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 ESG에 대한 국내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문용어 취급받던 ESG는 각종 기사에서 단골손님으로 나오고, 투자자라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메가트렌드’가 됐다는 시각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와 맞물려 투자자 뿐 아니라 금융사, 컨설팅사, 기업, 정부까지 ESG에 맞춰 전략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말을 맞아 임팩트온에서 ESG 10대 중요 뉴스를 정리해봤다. 

 

1월 국민연금, 책임투자 원칙 개정

올해 1월,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원칙을 13년 만에 개정하며 ‘지속가능성’을 추가했다. 2006년 5월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독립성에 ESG 요소를 고려하는 지속가능성을 추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주식 일부에만 적용했던 ESG 요소를 국내외 주식 및 채권으로 확장, 최근엔 2년 내에 기금 전체 자산의 50%에 책임투자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굴리고 있는 자산은 국내 주식 71조6000억원, 국외 주식 166조원, 국내 채권 투자는 322조원으로, ESG 관련 투자는 2024년 약 5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3월 KB금융지주, ESG 위원회 출범

KB금융지주는 사내 및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KB금융지주는 금융사 중 최초로 이사회 수준에 맞먹는 위상으로 ESG 위원회를 구성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KB금융지주는 이후 ESG 상품ㆍ투자ㆍ대출을 50조원까지 확대하는 ‘KB 그린웨이(GREEN WAY) 2030’ 전략을 발표하고, 모든 계열사가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는 등 즉각적인 ESG 전략을 수립, 추진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신한금융지주는 ‘지속가능경영협의회’,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원회’, 삼성전자 ‘거버넌스위원회’ 등 이사회 내 분과로 ESG를 고려하는 위원회가 존재하긴 하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결과 유가증권시장 100대 상장사 중 12개 기업만 ESG 위원회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한국거래소, SRI 채권 세그먼트 오픈

한국거래소는 6월 국내에서 발행된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채권을 한 눈에 모아둔 세그먼트를 오픈했다. 2018년부터 국내에서 몇몇 기업과 금융사가 SRI 채권을 발행해오긴 했지만, 이들 정보를 한 곳에 모아주는 곳은 없었다. 특히 SRI 채권의 경우 발행된 채권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공시하는 사후검증이 필수적이지만, 이전까지는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진행해왔다. 한국거래소는 세그먼트를 오픈하며 투자자 신뢰를 쌓기 위해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 검증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12월 기준 81조2000억원 규모가 발행됐다.

 

7월 금융위,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 방향 발표

금융위원회도 기후변화를 금융리스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융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하며 “기후위기는 그린스완(Green Swan)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로 인한 금융리스크를 관리하고, 녹색산업·금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부처가 기후위기를 확실한 리스크라고 규제한 덕분에, 이후 금융사들도 더욱 적극적인 기후 대응 전략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금융위는 ▲2026년부터 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화 ▲환경·사회 정보 공개 가이던스 마련 ▲탄소 배출업종 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된 금액을 의미) 측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8월 배출권 구매 기업 증가, 배출권거래제 3기

내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3기 시행을 앞두고 배출권을 돈 주고 사야하는 기업이 늘었다. 업종을 세세하게 분류하면서 기존 62개 업종 중 26개 업종만 배출권을 구매해야 했다면, 내년부터는 69개 업종 중 40개 업종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더불어 기존 할당된 배출권 중 3%만 돈 주고 구매하면 됐다면, 이젠 10%를 구매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배출권을 할당 받은 기업과 한국산업은행 등 시장조성자만 배출권 거래가 가능했다면, 내년부터는 투자사나 개인 등 제3자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가장 큰 문제였던 유동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8월 한국, ESG 채권 발행 아시아 1위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이 119억달러(약14조1000억원)의 ESG 채권을 발행해 아시아 ESG 채권 시장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 규모로 따지면 미국, 프랑스, 독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정부의 그린뉴딜 발표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로 채권 발행을 주도했으며 주택금융공사와 국민은행도 활발히 발행했다. 지금까지 아시아 최대 ESG 채권 발행국은 중국이었다. 올해 글로벌 ESG 채권 발행 규모는 4841억달러(약 529조원)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9월 공정경제 3법,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논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대기업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등을 목표로 한 공정경제 3법이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정경제 3법은 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의 개정을 뜻한다. 개정안에는 자회사에 손해를 입힌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이 담겼다.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됐던 ‘3%룰’은 일부 완화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단순 3%만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반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기업이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다치게 되면 사업주를 처벌하자는 법인데, 경제단체들은 “감당하기 힘든 과잉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노동자의 안전과 인권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국민청원에 10만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10월 정부, ‘2050 탄소중립’ 선언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2060년까지, 일본은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고 난 후 일주일만이다. 정부는 한달 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3가지 축을 중심으로 하위 10대 과제를 선정해 저탄소 경제로 구조적 전환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이라는 구조적 한계, 기술 발전의 낙관적 전망만 제시하는 정부의 모습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월 한전·삼성물산 ‘탈석탄’ 선언

비금융사 최초로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이 “앞으로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을 중단하겠다”며 탈석탄을 선언했다.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사업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국내외 환경단체와 글로벌 투자가들에게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전력은 올해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부터 투자 중단 경고를 받은 바 있으며, 네덜란드 연기금(APG)는 한전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역시 영국최대 기업연금 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 그룹, 노르웨이 연기금 KLP 등으로부터 “석탄화력 발전 참여 철회와 석탄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공식 선언하라”는 서한을 받은 바 있다. 양 사는 “정부 간 관계, 고객·파트너 신뢰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붕앙 석탄화력 발전에서 빠지긴 어려우나, 차후 신규 석탄사업은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11월 SK, RE100 가입

SK그룹 8개 관계사가 한국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인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자는 이니셔티브다. 구글·애플·GM·이케아 등 전 세계 263개 기업이 가입했다. RE100에 가입한 후 1년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매년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8개사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한국전력과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제3자 PPA’(전력구매계약)이나 한국전력에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하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인정받는 ‘녹색요금제’ 등을 활용할 방침이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ESG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탄소배출 감축과 친환경이 내년도 키워드이니만큼, 내년은 더욱 ESG와 관련한 다양한 이슈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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