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CA, 지속가능성 라벨링 내년 4월로 연기
- 자산운용사, “지속가능성 라벨의 사용요건 너무 까다로워”

영국 금융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FCA)이 9일(현지시각) 금융상품의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공개(Sustainability Disclosure Requirements and investment labels) 규칙의 시행일을 연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기업이 FCA의 지속가능성 라벨을 사용하려면 감독당국이 제시한 사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업은 금융 상품에 대한 지속가능성 정보를 먼저 공개해야하며, 기준에 부합하는 경우 라벨 사용이 허가된다.

지속가능성 라벨은 ▲지속가능성 포커스(Sustainability Focus) ▲지속가능성 개선(Sustainability Improvers) ▲지속가능성 영향(Sustainability Impact) ▲지속가능성 혼합 목표(Sustainability Mixed Goals) 네 가지이며, 펀드의 자금이 해당하는 라벨을 달성하기 위해 70% 이상 할당됐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미지=영국 금융감독청

 

FCA, 지속가능성 라벨링 내년 4월로 연기

FCA는 지속가능성 공개(SDR) 규칙의 시행일을 내년 4월로 연기했다. 기업들은 FCA의 지속가능성 라벨을 지난 7월 31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며, 오는 12월 2일부터 강제성을 지닌 법적 효력이 부여될 예정이었다. 

금융감독청은 성명에서 “일부 기업들이 해당 기준에 맞춰 지속가능성 라벨을 사용하거나 상품명을 변경하기까지 추가로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준수 기한을 연장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FCA의 이런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투자협회 회장인 크리스 커밍스는 이 조치로 “펀드에 지속가능성 라벨을 적용하려는 기업들이 새로운 규정을 준수하기에 앞서 규제 당국과 협력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시행일 연기가 규제 약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영국 지속가능투자⋅금융협회의 정책 책임자인 오스카 워릭 톰슨 “FCA가 실용적인 선택을 했지만, 규제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정보를 공개해 나가기를 강력하게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자산운용사, “지속가능성 라벨의 사용요건 너무 까다로워”

FCA가 시행일 연기의 이유로 ‘기업의 준비 시간’을 언급한 데에는 자산운용사들의 미지근한 반응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는 지난 7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연말까지 약 300개의 펀드가 해당 라벨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속가능성 라벨이 부착된 펀드는 영국에 소재한 펀드의 8%에 해당하며, 영국에서 판매되는 전체 펀드의 3% 미만에 해당한다. 

자산운용사들의 관심도가 낮은 이유는 라벨링 자격 요건이 까다롭고, 지속가능성 라벨을 붙인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닝스타의 지속가능 투자 연구 책임자 호텐스 비오이는 “처음에는 영국에서 지속가능성 라벨링에 대한 열기가 높았는데, 유럽연합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보다 더 낫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라며 “지난 6개월간 이런 열기는 차분하게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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