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이 동남아시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고 있다 / 픽사베이
필리핀이 동남아시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선두주자로 도약하고 있다 / 픽사베이

필리핀이 동남아시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선두 주자로 도약하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가 전했다. 

필리핀은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 소유권 전면 허용 등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환경 개선과 친환경 정책을 통해 국내외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의 데이터에 따르면, 필리핀의 재생에너지 잠재 개발 용량은 99기가와트(GW)로, 이는 필리핀의 모든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현재 아세안에서 발전 용량이 19GW로, 가장 많은 베트남의 잠재 개발 용량인 86GW보다 앞서고 인도네시아의 잠재 개발 용량(19GW)보다는 약 5배 높은 수치다.

 

아세안 국가별 풍력과 태양광 잠재 개발 용량(단위: GW) / 글로벌에너지모니터
아세안 국가별 풍력과 태양광 잠재 개발 용량(단위: GW) / 글로벌에너지모니터

필리핀은 최근 몇 년 동안 해상 풍력 개발 전략을 발표하고 관세 및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재생 에너지 부문을 외국인 소유에 전면 개방했다.

지난달 마닐라에서 열린 청정에너지 포럼에서 오슬로에 본사를 둔 재생에너지 개발업체 스카텍 ASA(Scatec ASA)와 같은 기업들은 특히 필리핀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스카텍의 CEO인 테르예 필스코그(Terje Pilskog)는 "규제 문제가 많은 다른 국가보다 필리핀에 성장 기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기업으로는 일본의 어드밴텍(Advantec),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뷔나에너지(Vena Energy), 현지 기업인 시티코어(Citicore Renewable Energy) SP 뉴 에너지(SP New Energy) 등이 있다.

또한, 필리핀은 2023년부터 전기 공급업체에 매년 2.52% 이상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늘릴 것을 의무화했다. 필리핀 아얄라 그룹의 에너지 회사인 ACEN의 CEO 에릭 프란시아(Eric Francia)는 이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현재의 약 5분의 1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 14개월 동안 필리핀에서 이뤄진 5건의 IPO 중 시티코어를 포함한 3건이 모두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을 조달하려는 회사였을 만큼, 재생에너지에 대한 필리핀의 관심은 높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2년 재생에너지 투자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3억 달러(약 1조8000억원)로 급증했다.

국영 기업이 전력 시장을 지배하는 이웃 국가들과 달리, 필리핀은 민간 기업이 전력 생산과 판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의 아시아 지속 가능 금융 연구 책임자인 람나트 아이어(Ramnath Iyer)는 "필리핀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단일 국가 기관이 없기 때문에 혁신이 가능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필리핀 풍력과 태양광 잠재 개발 용량 (단위: MW) / 글로벌에너지모니터
필리핀 풍력과 태양광 잠재 개발 용량 (단위: MW) / 글로벌에너지모니터

그러나, 필리핀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필리핀의 99GW의 재생에너지 잠재 개발 용량 중 현재 건설 중인 프로젝트는 3.5GW로 전체의 3%에 불과하다. IEEFA의 아이어 연구 책임자는 건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며, "경매가 완료되었고 프로젝트는 낙찰됐다. 이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하기 위해서는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군도 전체에 전력을 분배하기 위해 송전선을 확장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전력망 용량 확장, 저장 용량 증대, 토지 허가 절차 간소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라메시 수브라마니암(Ramesh Subramaniam) 이사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정책적 확실성은 필리핀이 다른 지역 국가들보다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동남아시아 재생에너지 투자액 (단위: 조원) / 우드 맥킨지
동남아시아 재생에너지 투자액 (단위: 조원) / 우드 맥킨지

블룸버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자금 사용 방법에 대한 제한, 비생산적인 규제, 불충분한 기술적 준비로 인해 지지부진하며 필리핀이 동남아시아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부문 컨설팅기업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도 향후 5년 동안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필리핀과 말레이시아가 성장을 주도하는 반면, 현재 선두 주자인 베트남에 대한 투자는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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