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그린워싱(Green Washing)'은 기업이 친환경을 과장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홍보하는 경우를 의미했다. 최근 글로벌 정유사 셸(Shell)의 광고가 영국 광고 심의위원회로부터 광고 금지 조치 결정이 내려진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ESG가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투자 분야에서도 책임있는 투자(Responsible Investment, 이하 RI) 용어에 대한 올바른 정의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캐나다의 산업협회 RIA(Responsible Investment Association)는 작년 말 CARET(Collaboration to Align and Refine ESG Terminology)를 구성하고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 이하 GSIA), 책임투자원칙(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이하 PRI), 국제재무분석기관인 CFA (Chartered Financial Analyst)와 같은 지속가능한 투자 네트워크와 협력해 ESG 용어를 표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RIA의 연구 및 투자 네트워크 이사이자 CARET 기술 위원회 위원인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은 "기술 위원회가 주요 ESG 및 지속 가능한 투자 개념을 검토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운영위원회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용어가 완성되면 CARET는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여러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투자에 대한 자체 정의에 이를 통합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급증한 펀드로 인해 그린워싱 위험도 증가
CARET 프로젝트는 2000년대 초반 발행된 펀드로 인해 생겨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시작됐다. 중소 규모의 자산운용사가 기본적인 ESG 심사, 참여, 테마 및 임팩트 투자 전략을 사용하여, 규제가 거의 없는 펀드 및 기타 상품을 발행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당시 대부분의 은행과 대형 자산운용사는 ESG 펀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에서 반등한 후, 지속 가능한 투자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면서 ESG 통합을 사용하는 펀드가 주목을 받았다.
이후 글로벌 지속가능투자 자산의 가치는 2016년 23조달러(약 2경9400조원)에서 2020년 35조달러(약 4경5000조원)로 급증했다. 미국의 지속가능투자는 2014년 4조달러(약 5100조원)에서 2020년 17조달러(약 2경1700조원)로 4배 증가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투자 상품이 점차 늘면서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 또한 함께 증가했다.
규제 당국은 새로운 규칙으로 대응했다. 유럽증권시장청(ESMA)는 지난 11월, ESG 펀드의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해 투자자들을 보호하도록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투자상품공시 규정안’과 ‘이름 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밖에 캐나다와 일본의 규제 기관 역시 유사한 규정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규제 단속으로 인해 ESG 산업 규모는 축소되었다. 미국 지속가능 책임투자포럼(US SIF)의 ‘2022년 지속가능한 투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지속가능한 투자 자산이 2019년 말 17조1000억달러(약 2경1800조원)에서 2021년 말 8조4000억달러(약 1경750조원)로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의 자산관리사 제프리스(Jefferies Group LLC) 역시 ESG펀드로 분류되는 펀드의 숫자가 전년 대비 84%나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투자자들 사이 가장 큰 혼란을 부른 ‘ESG 통합전략’에 대한 정의
투자 의사 결정 및 포트폴리오 구축에 다앙햔 ESG 기준을 적용하는 ‘ESG 통합(integration) 전략’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항목 중 하나다. ESG 통합전략이란 투자 분석 및 투자 결정에 ESG 요소를 명시하고 체계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진행된 '2023 RIA 컨퍼런스'에서 로빈슨 이사는 "ESG 통합전략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혼란의 원인은 ESG가 통합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볼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에 있는 기업들을 보면 어떤 주제가 채택되고 있는지 쉽게 식별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투자의 경우 스크리닝이나 주제별 전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로빈슨은 ESG 통합전략 외에도 4가지 다른 ESG 전략에 대한 정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크리닝, 주제별 투자, 스튜어드십 및 참여, 임팩트 투자 등이다.
CARET는 US SIF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ESG 통합전략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16곳의 대규모 자산운용사 중 8곳이 특정 ESG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거나 부동산 또는 특정 자산 클래스에 대한 기준만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ESG 통합전략을 재무 위험 관리에 통합해 ESG 스크리닝 또는 소셜 또는 환경 임팩트와 더 관련이 있는 주제로 구별할 것을 제안했다.
CARET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한 투자 산업을 새로운 용어로 정의하는 데 성공할 것인지 또는 규제 기관이 새로운 용어를 마케팅 규칙에 통합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아덴다 캐피털(Addenda Capital)의 CEO이자 RIA 회장인 로저 보슈민(Roger Beauchemin)은 "이 사업은 줄임말로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이 프로젝트가 업계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초적인 부분이지만 우리가 ESG 용어를 정의하려면 모두가 동의하는 강력한 기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EU 집행위, 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 완화…환경단체는 반발
- 모닝스타, 안티ESG펀드의 신규투자자 예금 감소...ESG의 승리?
- 이번엔 영국서...셸 친환경 광고, 그린워싱 문제로 금지당해
- EU의회, 그린클레임 금지 지침 통과…광고업계 “그린워싱 시대 끝났다”
- EU, '증거 없이는 친환경 주장도 없다'…그린워싱에 칼 빼들어
- 취리히 대학교 "제9조 ESG펀드 290개 중 40%, 지속가능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 미 SEC, 암호화폐 거래기업과 ESG펀드 정밀조사 강화
- 그린워싱 단속에 새로운 ESG펀드 급감
- "투자 심사 제대로 안 했다"... 호주 규제 당국, 뱅가드에 그린워싱 소송 제기
- 기업, 인스타 게시물도 관리해야…계정 10개 중 4개는 그린워싱 게시물 올려
- ESG 펀드 붐 끝났나… 영국 투자자 대거 이탈
- 미 SEC, 그린워싱 단속 나선다... 펀드명과 투자정책 일치 '이름 규칙' 최종 의결
- 반(反)기후 로비 기업, 주주행동주의 집중타깃...글로벌 자산운용사 악사 의결권 정책 발표
- 유니레버, 넷제로 방해하는 산업협회 탈퇴 선언...27개 협회 조사결과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