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센터가 주최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후원한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방향 세미나’가 7일 개최됐다.

기후변화센터는 배출권 시장의 주요 이슈인 유상할당이 국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법정기한보다 1년 앞당긴 올해 내에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인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는 개회사에서 “4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거래시장은 3차까지의 기간 동안 여러 논쟁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실전에 돌입한다고 봐야 한다”며 “CBAM의 도입과 NDC상향 조정에 대한 이슈에 발맞춰 유상할당이 중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과 손인성 에너지경제연구원 기후변화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NDC 목표 상향에 발맞춘 유상할당 비중의 확대 추세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업종별 유상할당의 비중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손인성 연구위원은 NDC 달성에 맞는 적정 배출권 가격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업종별 유상할당 비중 조정…CBAM대상군과 탄소누출 위험도 기준

송홍선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배출권 시장은 법적으로 전체 배출권 할당 기업 중 10% 이상을 유상할당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유상할당 비중이 높지 않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상할당 경매는 10% 규정을 기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되지만, 실제 경매 참여도와 활용도는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 연구위원은 “실제 유상할당 경매에 참여해서 낙찰받은 기업이 27곳”이라며 “전체 할당 기업 689개 기업 중 501개 기업이 무상할당, 188개 기업이 유상할당 기업인데 사후 인증 배출량을 기준으로 볼 때 9.5%가 입찰에 참여했고 6%가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사후 인증된 배출량은 전체 5억9000만톤 중 무상할당 기업이 3억6000만톤, 유상할당 기업이 2억3000만톤으로 집계됐다. 

탄소 배출권 유상할당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기후변화센터
탄소 배출권 유상할당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기후변화센터

한국 정부가 NDC(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40%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했고, 유럽연합이 무역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서 적정 수준의 유상할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송홍선 연구위원은 “유상할당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려면, 온실가스 고배출 부문에 더 많은 유상할당을 하고 탄소누출 위험이 높은 부문일수록 무상할당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분리해서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상할당을 전환(발전)과 산업 부문으로 구분하고, 탄소누출(Carbon Leakage) 위험이 없는 전환(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이 탄소누출 위험이 큰 산업 부문보다 높아야 한다"며 "또 전환(발전) 부문에서도 고배출과 간접배출 부분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연구위원은 “탄소누출의 위험도를 중심으로 고위험 업종과 저위험 업종을 구분하고, CBAM의 적용 대상이 되는 업종과 그렇지 않은 업종에 차등을 둬야 한다”며 “무상할당 업종의 수익은 시장 실패 위험이 큰 기술이나 공정전환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고, EU가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수입의 25%를 전기 간접 배출 부문에 지원하듯 한국도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송 연구위원은 “2026년부터는 총 탄소배출 허용량이 연 7%씩 줄어들 것”이라며 “배출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고 탄소배출권 가격은 이 흐름에 따라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상할당 확대는 배출권 가격 상승 고려해야

손인성 연구위원도 유상할당 확대 비중을 업종별로 구분하여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송홍선 연구위원의 의견에 동의했다. 

손인성 연구위원은 “EU는 탄소 누출도가 높은 산업은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업종은 80%였던 할당 비중을 2013년 3기 배출권거래시장에서 30%까지 줄였고 2026년까지는 이 비중을 유지하지만 2030년까지 100% 유상할당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탄소누출을 방지하고 감축량을 확대하기 위해 유상할당 100%로 배출권 시장을 바꿔나가는데, 탄소누출이 높은 업종은 장기적인 전환 과정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무상할당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탄소누출 위험에 노출된 업종을 2단계로 평가한다. 손 연구위원에 따르면, 1단계는 탄소누출지수에 기반한 정량적 평가이며, 2단계는 1단계를 충족하지는 못하는 기업이지만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일정 조건에서 한 번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그는 “EU처럼 업종 분류에 대한 보완 기준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인성 연구위원은 “한국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정부가 세운 NDC 목표를 달성하는 경로에 부합하려면, 단순한 유상할당 비중의 확대로는 어렵고 감축 노력과 함께 배출권 가격이 적정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NDC 계획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현재 21.6%로 설정되어 있는데,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로 달성 여부와 에너지 믹스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손인성 연구위원은 NDC목표 달성이 단순한 유상할당 확대로는 어려우며, 적정한 배출권 가격과 기업의 감축 노력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기후변화센터
손인성 연구위원은 NDC목표 달성이 단순한 유상할당 확대로는 어려우며, 적정한 배출권 가격과 기업의 감축 노력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기후변화센터

손 연구위원은 “NRC 탄소중립연구단의 연구에 따르면, 9차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이 규정한 재생에너지 15% 비중을 가정하고 석탄 연료를 LNG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계산하면 적정 배출권 가격을 추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석탄과 LNG 연료 가격의 차이가 증가했으므로, 에너지 위기 전의 가격으로 회복될 시나리오와 현재 가격대로 유지되는 시나리오를 각각 계산했다. 이전의 발전원가는 석탄이 47~53원, LNG가 72~75원으로 약 20~30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100% 유상할당을 기준으로는 배출권 가격이 약 4만원 정도에 형성될 때 NDC가 달성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이 회복되지 않고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석탄의 발전원가는 115~140원, LNG의 발전원가는 245원으로 100원가량 차이 난다. 이 경우에는 배출권 가격이 22만원에 형성돼야 NDC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손 연구위원은 “배출권 가격이 높아질수록 석탄의 LNG 전환율이 높아지고, 현재의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는 유상할당을 확대하더라도 100원가량의 두 연료의 발전원가 차이를 역전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 연구위원은 “탄소배출 허용량이 급격히 줄면서 배출권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기업의 탄소 감축 노력이 중요하다”며 “감축 효율을 개선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과 빠르게 전환하지 못한 기업에 무상할당을 줄이는 동시에 유상할당 비중을 높이면 삼중고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IMPACT ON(임팩트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