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제(CBAM) 보고 기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대상 기업은 CBAM의 요구사항에 따라 첫 탄소 배출량 보고를 31일까지 완료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는 경우 과징금을 물게 된다. 마감일이 가까워 오자 국내 기업들도 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CBAM은 EU가 수입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탄소국경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 기반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EU ETS를 바탕으로 만든 한국의 ETS를 경험하여 대응이 용이하지만, 중소기업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8.3%가 ‘EU 탄소국경세’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2022년 기준으로 EU 수출 실적이 있거나 진출 계획이 있는 기업 142개 중 54.9%도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 기업의 CBAM 보고 실무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EU CBAM 리포트 핵심 실무 웨비나를 개최했다. 웨비나에는 150여 명의 실무자들이 참여했다. 무역협회는 홈페이지에 발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CBAM 보고, 접속부터 보고서 제출까지 어떻게 하나
나세원 폴더트레이드 유럽관세컨설팅 대표관세사는 CBAM의 보고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나세원 관세사는 “계정은 세무나 회계팀이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먼저 확인해보고 없는 곳은 빠르게 신청해서 받아야 31일까지 신고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CBAM 보고 페이지에 접속하기 위한 계정을 발급받아야 한다. 계정은 회사가 소재한 EU 회원국의 국가관할당국(NCA)을 통해 CBAM 보고 신고인으로서 CBAM 전환등록부에 대한 접근 권한을 요청하여 받을 수 있다.
CBAM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보고서 작성 및 작성된 보고서 검토(My Quarterly Report) 페이지가 보인다. 페이지는 ▲기본 정보 입력(Header information) ▲CBAM 물품 수입내역(Goods imported) ▲탄소배출량 정보 입력(Add an emission) ▲보고서 저장 및 제출 ▲보고서 수정 및 초기화 탭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세원 관세사는 특히 물품 수입 내역을 입력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품 분류 코드인 HS코드와 CN코드를 정확히 입력해야 하는데, 이 코드가 잘못 입력되고 세관이 사후 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되면 대응이 쉽지 않고 향후 심사도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HS코드는 국제 통일 상품 분류체계에 따라 wco(세계관세기구)에서 제정한 대외 무역거래 상품을 분류한 품목 분류 코드로 한국도 이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유럽은 HS코드에서 조금더 상품을 상세히 분류한 기준인 CN코드를 사용한다. 나 관세사는 “HS코드는 6자리 숫자, CN코드는 7~8자리 숫자로 구성되어 있고, HS코드가 10~12개 정도 나왔다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역을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탄소배출량 정보를 입력하면, 검토(validate) 버튼을 누르게 된다. 해당 버튼을 누르면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에러 메시지가 뜬다. 신고 담당자는 해당 메시지를 보고 수정한 후 저장(save), 보고서 제출(Submit report) 버튼을 눌러 제출을 마감할 수 있다. 제출 후에는 수정(amend)할 수 있다. 삭제(Invalidate)를 클릭하면 데이터 전체가 사라져서 불러올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나세원 관세사는 “신고 데이터 입력과 온실가스 계산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많이 신경 쓰고 있지만, 물품의 신고내역은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며 “물품이 CBAM 제외 대상인데 보고했을 경우에 추가 비용이 들고 제외 대상이 아닌데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NCA의 검증이 더 세밀해지고 수입도 제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상황에 맞는 계산법 활용
이봉재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박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산정 방법을 설명했다. CBAM은 스코프 1, 2, 3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이봉재 박사는 “해당 범위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적용 범위가 일부 다르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프1은 직접배출로 제품 생산공정에서 연료, 원료사용과 생산 공정내부로 유입 또는 유출되는 열 및 폐가스,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 연소에 따른 배출량을 말한다. 스코프2는 간접배출로 전력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포함한다.
스코프3은 전구물질 내재배출량이라고 부르며, 제품 원료 중 석탄 등 자연물질에서 가공을 거쳐 생산된 물질을 뜻한다. CBAM에서 규정한 물질만 해당되며, 직접배출, 간접배출과 동일하게 산정한다. 이봉재 박사는 “CBAM은 LCA 개념이 도입되지 않아, 원료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배출량은 측정, 계산, 시뮬레이션의 세 가지 방법으로 산정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계산을 통해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다. 계산은 실제 데이터와 물질수지(mass balance)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이봉재 박사는 “실제 데이터로는 석탄 등의 고체연료나 경유와 벙커씨유 같은 액체연료, LNG 등의 기체연료를 연소해서 발생한 배출량을 계산하여 산정한다”며 “연료량과 연료를 연소할 때 발생하는 발열량을 곱해서 계산하는데, 주의할 점은 수증기의 잠열 등을 뺀 순발열량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질수지(Mass balance)는 일정한 계에 유입된 질량과 유출된 질량은 항상 같다는 개념이다. 이봉재 박사는 “매스 밸런스를 활용하면 계산의 편의성은 있지만 배출량이 과대 산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매스 밸런스를 활용한 계산 방식은 예컨데 제품을 생산하는 원료에 있는 탄소(C)가 100개고, 원료로 만든 제품의 탄소가 50개인 경우 배출된 탄소가 50개다. 이산화탄소는 탄소 원자 하나에 산소 원자 둘이 결합하여 만들어지는데, 배출된 탄소의 양에 3.664를 곱하여 배출된 탄소량으로 산정한다.
7월까지의 전환기간 적극 활용…
우선 신고 후 데이터 품질 개선하는 방향
독일의 인증기관인 TÜV SÜD의 홍예성 박사는 보고와 관련한 핵심 팁을 소개했다. 그는 일단 빠르게 보고하고, 전환기에는 탄소세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기간을 적극 이용하도록 제안했다.
홍예성 박사는 “일단 보고서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더라도 일단은 제출해야 한다”며 “제출하지 않으면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박사는 “현재는 전환 기간이고 7월 말까지 제출한 보고서를 수정할 수 있으므로 일단 제출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계정은 무조건 1월 전에 받아야 하므로 계정을 빠르게 주는 기관을 잘 알아보고, 받지 못한 경우에는 제 시간에 신청했다는 자료라도 보관하여 후에 소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 박사는 “시스템이 아직 안정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전자입력보다는 수동 입력으로 진행하는게 좋고, 1월 말에 접속량이 높아지므로 미리 입력해 놓으시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CBAM의 산정 방식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이용하던 배출권 거래제가 있으면 일단 적용해서 보고하고, 7월 말까지 빠르게 CBAM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천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터 품질도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접근하기보다는 전환기간에 높여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사업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한 후 이 기간에 추가 검증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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