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5일(현지 시각) 수소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스화력발전소를 새로 짓기 위해 160억유로(약 23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투자로 가스화력발전을 사용하다가 2035년에서 2040년 사이 100% 수소발전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정부는 2032년에 구체적인 시점을 정하기로 밝혔다.
독일은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작년 전력사용량의 52%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에너지 독립과 전환에 힘쓰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투자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수급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투자 규모, 원계획보다는 축소…인허가 절차 빠르게 진행한다
발전소는 최대 10기가와트(GW) 한도로 4건의 단기 입찰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약 15~20개의 신규 발전소에 해당한다고 블룸버그는 5일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게오르그 스타마텔로풀로스 EnBW 이사는 “이번 협약은 중요하지만, 203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에 현재 목표로는 역부족”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가 완성되는데 평균 6~8년 정도 걸린다”며 “입찰을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5GW 규모의 발전소를 신설하며, 8.8GW는 전환이 아닌 처음부터 수소로 발전하는 안을 냈었으나, 예산 문제로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스타마텔로풀로스 이사가 언급했던 발전소 인허가에 대해서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발전업계는 쌍수 들고 환영…화석연료 의존도 높인다는 우려도
독일의 발전업계는 이번 투자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력회사인 유니퍼의 CEO 마이클 루이스는 성명에서 가스 발전 계획을 환영했으며 새로운 발전소와 저장 시설을 건설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신속한 조치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대로 입찰 여부와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가스 공급회사 RWE도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며, 에너지 기업 로시츠에너지 버그바우AG는 “송전망 교체로 인해 방지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려하여 입찰가에서 가중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상공회의소(DIHK)는 “새로운 발전소가 전력망에 연결된 경우에만 기존 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며 속도조절론을 폈다. 한편, 독일 상공회의소가 지난해 8월 독일 기업 357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2%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이 사업에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유랙티브에 따르면, 독일의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크리스토프 마우러는 "업계가 이에 호의적인 이유는 이 시장에 결함이 있고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독일의 환경단체 8곳은 이 계획이 “독일의 천연가스 의존도를 연장시킬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이라며 “이는 탄소중립 달성을 상당히 위태롭게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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