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현대·기아차도 ESG 채권 발행에 나선다. 내연기관차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도 예정된만큼 회사채 대신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다음달 각각 3000억 원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을 계획 중이다.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 결과가 좋으면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할 방침이다. 조만간 주관사 2~3곳을 선정해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돌입한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글로벌 3대 친환경차 제조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걸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신규 디젤엔진 개발을 완전 중단했다. 가솔린과 디젤 파워트레인(엔진) 연구조직에 대해 유종 구분을 없애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신규 개발을 중단함에 따라 지금까지 개발 완료한 엔진의 일부 개량형만 추가해 선보인다. 대신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67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전기차·수소연료전지·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차 또한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는 등 내연기관차를 탈피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2027년까지 7개의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5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6.6%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또 2026년까지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들어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의 그린본드 발행이 활발하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가 주로 소셜본드(사회적 채권)를 발행해왔으나, 올 들어 현대제철과 현대오일뱅크 등 나머지 계열사들까지 ESG 채권 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친환경에 기반한 미래차 산업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도 이에 발맞춰 자금조달 방법을 다변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기존 공공기관 중심이었던 ESG 채권 발행이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그린본드는 대체로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돼, 장기 친환경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사 계열사들을 통해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현대제철(수소생산)-현대글로비스(수소운송)-현대오일뱅크(수소판매)-현대차(수소이용)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친환경 사업으로 분류되는 ▲전기차(현대·기아차) ▲탈황 인프라 증설(현대오일뱅크) ▲친환경 설비 개선(현대제철) 등 녹색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