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 올라 켈레니우스(Ola Kaellenius)가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22일(현지시각) 독일 경제 전문매체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켈레니우스 CEO가 2025년 기후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 등 전기차 판매율을 최대 50% 달성하고 2030년에는 전 라인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럽 자동차업계, EU 정부 너무 안 도와줘... 환경 규제 유예해달라
켈레니우스 CEO는 EU의 환경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가 발표한 보고서 ‘EU 경쟁력의 미래(EU competitiveness: Looking ahead)’를 언급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발표된 '드라기 보고서'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유럽 외 다른 국가들의 협력 여부에 크게 의존한다며,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향후 10년간 화석연료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유럽 기업의 탈탄소화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럽 자동차업계는 엄격한 탄소 규제에 직면해 있다. 바로 내년부터 시행될 유로(Euro)7이다. EU는 이미 1992년부터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 규제인 유로1을 시행해왔다. 이후 단계별로 강화된 유로2~유로5를 거쳐 2014년부터는 유로6을 시행 중이며, 2025년에는 유로7이 적용된다. 유로7은 유로6 대비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 배출에서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유로7 규제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며, 지난해 5월 보고서를 발표, 이를 긴급히 완화시키거나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ACEA는 보고서에서 유로7 적용 시 자동차 1대당 2000유로(약 298만원), 트럭 및 버스는 1대당 1만2000유로(약 179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 자동차 소매가격 인상을 야기할 뿐 아니라 환경 혜택도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EU 집행위원회가 예상한 금액보다 4배에서 10배 정도 높은 수치다.
규제가 임박했음에도 EU의 전기차 수요는 얼어붙은 상태다. ACEA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지역에서 새롭게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9만2627대로, 1년 전보다 43.9% 감소했다. 주요 원인은 EU 내 1, 2위 시장인 프랑스와 독일 시장의 판매 부진이다.
이에 영국 자동차공업협회(SMMT) 회장 마이크 호스(Mike Hawes)는 “경제성 및 충전 문제에 대한 전기차 소비자의 우려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이탈리아 총리 또한 EU의 내연기관차 금지 조치가 “자기 파괴적인 정책”이라며 “수천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거나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전체 산업 부문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BYD, 한국 현대차... 어려운 시황에서도 선방
유럽 자동차업계와 달리 중국의 BYD와 우리나라의 현대차그룹은 어려운 시장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중국 BYD의 경우, 정부 지원의 도움을 톡톡히 봤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2009년말부터 2023년 말까지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최소 2310억달러(약 308조4774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지원 금액의 절반 이상은 판매 세금 면제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그 외 정부 차원의 구매자 리베이트, 충전소 인프라 구축 지원, 정부의 전기차 조달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혜택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이후 중국 정부의 지원액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지난 15년 동안 누적 값으로 보면, 중국 정부의 지원 규모는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 따른 미국 정부의 지원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경쟁사보다 앞선 체질 개선이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3년 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 68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GM, 스텔란티스, 포드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잇단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홀로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이다.
비결은 시장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2분기 매출 및 이익에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및 다른 지역에서의 판매 부진을 미국 시장의 성과로 상쇄한 것이다. 주요 동인은 프리미엄 SUV 모델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증대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4조원(약 29억달러)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금융시장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전기차 기술에 대한 투자는 진행하면서도 하이브리드, SUV 등 소비자들의 수요에 유연히 대응한 것이 핵심 비결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차그룹이 이를 기회로 삼아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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