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인 제이 클레이튼이 전격 사임을 발표하면서, 미국 기업의 ESG 공시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향후 몇 년 사이에 탄소배출량, 다양성(Diversity) 및 기타 여러 가지의 지속가능성(ESG) 지표를 더 많이 공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지속가능보고서에 자신들이 공개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에 따르면,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만 하는 중요한 이슈일 경우에만 ESG 정보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비재무 데이터를 많이 요구해왔지만, 일부 기업들의 경우 데이터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에이미 보러스(Amy Borrus) 기관투자자협의회 전무는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기업 의무공시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이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SEC 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제이 클레이튼이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반년 앞당겨 올해 말 사임한다고 최근 밝혔다. 기후변화 등 비재무지표에 관한 공시 규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유럽과 달리,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동안 ESG 공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난 5월 미국 SEC의 투자자문위원회(IAC)는 “SEC가 기업의 ESG 공시 의무화를 강력히 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클레이튼은 이에 대해 “ESG를 재무공시와 결합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유용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지난 9월에도 SEC는 투자자가 ESG와 관련해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투표할 수 있다는 제안서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ESG 투자 흐름과 기관투자자들의 압박은 계속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로운 수장이 임명되면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음을 예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AMAC, "SEC는 ESG 공시를 재무기준과 동등하게 간주하라" 권고

일례로, 지난 3일(현지시각)에도 미국 자산관리자문위원회(AMAC·Asset Management Advisory Committee)는 ESG소위원회를 열고 “SEC가 ESG 공시 프레임워크를 재무회계기준과 동등한 수준으로 간주하도록 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의 투자자문위원회의 ESG 의무공시 압박에 이은 것이다. AMAC에는 골드만삭스, 모닝스타, S&P, 다우존스, 피델리티, 뱅가드, EY 등이 멤버로 속해 있다. 이번 예비 권고안에는 SEC가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회계원칙(GAAP)와 같은 방식으로 중요한 ESG 리스크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SEC가 어떤 방식으로 ESG와 관련한 공시 제도를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ESG 공시 표준 및 프레임워크에 관한 통일 작업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SG 컨설팅 회사인 G&A Institute에 따르면,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경우 2011년 20%밖에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으나 이 비율은 지난해 90%까지 늘어났다. 지속가능보고서의 발간 비율은 늘었지만,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어떤 지표는 공개하고 어떤 지표는 공개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제각각이었다. 루이스 코폴라 G&A Institute 총괄 부사장은 “우리가 어떤 권위있는 기관을 갖게 될 때까지, 비재무 지표에 대한 기준과 공시는 당분간 야생상태에 놓여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SEC가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의 프레임워크와 같은 기존의 보고체계를 채택하도록 기업에 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적어도 2022년까지는 ESG와 관련한 공통된 표준이 완성되긴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올 가을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지속가능성 보고를 총괄할 새 이사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해놓은 상태다.

영국은 2025년부터 기후변화 관련 의무 공시를 실시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영국처럼 각 국가별로자체적인 의무 공시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은 “ESG 표준화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특정한 ESG 기준을 채택하는 것도 어렵다”고 공통의 프레임워크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촉구한다.

향후 진행이 어떻게 되든, 바이든 행정부가 이 아젠다에 훨씬 더 적극적일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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