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펀드 명명 규정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증권 매각 규모가 300억달러(약 41조원)에서 400억달러(약 55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자산운용사들이 증권 매각을 포기하고 펀드 이름을 바꿀 가능성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ESG 펀드 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최종 발표된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의 ESG 펀드 명명 규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운용사는 ‘친환경’, ‘임팩트’, ‘넷제로’와 같은 지속가능성 연관 키워드를 사용할 경우, 키워드의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펀드의 이름이 ESG 펀드의 키워드 기준에 해당할 경우, 투자금의 80%를 사회 혹은 환경적 특성을 보유한 자산에 투자하거나, 50% 이상의 자산이 지속가능한 투자 목표 및 ESMA의 투자 제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1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새로운 EU ESG 펀드 규정으로 자산운용사가 300억달러(약 41조원)의 주식과 채권을 처분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즈는 ESG 주식 및 채권 펀드 4분의 3이 ESG 펀드 명명 규정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증권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모든 펀드가 ESG 펀드 이름을 유지하고 가이드라인에 따라 ESG 펀드에 포함이 불가능한 증권을 매도할 경우, “주식 펀드에서 245억달러(약 33조원), 채권 펀드에서 48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매도해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달 ESG 데이터 분석기업 모닝스타 서스테이널리틱스(Morningstar Sustainalytics)도 비슷한 분석을 제시했다. 모닝스타는 자산운용사가 현재 ESG 펀드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경우, 1600개 이상의 펀드에 영향을 미치고 최대 400억달러(약 55조원)의 주식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셸 등 에너지 기업 증권 매각 예상
패시브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펀드 이름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아
바클레이즈는 MSCI 데이터를 사용하여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도해야 하는 증권이 ESG 주식과 채권 펀드 운용 자산의 각각 2.5%와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과 신흥시장 자산을 보유한 펀드가 유럽 자산을 보유한 펀드보다 매도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채권 쪽에서 석유와 가스 기업 증권으로 인해 더욱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SG 펀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섹터는 에너지와 유틸리티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으로는 토탈에너지, 엑손모빌, 셸 등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즈는 대부분의 펀드 매니저가 펀드 이름을 유지하고 매각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ESG나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용어를 포함한 이름으로 해당 펀드를 판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펀드 보유 증권 매도 대신 펀드 이름 변경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바클레이즈는 패시브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펀드 이름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을 매도하면 기초 벤치마크를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SMA는 ESG 투자의 붐으로 인해 그린워싱의 우려가 제기되자 2022년에 ESG 펀드 명명 규정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다. ESMA는 가이드라인을 EU 회원국의 모든 언어로 번역해 이를 웹사이트에 게재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번역본의 웹사이트 게재 3개월 후에 발효된다. 신규 ESG 펀드는 발효 즉시 가이드라인의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기존 펀드들은 6개월 간의 전환기간이 주어진다.
모닝스타의 지속가능 투자 연구 책임자 오르탕스 비오이(Hortense Bioy)는 "가이드라인의 전체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럽 ESG 펀드 환경을 완전히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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