신 노력과 무관하게 브랜드와 제품의 친환경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자연이미지를 활용하는지 여부다. 녹색 혁신 과장은 친환경 및 저탄소 기술 개발과 혁신에 기여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지 여부다. 책임 전가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자사 노력 대신 소비자와 개인의 책임을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전가하는지 여부다. 기타는 세 가지 유형 이외의 그린워싱 방식을 말한다.

그린피스가 발표한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그린피스

화석연료 업종이 그린워싱 게시물 최다 게재...

‘자연이미지 남용’이 다수

그린워싱 게시물의 62.8%가 한 가지 유형으로 구성된 게시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그럼에도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포함된 게시물 역시 23.3%로 다수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린워싱 유형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자연이미지 남용’으로 전체 게시물의 51.8%를 차지했다. 책임 전가가 포함된 게시물은 40.0%, 녹색 혁신 과장이 포함된 게시물은 18.2%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워싱이 가장 많이 나타난 업종은 정유/화학/에너지로 총 80개의 그린워싱 게시물이 발견됐다. 다른 업종인 ▲건설/기계/자재 업종(62개) ▲금융/보험(56개) ▲쇼핑/유통(56개) ▲레저/엔터(54개) ▲식음료/생활용품(54개) ▲지주/복합기업(50개) ▲자동차(47개) ▲반도체/전기전자(44개) ▲뷰티/의약(44개) ▲운송(42개) ▲기타(30개) ▲텔레콤/인터넷서비스(17개) ▲철강(14개)이 뒤를 이었다.

그린워싱 게시물의 유형별 비중/그린피스
그린워싱 게시물의 유형별 비중/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소셜미디어가 사용자의 영향력이 소비자의 제품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로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은 SNS 그린워싱에 더 취약할 것으로 확인된다. 그린피스는 그린워싱 각국의 소셜 미디어 이용자 현황을 보여주는 데이터리포털(Datareportal)의 2023년 2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97.6%이며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하나라도 이용하는 사람은 94.2%에 달하는 것한다고 전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광고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7.2%에 도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시민단, 5개 그린워싱 사례 꼽아...

그린워싱 식별 강조

시민들은 조사가 완료된 후 5개의 주요 그린워싱 사례를 뽑았다. 유형별로는 자연이미지 남용이 2개, 녹색 혁신 과장이 2개, 책임전가가 1개다.

자연이미지 남용은 롯데칠성음료와 한진이 꼽혔다. 롯데칠성음료는 펭귄, 바다표범, 해달 등 멸종위기종 동물의 일러스트 디자인을 플라스틱병 라벨에 삽입했다. 그린피스는 라벨에 해당 동물들이 사라져 감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설명만 있고, 플라스틱 페트병 쓰레기로 해양생물이 피해를 받는다는 정보가 누락된 점을 지적했다.

한진은 해외 배송사업을 홍보하면서 숲속에 있는 비행기 이미지를 게재했다. 해당 게시물은 해시태그에 #Eco-friendly, #green이라고 표기됐으나 그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녹색 혁신 과장은 삼성스토어의 사례가 제시됐다. 삼성스토어는 자사의 냉매가 공인기관의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으나 자사가 만든 친환경 마크를 사용함으로써 인증을 받은 것으로 오인하도록 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삼성스토어는 마크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자사 마크’라고 기록했다. 그린피스는 또 다른 상품인 태양광 리모콘 역시 광고 이미지 하단에 ‘태양광 충전만으로는 사용 불가’라고 기재하고 USB-C타입 충전을 권장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책임 전가형은 GS칼텍스와 LX인터내셔널의 사례가 뽑혔다. GS칼텍스는 텀블러 사용 효과에 대한 게시물이 그린워싱으로 언급됐다. 석유화학 기업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임에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명시하기보다는 효과가 낮은 시민의 실천만을 강조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LX인터내셔널은 환경을 위해 기존의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하도록 하는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LX인터내셔널은 해당 보일러가 질소산화물 배출농도가 타사 제품보다 낮고 에너지 효율도 더 높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역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린피스가 조사한 그린워싱 마케팅 사례/그린피스
그린피스가 조사한 그린워싱 마케팅 사례/그린피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그린워싱을 통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사례가 늘수록 친환경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의 매출이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린워싱 행위가 발각됐을 때 친환경 시장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한 정다운 그린피스 데이터 액티비스트는 “그린워싱은 생활 소비재에 국한되지 않고 금융, 건설, 철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발견되며, 단순 환경 친화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더 복잡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그린워싱 방식이 교묘해질수록 소비자는 진짜 친환경 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라고 지적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조사 참여자 모두 그린워싱이 만연하게 일어나는 이유로 소비자와 기업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꼽았다”면서 “기업은 그린워싱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업의 기후 대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ESG 공시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해외서도 SNS 그린워싱 연구 활발...

빅테크 기업, 그린워싱 광고로 300억원 벌기도

기업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린워싱 광고를 하는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그린워싱 광고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다.

그린피스 네덜란드는 2022년 알고리즘 투명성 연구소와 하버드대학 과학사학과 박사 제프리 수프란에 의뢰하여 소셜미디어상의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그린워싱의 세 가지 그림자’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자는 EU에 기반을 둔 22개 기업이 올린 2325개의 게시물을 조사했고, 산업별로 그린워싱 홍보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한 게시물의 67%가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지만, 기후위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게시물은 6개(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단체인 스탑펀딩히트(Stop Funding Heat)는 지난 3월 화석연료 기업들의 그린워싱 광고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스탑펀딩히트는 메타와 같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그린워싱 광고를 통해 화석연료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구글은 세계 5대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로부터 2년간 친환경 광고 게재를 명목으로 2370만 달러(약 313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는 SNS 그린워싱을 식별하는 도구를 제시했다. 캐나다의 슐리히 경영대학원(Schulich School of Business) 디비누스 오퐁-타위아(Divinus Oppong-Tawiah) 교수는 지난 5월 ‘가짜 뉴스로서의 기업 커뮤니케이션: 트위터에 올라온 기업의 그린워싱’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는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 기업과 자동차 기업의 트위터(現 ‘X)에 올라온 게시물을 조사했다.

오퐁-타위아 교수는 “소셜 미디어의 가짜 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세계를 휩쓸었고, 이제는 지속가능성 영역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연구는 그린워싱을 식별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는 도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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