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소법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나스닥이 상장사에게 이사회 다양성 데이터 공시를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나스닥은 지난 2020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사회 다양성 공시와 관련된 새로운 상장 규정을 채택하자는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1년 뒤인 2021년 8월, SEC는 이 규정을 승인했다.
공시 내용은 나스닥에 상장하는 기업들은 이사회에 여성과 소수민족 이사를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목표를 미달성할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나스닥의 다양성 목표 요구가 기업에게 불필요한 인원 할당을 요구한다고 여긴 싱크탱크인 국립 공공정책 연구 센터와 '공정한 이사회 채용을 위한 연합(Alliance for Fair Board Recruitment, AFFBR)'이 SEC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로만 구성된 미국 제5순회항소법원의 3인 판사단은 나스닥의 결정을 지지한 SEC가 권한 내에서 행동했다며 이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그런데 이번 뉴올리언스 소재 제5순회항소법원에서는 9대 8로 SEC의 규칙이 연방 증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SEC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해당 규정은 무효화되었다고 로이터 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공화당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가 첫 임기에 임명한 앤드류 올덤(Andrew Oldham) 미국 순회법원 판사는 다수 의견을 대변하여 "SEC는 통상적인 영역을 훨씬 벗어난 영역을 침범했다"고 기록했다.
올덤 판사는 모든 공개 규칙은 "의회가 법안을 통해 근절하고자 했던 문제, 즉 추측, 조작, 사기 및 거래소 경쟁에 대한 장벽 제거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EC는 판결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판결을 뒤집으려면 대법원에 항소해야 한다. 나스닥은 자체 규정이 기업과 투자자에게 이롭다고 믿지만, 항소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기업의 이사회 다양성 감소와 맞물린 결과
이같은 판결은 미국 주요 기업들의 이사회 다양성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세와 맞물린 결과로 여겨진다.
지난 11월, 비영리 싱크탱크 컨퍼런스 보드(Conference Board)는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S&P 500 기업 이사회에서 히스패닉·라틴계를 포함한 백인이 아닌 이사의 비율이 2023년 25.6%에서 지난 1년간 0.1%포인트 상승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또한 세계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Walmart), 스타벅스(Starbucks), JP모건(JP Morgan), 자동차 제조사 포드(Ford), 할리데이비슨(Harley-Davidson), 글로벌 거대 농기계 제조사인 존디어(John Deere), 홈 인테리어 기업 로우스(Lowes), 주류기업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을 포함한 소수의 미국 기업도 지난 여름에 DEI 이니셔티브를 축소했다.
이러한 축소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의 대학 입학에서 소수자 우대정책을 폐지한다는 판결 후 가속화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곧 새로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예정이고, SEC 위원장인 게리 겐슬러(Gery Gensler)가 사임을 표해 교체될 것을 감안하면 항소 진행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 美, 이사회 다양성 증가세 둔화…의장 등 주요 리더십 다양성 부족 여전
- 월마트도 DEI 정책 후퇴...美 대기업들 다양성 경영 줄줄이 폐지
- 트럼프 재집권에 환호하는 월스트리트,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남아
- HSBC, 지속가능성 책임자를 임원 위원회에서 해임…은행의 우선순위 바뀌나
- 2024년에 다양성 정책을 조정한 기업들...스타벅스, 할리 데이비슨
- 맥도날드, 다양성 목표 철회…美 기업 DEI 정책 후퇴 가속
- 애플의 다른 움직임, ‘다양성 정책 폐지’ 주주 제안에 반대
- 트럼프, DEI 정책 전면 폐지…기업과 법원으로 갈등 번져
- 미 SEC, 투자자에서 이사회로 권한 이양…블랙록 기업회의 잠시 중단
- 지속가능 투자 주식거래소 ‘그린임팩트거래소(GIX)’, 美 SEC 승인 받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