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이후 세계 최대 민간 은행들이 화석연료에 6조9000억달러(약 9418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됐다.
13일(현지 시각)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 등 환경단체 연합의 15차 연례 보고서(Banking on Climate Chaos, BOCC)에 따르면, 글로벌 60대 민간 은행은 2023년에만 7050억달러(약 965조원)를 투자했다. 다만, 이는 파리협정 이후 최저 투자액으로 2021년 대비 23% 감소한 수치다.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은행은 JP모건체이스였다. 파리협정 이후 8년간 4309억달러(약 589조원)을 화석연료에 투자한 JP모건체이스는 2023년에도 화석연료 회사에 408억달러(약 56조원)를 투자하여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2023년에 화석연료 생산 확대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한 기업 또한 JP모건체이스였다. 씨티은행은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 생산 확대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은행으로 꼽혔다. 씨티은행은 2016년 이후 신규 파이프라인, 석유 굴착 장치, 가스 터미널 건설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에 2040억달러(약 279조원)을 투자했다.
일본의 미즈호 은행은 2022년과 2023년 사이에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354억달러(약 48조원)에서 370억달러(약 51조원)로 늘려 전반적인 화석연료 투자 감소 추세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며 JP모건체이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후 관련 투자 배제 정책을 조용히 철회한 은행으로 지목됐다. 2023년 개정 이전 정책에서는 북극 시추,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투자 등을 사업 제한의 범주에 포함해 은행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반면, 개정된 정책은 이들 프로젝트에 대해 강화된 실사와 고위급 검토를 거치면 투자가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화석연료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추세를 살펴보면, 석탄 및 가스 화력 발전, 오일샌드, 북극 석유 및 가스, 초심해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와 관련된 금융은 작년에 감소했지만 LNG에 대한 투자는 증가했다.
2023년 LNG 사업을 확장한 130개 기업에 대한 주요 투자은행은 일본의 미즈호 은행과 미쓰비시UFJ은행(MUFG),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 캐나다왕립은행(RBC), JP모건체이스였다. 특히 일본의 미즈호 은행과 미쓰비시UFJ은행은 LNG 수출입 시장에 대한 투자를 장악했다. LNG에 대한 전체 투자액은 2022년 1106억달러(약 151조원)에서 2023년에 1209억달러(약 165조원)로 증가했다.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 화석 연료에 자금을 조달한 상위 12개 은행에는 미국 은행이 4개, 일본 은행이 3개, 캐나다와 영국 은행이 각각 2개, 스위스 은행이 1개 포함됐다. 화석연료 투자와 친환경 투자는 지역에 따라 크게 갈리고 있는데,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은 각종 기후 규제로 인해 화석연료 업계에 투자한 은행에 벌금 등 불이익이 주어지는 데 반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BOCC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시에라 클럽의 수석 전략가인 아델 슈라이만(Adele Shraiman)은 “주요 은행들은 기후에 대한 단호하고 야심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또 한 해를 낭비했다”며, “미국 대형 은행들은 단기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제한하는 신뢰성 있는 계획을 마련하지 않아 탄소중립 약속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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