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스튜어드십’ 가이드라인 발간
기후변화 진전없는 기업 191명 이사진 와치리스트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전 세계에서 가장 탄소 집약적인 기업 440곳의 이사진 191명을 ‘감시 중(On Watch)’으로 배치하고, 2021년에 ‘기후변화 리스크 관리 및 보고에 관해 중대한 진전을 보이지 않는 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은 7조8000억달러(약 850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며, 올해 초 래리핑크 회장이 핵심 투자 원칙으로 ‘지속가능성’을 표방한 바 있다. 

블랙록이 10일(현지시각) 발간한 ‘2021년 스튜어드십’ 보고서에서 내년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밝혔는데, ▲이사회 및 직장내 다양성 ▲핵심 이해관계자 관심사에 관한 이해 ▲2050 넷제로 계획 등이다. 보고서에는 특히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효율성이 무척 중요하다”며 “충분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이사회에 대해서는 재선에 반대하는 투표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더 강화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말까지 블랙록은 2000개 이상의 기업에 3000건 이상의 관여활동(engagement)을 벌였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절반 이상이나 늘어난 수치다. 

 

블랙록, 1000개 기업 기후변화 이슈 관찰할 것 

엑손모빌 이사진 40% 교체요구 등 주주행동 거세져

블랙록이 내년 가장 크게 관심을 쏟을 사안은 저탄소 경제와 다양성 이슈로 보인다. 저탄소 경제와 관련, 블랙록은 올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55명의 이사진에 관한 재선 반대투표 의견을 냈다. 2021년에는 1000개 이상의 기업으로 기후변화 이슈를 확장할 것이며, 이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Scope1과 Scope2, 즉 직접배출과 간접배출)의 90%를 커버한다고 블랙록은 밝혔다.

글로벌 석유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이사진 압박은 블랙록뿐 아니라 다른 메이저 기관투자자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 또한 “2021년에게 파리협정을 부실하게 이행하는 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투자자들에게 투표를 권고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고, 미국 2위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교직원연금(CalSTAS·캘스터스)도 이사회 변화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행동주의 투자기업 엔진넘버원은 최근 엑손모빌 이사회에 “재생에너지 전문가 등 신규이사 4명을 선임하라”는 공식서한을 보냈는데, 10명 중 무려 40%의 이사진을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 요구에 캘스터스도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블랙록, "아시아 시장, 성별 다양성 부족하면 이사 선임 반대"

이사회 다양성 또한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2년 동안 러셀 3000에 속한 이사회를 검토했고, 성별 다양성이 부족한 경우 이사 선임에서 반대했다”며 “우리는 미국에서 이사회 다양성과 더불어 최소 2명의 여성이사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9년 다양성을 이유로 이사진 선임에 반대표를 던진 기업의 경우, 올해 41%가 이사회 다양성을 개선했다고 블랙록은 밝혔다.

이사회 다양성 이슈 또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나스닥은 얼마전 미국 거래소에 등재된 기업에 최소 여성 1명, 소수자 1명을 포함해야 한다는 제안을 발표했고,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SSGA)는 “기업들에 인종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척도와 목표를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여성이사 혹은 다양한 이사진이 구성되지 않으면, 더 이상 미국과 유럽에서 상장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블랙록은 특히 “아시아 시장과 관련해, 최소한의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 기대치를 제시하고, 만약 현지에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반대투표를 할 것”이라고 보고서에 명시했다. 

 

한전 "9월 이사회에서 현직이사 3명 재선 반대표 던져"

한편, 블랙록은 이번 보고서에서 스튜어드십에 기반한 다양한 주주행동 사례를 밝혔는데, 여기에 또 ‘한국전력(Kepco)’ 사례가 포함됐다. 블랙록은 “9월 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석탄발전 투자를 계속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현직 3명의 이사 재선에 반대표를 던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2주 후에 곧바로 베트남 석탄발전 투자를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블랙록은 한전의 2050 넷제로 계획을 환영하면서도 “필리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석탄 투자 사업에 관해 종료하거나 전환하는 등의 장기계획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전은 내부 검토단계인 필리핀 팡가시난사업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추진하며, 남아공 타바메시 사업은 중단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한전은 지난 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계속해서 블랙록의 글로벌 리포트에 이름을 올리면서,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로 낙인 찍힐 우려도 나온다. 

블랙록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 투자자들이 주주행동주의를 적극 펼침에 따라, 내년에도 이와 관련한 국내 기업들의 모니터링이 예상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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