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유럽연합(EU)이 새로 채택한 새로운 유럽녹색채권표준(EU GBS, European green bond standard)이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넷제로 전환에 필수적인 녹색채권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EEFA는 미국 소재 에너지·환경 관련 재정 및 경제 이슈를 분석하는 연구기관으로, 지속가능하고 수익성 높은 에너지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 GBS, 세계 최초의 녹색채권 표준… 담당기관은 ESMA
EU GBS는 세계 최초의 녹색채권 발행에 대한 자발적 표준이다. 지속가능금융 부문에서 EU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금융의 그린워싱 방지와 EU 녹색채권(EuGB) 라벨의 사용을 규제,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유럽의회가 2023년 10월 4일 승인, 유럽이사회는 23일 채택하면서 2024년 말 시행 예정이다.
EU GBS는 ESG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 제공과 함께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증권시장청(ESMA)가 담당기관으로서 녹색채권 발행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검증기관을 등록하고 감독하게 된다.
표준에 따르면, 녹색채권에 EuGB 라벨을 붙이고자 하는 발행자는 EU 투자설명서 규정을 준수한 투자설명서를 제공해야 하며, EuGB의 순 조달자금은 EU 택소노미에 따라 할당되어야 한다.
아직 전체 채권 시장에서 녹색채권의 존재감은 미비하지만, 공시 등 규제 강화와 인센티브 확대 등으로 그 중요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녹색채권 발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EU의 GBS 도입으로 시장 성장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IEEFA, EU GBS는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 견인할 것…
단기적 문제는 ‘비용’
19일(현지시각) IEEFA가 ‘EU 녹색채권표준이 시장 성장에 기여할 것인가, 방해할 것인가(Will Europe’s New Standard Help or Hinder Green Bond Market Growth?)’ 보고서를 발간했다. IEEFA는 EU의 녹색채권표준이 발행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으며,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번 EU GBS 도입이 장기적으로 녹색채권의 공급 및 수요 측면에서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발행자(공급) 측면에서는 그리니엄(Greenium), 신뢰 가능한 자본 투자 파이프라인 확보, 자본 접근성 향상 등을 혜택으로 꼽았고, 외부 검토를 위한 비용 증가를 단점으로 꼽았다.
그리니엄이란 그린(Green)과 프리미엄(Premium)의 합성어로 동일 발행자의 동일 만기 채권보다 녹색채권의 가격이 다 비싸게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투자자(수요) 측면에서는 의사결정 투명성 향상, 수익금 사용에 대한 명확성 확보 등을 혜택으로 보았으며, 규정이 준수되지 않을 경우를 리스크로 보았다.
보고서는 EU GBS의 한계로 보고 지침 부족을 꼽았다. 영향 보고를 위한 가이드가 미비하여 투자자가 환경 영향을 측정하고 비교하기 위한 데이터 취합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익금 배당 일정이 느슨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익금은 배분되지 않고 누적될수록 추적이 어려워지는데, 특히 만기일이 긴 채권의 경우 환경적 영향을 적시에 실현하고자 하는 투자자 의도에 어긋날 수 있다.
보고서는 EU GBS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추가적인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프로젝트의 선택 및 개발을 위한 EU 텍소노미의 사용성을 개선하고, 환경적 성과 및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보고 프레임워크 개발을 추진해 EU GBS의 보급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실제로 최근 발행된 녹색채권들이 EU GBS 지침보다 낮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GBS의 사용 가능성에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EU GBS의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유럽위원회가 EU GBS를 준수한 상세한 참고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발행자들의 EnGB 발행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