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고문이었던 브라이언 디스(Brian Deese)를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전했다. 브라이언 디스는 백악관을 떠난 이후 2017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전무이사로 지속 가능한 투자를 담당해왔다. 디스의 영입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정책이 최우선될 것임을 시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폴리티코(Policitico)에 따르면, 브라이언 디스는 초대 NEC 위원장으로 내정됐으며 공식발표는 이번 주말 이뤄질 예정이다. NEC 위원장은 상원 인준이 필요하지 않은 자리다. 디스는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 선거운동을 도운 이후 오바마 행정부 국가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백악관 예산관리국 부국장, 대통령 선임 고문 등을 역임했다. 특히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면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협상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대법원과 자동차, 금융산업 관련 현안에도 공을 들인 바 있다.
디스가 블랙록에 합류하면서 지속가능한 투자는 급물살을 탔다. 블랙록 래리 핑크 CEO는 수익의 25% 이상을 석탄으로 얻는 기업에 투자를 철회하고, 수백 개 대기업에게 기후친화적 투자를 하도록 촉구해왔다. 디스는 블랙록 전무이사 재직 당시 “기후 변화는 중요한 자본 배분배를 주도할 것”이라며 “(블랙록은) 시장이 기후 위기로 인한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디스의 선임은 기후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기후 정책의 해결책을 시장에서 찾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부의 개입으로 뉴딜정책을 풀어나가자는 입장에 있는 진보적인 민주당 인사들과 정책 노선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은 ‘자신은 온건한 사람’이라고 말해온 바 있어 정책을 일관적으로 밀고 나갈 수도 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인 환경 정책을 엿볼 수도 있다. 디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통해 “최우선 환경 과제는 전반적인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 인프라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리모델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재정 지출을 크게 담은 사회기반시설 구축 법안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수송 부문을 전기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디스는 2009년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이 참여한 자동차 구제금융에 참여한 바 있다. 900억 달러의 청정에너지 연구비를 조성하는 등 디스는 지난 1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용을 대폭 낮추는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일부 진보 단체들은 디스가 블랙록에서 맡은 역할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기업과 금융권을 위해 일한 인사를 합류시켜서는 안 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비영리 환경단체 아마존워치(Amazon watch)의 모이라 비르스(Moira Birss) 기후금융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에 들어가는 ‘블랙록’ 임원이라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과감하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탈탄소화 하기 위해 월스트리트의 금융사들을 규제할 의지가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보호유권자연맹(the League of Conservation Voters)의 진 카핀스키(Gene Karpinski) 회장은 "오랜 기간 기후정책을 맡아왔던 디스를 핵심 역할에 임명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환영했다. 그는 "더 강력한 청정 자동차 표준을 세워 자동차 산업의 재건을 도왔고, 파리 기후협정을 성공적으로 체결하는 등 디스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험 많은 기후 지도자"라며 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