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가 던진 질문들
사회공헌의 준조세화, 이대로 두어도 되는가

‘2020 전경련 사회공헌백서’가 발간됐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사회공헌에 관한 양적, 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통계 데이터다. 물론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기부금 총액과는 차이가 있지만, 기업의 사회공헌에 관한 흐름을 알 수 있는 자료다. 특히 올해 사회공헌 백서에는 특이사항이 발견됐다. 

이번 조사에서 5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총 지출액은 2조9927억711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4.8% 가량 늘어났다. 특히, 기업의 평균이익 48.1% 급감했음에도, 한 개사당 사회공헌 지출액이 7.5%나 증가했다고 한다. 언뜻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업이 자선단체가 됐나? 왜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사회공헌을 늘리는 걸까?’ 그런데 최근 만나본 사회공헌 혹은 비영리단체(NPO) 담당자들은 “신규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거의 씨가 말랐고, 대부분 기존 사업을 유지하거나 구조 조정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왜 이런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서 사회공헌 총액을 집계하는 기업들의 숫자가 매번 바뀐다. 500대 기업 중 2015년에는 255개, 2016년에는 196개가 조사에 참여했고, 2018년에는 206개사가 그러고 이번 백서에 담긴 2019년에는 220개사가 조사에 참여했다. 엄밀히 말하면 모집단이 차이나는 전경련의 사회공헌 지출액 조사는 신뢰성 면에서 매우 낮으며, 단지 그 흐름을 아는데 도움이 될 뿐이다.

대기업 사회공헌 지출액을 보면, 1998년 첫 조사를 하던 당시 3327억원에서, 2002년 1조원 초과, 2008년 2조원 초과, 2011년 3조원 초과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후, 2012년 역대 사회공헌 금액 최고치인 3조2534억원을 기록한 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최근 5년간은 2조원대 후반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정권별 사회공헌 금액 흐름이다. 이명박 정부(2008~2012)는 사회공헌을 역대급으로 많이 늘렸는데, 2조1601억원에서 3조2534억원이 됐다. 5년만에 1조원이 늘었다. 박근혜 정부(2013~2017년이나 2016년까지로 집계)는 2조8114억원에서 2조947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7000억 가량 줄어들어, 이명박 정부 초기 시절로 되돌아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2017년~현재)는 임기 초에 사회공헌 금액이 확 늘어나 2조7243억원이었다가, 2조6060억원, 2조9927억원으로 다시 3조원대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다.

때문에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액을 제대로 보려면, 한 개 기업당 평균 지출액 규모를 보는 게 더 정확하다. 평균 지출액 규모로 보면, 2012년 139억원이었고, 이번 조사에서(2019년 기준) 136억원이니 사실상 역대 최고치였던 MB정부 시절과 비슷한 정도다.

흥미로운 지점은 사회공헌액 지출은 정권 초부터 서서히 늘어나다,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등락폭이 매우 크다. MB정부 시절 과도하게 사회공헌 금액이 늘어난 부작용인지, 박근혜 정부 초기 2013년 13.6%나 줄어들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권교체기에는 27.8%가 줄었다, 다시 30.1%가 늘어나는 등 등락폭이 매우 컸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대기업들의 세전 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은 4%에 달하며, 분석기업 220개사 중 34개사(15.5%)나 세전 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결국 “사회공헌이 준조세가 되었다”는 그간의 논란들을 증명해주는 통계로 볼 수 있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소위 ‘총알’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회공헌 금액을 줄였다 정권 초에 다시 늘리는 현상을 보여준다. 또 정권 눈치 때문에 적자가 나도 쉽사리 “사회공헌 못해요”라고 금액을 줄이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공헌의 준조세화로 인한 피해자는 누구일까? 사회공헌 비용은 기업의 것인가, 정부의 것인가, 시민 혹은 지역사회의 것인가. 사회공헌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중 S(사회) 부문을 차지하는 주요 항목 중 하나다. 2조9000억원을 둘러싼 ‘사회공헌 비용의 거버넌스’에 관한 윤리와 투명성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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