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ESG 책임투자 기반조성 발표자료에는 4가지 부문, 즉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의무화 확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활성화 ▲스튜어드십코드 성과 평가 및 개정 검토 ▲의결권자문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도 정비 등이 핵심이다.

특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화에 관한 3단계 로드맵이 마련됐다는 점이 큰 주목을 끌었다. 전 세계가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공시 제도가 마련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방법론을 둘러싸고 전문가들의 해석은 엇갈렸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와 관련한 사안들이 급변하고 있는데, 이번 공시 의무화 시점이 그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며 “2025년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하는 건 너무 늦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2030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공시 의무화가 적용된다.

이종오 국장은 “앞으로 5년 동안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ESG 정보를 통일된 양식으로 비교가능성 있게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라며 “한국거래소에서 1월에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발표한다고 해도, 자율공시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정보만 보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미 해외에서는 ESG 정보공개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고, 친환경 분류기준인 택소노미(Taxonomy)까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2030년까지 사실상 10년 동안 유예하는 것 자체가 전 세계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 국장은 “어차피 ESG 정보 공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기업도 정보공개를 통해 취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ESG 리스크를 대비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정보 공개를 늦추면 기업은 안일해질 수밖에 없고, 회사 경쟁력을 갖출 시간이 부족해진다”고 밝혔다.

임대웅 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대표는 “2025년이면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태스크포스) 권고안에 따라 기존의 재무제표에도 비재무지표(ESG요소)가 반영될 상황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는데,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플레이를 하는 마당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업무를 오래 해온 한 컨설팅기관 대표는 “이미 현재도 자율공시만 안하고 있을 뿐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은 모두 자사 홈페이지에 올려놓기 때문에, 이것을 보려는 투자자들은 다 볼 수 있다”며 “공시를 통해 같은 기준으로 정보가 공개되어야 비교가 가능한데, 자율공시를 할 경우 사실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거래소에서 발표할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의 뚜껑을 열어봐야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GRI(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나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의 글로벌 표준에 의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거래소 기준으로 다시 정보 공개를 하려면 혼선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의 경우 글로벌 표준과 거래소의 ESG 가이던스를 비교한 후, 갭(Gap)이 뭔지 확인하고 가이던스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존에 자율공시를 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기업은 지금이라도 자율공시를 해야 하며, 2025년 의무화 대비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책임투자의 기반이 아직 조성되지 못했고, 공감대 형성이 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 총수 신년사에 ESG가 안 들어간 곳이 없을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며 “유럽의 비재무보고 또한 상당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의무화로 나아갔는데, 우리는 작년 말에야 기업들이 ESG위원회와 전략팀을 조성하는 등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들이 기업들한테 소화불량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및 의무화에 앞서 ESG 평가지표에 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결국 대학에서 수험생을 평가하는 평가지표에 관한 공감대가 있다는 의미다. 기업 ESG 정보공개 또한 기업들의 평가에 맞는 공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데, 현재 ESG 평가기준이 너무 많아 통합과정에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제대로 반영이 됐는지 모르겠다.”

글로벌 흐름상 ESG 공시 의무화로 나아가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ESG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는 20개국 안팎이다. 유럽은 2021년 3월부터 ESG공시 의무대상이 연기금에서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로 확대된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기업에 ESG 정보 공시 의무화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일본은 올 상반기 ESG 공시 방법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현재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ESG만 자율공시하고 있으나,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ESG에 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상황이 바뀔지 주목받고 있다. 

이제 개별기업들의 들쑥날쑥 지속가능보고서 또한 정확성, 명확성, 비교가능성, 적시성이라는 ESG 정보공개의 일반원칙에 맞게 공시 표준화로 향하는 대전환기를 맞이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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