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언스플래쉬

HSBC, 스탠다드차타드, 바클레이스, 웰스파고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지속가능성 담당 조직을 축소하거나 재편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예상보다 더딘 기후 대응 속도와 미국 공화당의 ESG 반발이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ESG 전문 인력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녹색 금융 및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과 같은 전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인력들은 "유동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떠들썩하게 알리기보다 조용히 업무에 집중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SC·웰스파고·바클레이스, 인력 감축 및 CSO 직책 삭제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마리사 드루(Marisa Drew)가 이끌던 팀을 지난해 약 140명에서 90명으로 줄였다. 일부 인력은 고객 대응 부서로 재배치됐으나, 일부 고위직은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을 핵심 운영 및 리스크 관리에 더욱 내재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호세 비냘스(José Viñals) SC 이사회 의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SC는 석유·가스 기업 채권 인수에서 배출량 감축 목표를 처음으로 설정했으며, 지속가능 금융을 통해 약 10억달러(1조43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지난해 CSO 로빈 러닝(Robyn Luhning)이 퇴사한 후 8개월간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다가 내부 인사를 승진시켜 ‘지속가능성 총괄’ 직책을 신설했다. 은행 측은 해당 직책의 역할이 이전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 역시 지난 1월 그룹 지속가능성 총괄이었던 로라 발로우(Laura Barlow)가 퇴사한 후 후임을 임명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지속가능·전환 금융 총괄이던 다니엘 해나(Daniel Hanna)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 지속가능성 업무를 포함하도록 조정했다.

 

HSBC, 지속가능성 전략 재조정… 넷제로 목표 2050년으로 연기

HSBC의 CSO 셀린 허웨이어(Céline Herweijer)도 지난해 임원위원회(Executive Committee)에서 제외된 이후 은행을 떠났다. 이후 HSBC는 최고재무책임자(CFO) 팸 카우어(Pam Kaur)가 지속가능성 업무를 총괄하게 했으며, 최근에는 HSBC 중동·북아프리카·터키 글로벌 뱅킹 총괄이던 줄리안 웬젤(Julian Wentzel)이 CSO로 임명됐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HSBC는 올해 말 대출 부문의 탄소 감축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자체 운영과 공급망에서 넷제로 목표 달성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50년으로 연기했다.

HSBC는 2022년 주요 글로벌 은행 중 처음으로 신규 석유·가스전 개발에 대한 직접 금융을 중단하고, 에너지 기업들에 탈탄소 계획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HSBC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졌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 은행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책 후퇴와 EU의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 조정 움직임을 주시하며 ‘관망’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한 글로벌 은행의 CSO는 "지금은 지속가능성 업무를 맡고 있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시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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