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나이키의 제3세계 아동노동 사건’ 이후 공급망(Supply Chain)의 지속가능성은 모든 기업의 주요 관심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S(사회) 부문의 핵심으로 손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이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관한 이슈는 가장 빈번하게 부각되는 리스크로 손꼽히고 있다. 공급망 네트워크가 한없이 복잡한데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이슈는 자칫 기업 브랜드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스타벅스, 필립스66 등 22개 기업 작년 이후 13개 공급망인권 지표
개선 전혀 없어
스타벅스와 필립스 66은 최근 ‘공급망 인권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기업’이라는 오명으로 해외 언론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벤치마크 연합(WBA)의 기업 인권 벤치마크(Corporate Human Rights Benchmark)의 최근 조사결과가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WBA에 따르면, 230개 기업의 절반 가량이 유엔의 비즈니스와 인권지침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특히 스타벅스와 필립스 66(텍사스에 본사를 둔 미국 에너지기업)을 비롯한 22개 대기업은 작년 이후 13개 주요 지표 중 어느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WBA의 카밀 르 포르스씨는 "176곳의 투자자들이 2019년 모든 인권실사 지표에서 0점을 받은 95개 기업들에게 개입하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9곳은 2020년에 여전히 0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WBA(World Benchmark Alliance)는 2018년 영국계 금융그룹 아비바(Aviva), 유엔 재단, 인덱스 이니셔티브에 의해 출범했으며 SDG(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와 관련된 기업 벤치마크의 개발을 담당한다. 이번 연구는 아이리스재단(EIRIS Foundation) 및 ESG 데이터 및 분석 회사 렙리스크(RepRisk)와 협력해 진행됐다.
문제가 된 기업의 인권 이슈 85%는 인도와 중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5건의 인권 이슈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사망이나 부상을 초래한 강제노동, 아동노동 또는 보건안전 침해 등과 관련이 있었다. 기업들의 3분의 1 가량만이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진행했고,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책을 준 곳은4%에 불과했다.
영국계 금융기관 아비바 인베스트먼트의 지속가능 글로벌책임자인 마티 보르허그(Marte Borhug)씨는 “너무나 많은 대기업들이 인권 이슈, 특히 공급망의 실사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은 투자자뿐 아니라 다른 이해관계자 그룹에게 왜 공급망 인권에 관한 공시가 저조한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니레버, 아디다스, 에니(ENI·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 에릭슨(스웨덴의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등은 지난 1년간의 인권 부문 실사에서 개선이 이뤄진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연구에 처음으로 포함된 자동차 산업의 경우 30개 완성차 업체 중 50% 이상인 기업은 단 한곳도 없었고, 절반이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완성차 업체는 공급망 내 인권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장 위구르 인권문제, 독일 폭스바겐으로 옮겨와
특히 독일 폭스바겐의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 공장은 ‘뜨거운 감자’와 같은 사안이다. 지난해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는 지난해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탄압 실태를 보도했다. 이곳에서 현재 100만명의 무슬림들이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구르 인권단체는 이곳에서 고문과 낙태가 이뤄지고 있고, 이슬람을 비난하고 중국 공산당을 찬양하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인권 문제의 불똥이 독일 폭스바겐으로까지 옮겨오고 있다.
독일 쥐덴도이체 짜이퉁, 프랑스 르몽드, 영국 BBC 등 유럽 주요매체들은 “폭스바겐과 중국 경찰이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고 폭로하며, 폭스바겐의 기업 윤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가 글로벌에서 심각해지자, 각국 기업들은 공급망에서 이곳을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추세다. 특히 미국의 경우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신장 위구르 지역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일부 상품에 대해 ‘인도보류명령’을 발표했다. 아디다스는 지난해 신장에서 원사를 조달하지 않도록 했고, 의류회사 갭은 올 3월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 의류를 소싱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중국지사 스테판 볼렌슈타인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공장에서 600명의 노동자가 1년에 2만대 가량의 차량을 생산한다”며 공장 운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폭스바겐 공장이 인근 준군사 경찰조직과 협약을 맺는 등 중국 정부와의 정치적인 문제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눈치도 봐야 하고, 유럽의 시민단체와 소비자 눈치도 봐야 하는 폭스바겐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애플, 대만 협력업체 '페가트론' 이슈 생기자 "신규발주 중단"
애플 또한 공급망 이슈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9일(현지시각)에도 대만의 협력업체인 ‘페가트론’에 대해 신규 발주를 중단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페가트론이 학생 근로자를 고용해 야간 근무와 초과 근무를 시킴으로써, 애플의 공급업체 행동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페가트론이 자사의 노동규정 위반을 은폐하기 위해 서류를 위조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학생들이 집과 학교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적절한 보상조치를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페가트론의 학생 프로그램 감독을 맡았던 임원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필요한 모든 시정조치를 이행할 때까지 신규 발주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가트론이 노동법 위반 혐의로 논란이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폭스콘, 캐처테크놀로지 등 애플의 다른 중국 생산업체들도 과거 현지 노동법을 위반한 바 있다. 애플은 2018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는데 당시에는 소극적이었으나, 이번에는 문제가 커지기 전에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소셜미디어 시대, 공급망 이슈의 리스크가 점점 강해진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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