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법안 시행에 합의했다. 그러나 차량 제조 업체를 지닌 유럽연합의 일부 국가는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시행을 미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차량 제조업체를 지닌 이탈리아의 반발이 심하다. 조르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는 EU의 내연기관차 금지 조치에 대해 “자기 파괴적인 정책”이라며 “수천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거나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전체 산업 부문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국가 중 내연기관 차량에 가장 많은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T&E가 글로벌 컨설팅사인 ERM에 의뢰하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지급한 보조금액은 160억유로(약 24조원)로 가장 많고, 독일이 137억유로(약 20조원), 프랑스가 64억유로(약 10조원)로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이 늦어졌고,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이탈리아는 내연 기관차 판매 금지법 개정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이탈리아가 체코와 함께 유럽연합에 전기차, 수소차를 넘어 더 광범위한 솔루션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문서 초안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 이 문서에 따르면 "현재 업계는 생산, 고용 및 글로벌 경쟁과 관련된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EU 차원에서 긴급하고 조정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럽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EU 정책의 중심 초점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현재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내년 '유로 7(Euro 7)'의 시행에 따라 더욱 엄격한 CO2 목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체코는 유럽연합이 이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단기 방안을 내놓길 원하지만, 그 방안이 무엇을 포함할지는 문서에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U, 2035년 신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법 밀고 나갈 것
한편, EU 기후정책 담당 집행위원인 웝크 훅스트라(Wopke Hoekstra)는 자동차 업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EU의 2035년 신규 내연기관자동차 판매 금지 법안을 유지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에 열린 유럽 의회 청문회에서 훅스트라는 의원들에게 "기후 규정이 이 부문에 대한 투자를 위한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자동차 회사 CEO가 확립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지만 충전 인프라에 대한 상당한 공공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요구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또한 훅스트라는 업계가 인프라 투자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데 대해 이해를 표하면서도, CO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막대한 벌금에 대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이미 독일의 요청을 수용해 합성연료(E-fuel) 차량 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2035년 마감일을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훅스트라는 기존 합의를 깨뜨리고 바이오 연료를 포함시키 위한 재협상은 단호히 배제했다. 그는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가 합의한 사항을 뒤집을 수는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동시에 훅스트라는 "EU 자동차, 배터리 및 친환경 산업이 공정한 경제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충전 인프라와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전기차 전환에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하면서 바이오 연료 프레임워크 재검토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0월 EU 기후 집행위원으로 취임한 훅스트라는 이달 말 유럽 의회의 결정에 따라 향후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이어갈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 프랑스, 유로7 벌금 재검토 촉구... 전기차 불황에 따른 규제 유연성 요구
- EU 전기차 전환은 말로만...내연기관차에 60조원대 보조금 지급
- 중국 BYD 내년에 1000만원대 전기차...중국 전기차에 몸살 앓는 유럽 자동차 업계
- 우버, EU에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 5년 앞당기자 제안
- 10대 자동차 제조사, 유로7 목표 대부분 달성 전망...기아 2위, 현대차는 8위
- 유럽 자동차업계 압박 커진다... 메르세데스-벤츠 CEO, "2025년 배기가스 규제 유예 시급"
- 독일과 영국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테슬라...결국 원인은 가격?
- EU, ESG 규제 간소화 추진... 경쟁력 논란 속 규제 완화 검토
- 미 환경청, 캘리포니아주 2035년까지 내연차 판매 중단 규제 승인
- EU, 세제 혜택으로 법인 차량 EV 전환 추진
- “탄소 상쇄로 OK?”…유럽 최대 정당 대표,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철회 요구
- EU, 렌터카·대기업에 2030년 ZEV 의무화 추진…신차 시장 60% 전환 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