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셸·에퀴노르, 개발 허용 판결은 환영…정부 조처 서둘러야
- 英 정치권 찬반 대립 격화…경제 성장 vs 신규 탐사 반대

영국 스코틀랜드 최고법원이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 평가가 불충분하다며 셸과 에퀴노르의 북해 석유·가스전 개발 승인을 취소했다. 개발 작업은 계속할 수 있지만 석유와 가스 생산은 새로운 승인을 받을 때까지 금지됐다고 ESG투데이는 3일(현지시각) 전했다.  

셸의 와엘 사완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업은 영국에 꼭 필요한 프로젝트이고, 영국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셸은 “큰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만큼 회사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의 신속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해 유전 시추 시설 / 에퀴노르 
북해 유전 시추 시설 / 에퀴노르 

 

셸·에퀴노르, 개발 허용 판결은 환영…정부 조처 서둘러야

소송에 부쳐진 사업은 영국 정부와 북해 유전 규제기관인 북해전환청(NSTA)이 2022년 승인한 셸의 잭도 가스전과 23년 승인한 로즈뱅크 유전이다. 소송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업리프트가 제기했다.

법원은 정부가 사업을 승인할 때 연료 사용 시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환경영향평가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스코틀랜드 최고법원의 판사 에리히트 경(Lord Ericht)은 "공공기관의 적법한 행위와 기후변화에 대한 공공의 이익이 개발자의 사익보다 중요하다"며 승인을 취소하고 재검토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셸과 에퀴노르는 판결을 수용하면서도 "국익 차원에서 중요한 에너지 프로젝트"라며 개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에퀴노르는 석유와 가스 생산은 잠정 중단됐지만, “개발 단계에서 최대 2000개의 영국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한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정부의 새로운 환경 지침을 준수하는 스코프3 평가를 제출하는 등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퀴노르와 이타카 에너지가 공동 개발 중인 로즈뱅크 유전은 영국 최대의 미개발 유전으로, 약 5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에 이미 22억파운드(약 4조원)가 투자됐다.

셸은 “오늘의 판결은 새로운 합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 에너지 프로젝트의 개발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하게 허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셸은 8억파운드(약 1조4500억원)를 이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해당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160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화석연료를 생산하게 된다. 

영국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는 "가능한 한 빨리 석유·가스 생산의 환경영향 평가에 대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로즈뱅크와 잭도는 새 지침에 따라 재심사를 받게 된다.

 

英 정치권 찬반 대립 격화…경제 성장 vs 신규 탐사 반대

이 판결은 정치권에도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노동당은 선거 공약으로 '신규 탐사 허가 중단'을 내걸었기에 새로운 탐사를 허용하지 않지만, 판결대로 기존 프로젝트의 개발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에는 그린피스와 업리프트가 제기한 법적 소송에도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이번 판결을 두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공약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너지 안보와 일자리를 위협하는 국가 경제에 해가 되는 결정"이라며 판결을 비판했다. 베이드녹 대표는 “노동당의 장관들이 에너지 안보와 수천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유전과 가스전을 위해 싸우는 데 겁을 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소송을 제기한 환경단체들은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 영국의 필립 에반스 선임 캠페이너는 이번 판결을 “역사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업리프트의 테사 칸 이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풍과 홍수가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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