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차 4대당 1대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충족할 수 있는 수준
- EU 전기차 시장 점유율, 14%에서 13.1%로 하락
- 7조~19조원 벌금 규모 예상…규제 준수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어
프랑스는 내년부터 시행될 유럽연합(EU) 배기가스 배출 규제 유로7과 관련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비중을 충분히 높이지 못했을 때 부과되는 벌금에서 면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의 앙투안 아르망 재무장관은 EU집행위원회(EC)가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벌금 규제를 재고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이를 지지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르망 장관은 "차량 전기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제조업체들이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 4대당 1대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충족할 수 있는 수준
내년부터 시행되는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7에 따라, 자동차 제조업체는 전기 및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규제 준수를 위해 내년 말까지 2021년 대비 배출량을 15% 줄이려면 내연기관차 4대당 1대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한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르노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여러 자동차 제조업체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규제 완화나 시행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여러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갑작스럽게 축소하면서 유럽에서 EV 판매 성장이 둔화했으며,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전기차 가격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는 지난달 "전기차 판매 둔화로 인해 내년 배출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긴급 구제 조치"를 촉구했다. ACEA는 "지난 몇 년간의 경제적, 지정학적 변화가 현재 규제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다수의 일자리 감소와 생산 축소 가능성을 경고했다.
EU 전기차 시장 점유율, 14%에서 13.1%로 하락
올해 들어 현재까지 EU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14%에서 13.1%로 하락했다. 전기차 판매 둔화와 중국 경쟁업체의 저가 모델 공세로 인해 유럽 자동차 산업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폭스바겐은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계획 중이며, 스텔란티스 등은 수익률 급감을 경고하고 있다.
유로7은 2019년 다수의 EU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 제정되었으며, 2035년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전면 금지가 시행되기 전까지 점진적인 배기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아르망 장관은 탄소 배출 규제의 단계적 도입에 대한 더 많은 유연성을 요구하면서도, 프랑스가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목표에 대한 의지는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5년 규제 목표는 유지하되, 유럽 산업을 돕는 적절한 도구를 마련하기 위해 EU집행위원회에 신속히 제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도 지난 9월 EU의 내연기관차 금지 조치에 대해 “자멸적인 정책”이라며 “수천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거나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전체 산업 부문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독일과 체코를 포함한 일부 동유럽 국가들 또한 산업 보호를 위해 더 많은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
벌금 규모, 7조~19조원 예상…규제 준수 가능하다는 연구도 있어
르노의 연구에 따르면, EU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배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22%에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13.1%의 점유율로 인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최대 130억유로(약 19조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HSBC 애널리스트는 벌금 규모가 51억유로(약 7조6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훨씬 낮게 전망했다.
폭스바겐은 규제 시행의 유연성을 요구했지만, 소비자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구매하려 한다면 생산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하며 전환에 적극적이었으나, 예상보다 낮은 수요로 인해 다수의 공장이 저조한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의 마누엘 칼바이트(Manuel Kallweit) 수석 경제학자는 과거에도 초기에는 어려워 보였던 규제를 자동차 업계가 준수해 왔음을 언급하며,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배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칼바이트는 "독일은 중국에 이어 전기차 생산 2위 국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발표된 유럽 환경단체인 교통과 환경(T&E)의 보고서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로7의 배기가스 규제 기준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예측했다. T&E는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대중 시장의 전기차 부문을 선도하려면 정책 입안자들은 유로7 목표를 약화하거나 규제 준수를 지연시키려는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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