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운동가 조안나 서스틴토는 2019년 필리핀 셸 본사 앞에서 홀로 기후 정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그린피스
기후운동가 조안나 서스틴토는 2019년 필리핀 셸 본사 앞에서 홀로 기후 정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그린피스


미국 소재 법무법인 화이트앤드케이스(White & Case)는 아시아 지역 내 기후변화 피해 관련 법적 소송이 최근 2년간 크게 급증했다고 밝혔다. 

화이트앤드케이스가 발간한 '기후 변화 분쟁’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의 기후 소송 건수가 185%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신규 소송도 전 세계적으로 600여 건 접수됐다. 

보고서는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지역에는 기후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필리핀, 한국, 일본, 인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에는 기후 소송이 약 20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는 총 116건으로 소송 건수가 가장 높았다. 미국(865건)과 유럽(125건)의 소송 건수와 비교했을 때 아시아 지역에서의 기후 소송이 상대적으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화이트 & 케이스의 환경 변호사 팀 파워(Tim Power)는 "아시아 지역에서 기후 소송의 증가는 아시아 정부들이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 친화적인 정책과 관행을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지역에 수많은 기후 변화 활동가들이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소송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지역내 기후변화 법적 소송/화이트앤케이스
아시아지역내 기후변화 법적 소송/화이트앤케이스

 

필리핀에서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기후 변화로 인한 인권 문제로 정부 조사가 진행됐다. 원고들은 "필리핀은 태풍 피해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해 사람들의 생존과 인권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인권침해를 지속적으로 자행한 엑손모빌, 셸, BP 등 47개 기업을 조사해 달라"며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에 청원했다.

4년간의 조사 끝에, 필리핀 국가인권위는 “석탄으로 인한 오염을 야기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역할과 환경 영향력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법률 및 정책 개혁의 수석 고문이자 팀장인 크리스티나 박(Christina Pak)은 "국제 기구들은 기후 소송을 ‘기후 변화 관련 이슈’로 제한하지만 우리는 소송이 기후 변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도 기후 위기 ‘완화’나 ‘적응’을 위한 소송까지 광범위하게 정의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세대간 환경 책임 소송’을 일례로 들었다. 1990년대 초 필리핀 변호사 안토니오 오포사(Antonio Oposa)는 환경 및 천연자원부 장관인 풀겐시오 팩터란(Fulgencio Factoran)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필리핀에는 80만 헥타르의 자연 삼림이 있었지만, 필리핀 정부는 여러 법인에 목재 허가 협약을 맺어 390만 헥타르 이상의 땅을 불법 개조했다. 그는 정부의 세대간 환경 책임을 요구했으며, 필리핀 대법원은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 행동을 실천해야 한다는 판결을 결정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 청소년들은 정부 등을 상대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제한하라는 기후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2015년 미국 정부, 2019년 아르헨티나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있었으며, 청소년들은 “온실가스를 충분히 감축하지 못한 정부로 인해 아이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권리가 침해당했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이와 유사한 소송이 있었다. 2020년 3월, 19명의 한국 청소년 환경운동가들은 “한국 기후변화법이 우리의 삶의 권리와 깨끗한 환경을 포함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2019년 12월 개정된 대한민국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2030년까지 전국 연간 온실가스를 2017년보다 24% 줄어든 5억3600만톤으로 줄이기로 했다. 원고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정부의 기후 목표는 지구 온난화를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기후 변화 관련 사실과 과학 정보에 기반해 충분히 대응하라”고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크리스티나는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기후변화와 미래 세대를 위한 형평성 원칙이 소송에 적용되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의 기후 운동가들은 법적 소송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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