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모든 게 불확실했던 2020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불확실성으로 가득찼던 2020년에도 희망은 보였다. OECD와 IMF등 국제기구는 2020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5%, -4.4%로 상향했다. 대부분의 국가도 V자형 경제회복에 성공하면서 내년에도 아주 비관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앞둔 시점, 증권사들은 각각 내년도 경제를 전망하는 리서치 보고서를 내놨다. 증권사들은 “내년도 경제 회복,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단, 경기 하락 직후 상위 계층이 체감하는 경기는 수직 상승하지만, 하위 계층은 수직 하락하는 K자형 반등을 그리면서 회복한다고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투자의 키워드를 ‘Bridge the Gap(좁혀질 간극과 위험)'으로 선정했다. 고용시장의 양극화와 중앙은행들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경제 회복은 지속되지만, 대면 활동 비중이 높은 도소매업, 운송업, 건설업 등은 여전히 피해를 입고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혹독한 코로나 여파가 남아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양극화 현상이 기업·노동자 등 전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멋진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봤다.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작인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급격히 진보하는 과정 속에서 과학 만능주의가 대두되고 인간성은 사라지는 현상을 그렸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디지털로의 전환으로 경기는 부진했지만, 생산성은 향상되고 기술혁신도 진보했다”며 “하지만 발전의 그림자로 연령대별, 학력별, 인종별 일자리와 소득에서 심각한 양극화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금융시장은 가속화된 디지털화와 양극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어떻게 격차를 줄이고 기업들이 변화하는 지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화된 계층 양극화로 재정 부양정책 확산

ESG는 주주중심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키워드

이런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도 경제 회복은 민간이 아닌 공공이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자금의 공급자가 민간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으로 이동하는 ‘The Great Shift(대전환)’ 시기라고 명명했다. 역사적으로 세계대전, 대공황 등 거대한 충격 이후에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확대 돼 왔는데,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내년엔 자금 공급의 축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게 됐고, 실제로 경제적 피해로 이어지는 등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국 정부들이 돈을 풀 것이라 예측했다. 초저금리로 인해 관대해진 재정 적자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일자리 확보의 긴급성도 재정 정책 확대에 한 몫 한다고 봤다. KB증권은 “재정정책이 처음 확대됐던 뉴딜처럼, 친환경을 내세운 주요국의 대대적인 인프라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주주 자본주의와 공공성이 강조되는 자본주의의 ESG 관점 차이/KB투자증권
주주 자본주의와 공공성이 강조되는 자본주의의 ESG 관점 차이/KB투자증권

KB증권은 내년 경제 전망의 키워드로 ‘공공자본주의’를 제시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자본주의에서 공공자본주의로 이동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내년엔 ESG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봤다. 지금까지 기업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엇이든 해왔지만, 큰 정부의 등장으로 공공성이 강화되면서 ESG는 메가트렌드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증권도 ‘도덕적 자본주의’라는 키워드로 ESG를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기존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등장했지만, 금융위기와 코로나19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의 문제점이 심화되면서 기업이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도덕적 자본주의’로 관점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기후변화, 의료위기 등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SNS와 개인미디어 등을 통해서 대중이 세력화되고 있다”며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익만 쫓다가 평판을 잃으면 생존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이미 메가트렌드인 ESG는 사회적 양극화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덧붙였다. 환경보다 성장에 치우치던 기업에게 제동을 거는 시도로 주주들과 함께 사회적 효과를 고려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순환적 회복 시사

4차 산업혁명은 ‘탈탄소 경제’

신재생에너지·전기차 강세는 여전할 것

증권사들은 순환적 회복을 예상했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펼치며 교역이 확대되면 선진국, 대형 기술주뿐만 아니라 신흥국, 경기민감주까지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수요 증가가 신흥국 수출 확대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기는 동반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은 순환경제를 다른 의미로 전달했다. 코로나19로 기후변화, 폐기물 등 환경문제가 대두되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화의 흐름을 순환이라고 표현했다. NH투자증권은 재화의 흐름이 생산→소비→폐기에서 생산→소비→관리→재생의 ‘순환형’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은 내년을 ‘전환경제’로 규정하며 네 가지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 예측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다. 디지털 전환은 신기술 외에도 상품과 같은 유형자산보다 기술 및 서비스 등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가 높게 평가 받게 된다는 의미다. 중국이 내수 부양과 기술 독립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미-중 기술 패권 갈등은 단기간 마무리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패권 다툼으로 글로벌 밸류체인(가치 사슬)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공급망을 자국으로 회귀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연구원은 “변화된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한 업종이 소외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부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했다. 디지털 혁신과 기후변화 정책 강화의 교집합에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1차 산업혁명이 석탄 중심, 2~3차 산업혁명은 석유 중심의 탄소 경제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탈탄소경제”라며 “디지털 산업의 성장과 코로나19라는 기폭제로 기후변화 대응은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 산업으로는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가 꼽힌다. 전기차 침투율은 3.4%로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 확장 가능성이 크고,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각국 정부의 지원이 동반 확대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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