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던 파워 반도체, 일본에선 전기차로 훨훨
일본의 반도체 대기업인 도시바와 후지전기 등이 시스템 반도체인 파워반도체 시설을 늘리고 있다. 도시바는 2023년까지 약 800억엔(약 8418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3배 높이고, 후지전기는 2023년까지 국내외에 1200억엔(약 1조2627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에 나서자, 파워반도체가 차세대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파워반도체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바꾸는데 쓰이는 반도체로, 전기차 성능 향상에도 기여하는 핵심 부품이다. 지금까지는 발전소 설비용으로 사용됐지만,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파워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전기차 이외에도 태양광, 풍력발전 등 4차 산업 혁명의 핵심부품으로 불린다.
도시바는 공장설비 확충을 통해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웨이퍼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월 생산 약 15만매에서 20만매 정도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등 해외 완성차 업체에게 공급한다. 후지전기는 공정 생산능력을 2019년 대비 30% 높여 2023년까지 생산량의 50%를 완성차 업체에게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파워반도체를 외면해왔다. 반도체에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있는데, 국내는 대기업 위주의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발전해왔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 3곳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이 PC 시장이 급속하게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PC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던 때에 삼성, 금성, 현대가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면서 반도체 편중이 심화됐다.
하지만 ESG가 떠오르면서 친환경, 그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파워반도체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확산되던 2017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2018년 비메모리 분야의 시장규모는 3109억 달러로 메모리(1658억 달러) 분야의 약 2배에 달한 바 있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 또한 2020년 170만대에서 2025년 850만대로 약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점점 확장세인 파워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력은 미국, 유럽 다음이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옴디아(Omdia)에 따르면 미쯔비시전기, 도시바, 후지전기 등 대기업 3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도 2050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파워반도체 등 에너지 절약 제품에 세제 혜택을 적용키로 했다. 비록 완성차 시장에 뛰어든 시기는 늦었으나,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조달하는 자국 기업들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과정에서 자국 기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수출차 10대 중 1대는 ‘친환경차’
지난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해외로 수출된 차량 10대 중 1대는 친환경차인 셈이다. 2016년 0.8%에 불과했지만 2017년 2.2%, 2018년 4.4%, 2019년 7.7%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EV)과 기아차 니로 EV 등 전기차는 지난해 11월까지 11만2,254대가 수출돼 전년 동기 대비 67.2% 증가했다. 수소차도 이 기간 865대가 수출돼 24.3%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 4위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보고서 ‘'2020년 자동차산업 결산 및 2021년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자동차 수요는 15% 감소한 반면 전기차 수요는 3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내년에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