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ESG 펀드 ‘점검’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ESG 펀드를 점검하겠다고 나섰다. ESG 펀드가 실제 설정 취지에 부합하는 주식을 매입했는지, 투자 기업의 친환경 정책이 실질적으로 행사됐는지 등을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SEC의 감독 부문은 “ESG 투자가 최우선 관심사”라고 밝히기도 하는 등 ESG가 변방에서 주류로 떠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다.
SEC는 ESG 금융상품 관리자(자산운용사 등)가 목적에 맞게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ESG 펀드이지만 오염 산업(석탄 등)에 투자하는 펀드는 점검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또한 ESG 펀드가 환경 문제에 어떻게 투표하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운용사들은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해야 하며, SEC는 운용사들이 가이드라인을 잘 따랐는지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SEC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지는 않지만, 준법 결여사항을 고치도록 지시하거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을 결정할 순 있다”고 말했다. 돈 줄을 쥐고 있는 운용사들이 ESG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을 제어하기 위해 점검에 나섰다고 풀이된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도를 상장기업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관련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는 상장기업이 기후 관련 어떤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지, 관련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부터 SEC는 공기업들이 기후변화 공시 검토를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SEC의 규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부터 ESG 금융상품에 속한 기업들이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지는지, 최고·최악의 실적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점검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규제당국이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점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관심도 SEC의 감독을 촉진했다. 민주당은 공적 연기금에 ESG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실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의견은 나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관심사로 ESG가 부상한 만큼, 관리당국의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ESG 자금 유입 속도도 불붙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ESG 펀드에는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511억 달러(약 57조3597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ESG 투자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정작 옥석을 가려내긴 어렵다는 평도 내부에서 이어졌다. SEC 헤스터 피어스 위원은 “ESG라는 용어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어떤 자금이 지속가능한지 규제 당국이 어떻게 파악할 수 있냐”고 의문을 표했다. 또한 “ESG로 몰리는 자금이 기후 문제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며 “현재 위원회의 관행과 다른 변화를 나타내는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홍보 수단으로만 작용하는가”라고 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따라 ESG는 강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지명된 게리 겐슬러 전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은 전날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기후변화 등과 관련해 상장회사의 공시 강화가 필요한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겐슬러 지명자는 “기후 리스크를 고려하는 투자자를 위해 일관성과 비교가능성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ESG에 대한 고려를 전반적인 규제 프레임에 접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 금융상품 ‘그린워싱’에 칼 빼들어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운용하고 미즈호 파이낸셜이 판매하는 ESG 펀드가 일본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금융청(FSA) 관계자가 “6월까지 자산운용사들과 펀드 유통사들에게 규제가 필요한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다.
FSA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94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ESG 하이퀄리티 성장주식펀드’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원자산운용(Asset Management One)이 판매하고 뉴욕에 본사를 둔 모건 스탠리가 관리하는 이 펀드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펀드 중 하나다. 그러나 펀드 판매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의 눈에 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후죽순으로 펀드명에 ‘ESG’를 넣는 그린워싱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ESG로 펀드명을 붙이며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상품이 증가하고 있다”며 “투명하지 못한 금융상품 설명은 ESG 투자 확대에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규제당국은 ESG 등급을 감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펀드 명칭 규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아시아 내에서 유통되는 ESG 펀드 중 80%가 거래되는 일본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싹튼 것이다. 일본 뮤추얼펀드 중 ESG를 넣은 펀드는 지난 6월 이후 26%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FSA는 적극 대응을 위해 미국의 규제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2001년 도입한 ‘명칭 규제’에 따르면, 해당 자산 중 80% 이상이 관련 단어와 연관이 있어야 특정 단어를 펀드에 붙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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