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지, "화석연료기업 광고 안 받는다"
도이체 뱅크, 석탄 기업 등에 자금조달 중단키로
호주 산불피해자모임, 광산 채굴 프로젝트 무산시켜

전 세계 정부, 소비자, 투자자, 시민단체 등이 기업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면서, 석유ㆍ석탄 등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화석연료 기업 비즈니스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기업의 광고를 거절하는 언론사, 대출을 제한하는 은행, NGO 등의 시위로 인한 소송까지 압박의 종류도 다양해지는 현상을 들여다보았다./편집자 주

 

가디언, 석유기업 광고 거절

 

가디언은 모바일, 웹사이트, 신문 등 석유기업들의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더가디언

 

영국의 대표적인 유력지인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올해 초 화석연료 기업들의 광고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에 대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다. 영국신문으로서는 처음이다. 

가디언이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일간지 및 주간지 광고 수익은 연간 약 50만 파운드(7억80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수익의 약 40%를 차지한 만큼, 비중이 크다. 그 동안 가디언은 석유기업들의 유료 광고를 받아 환경 단체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들 화석 연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기 보다는, 친환경 에너지 활동을 광고해(이를 흔히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 부른다) 기존 석유 사업을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닐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주요 석유기업인 BP, 로얄더치쉘, 셰보레, 엑손모빌의 총 광고비는 370만유로(52억원)였다. 화석연료 기업의 광고를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가디언지 내부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가디언은 이미 2019년 5월 '기후변화(Climate Change)'라는 용어 대신 '기후 위기(Climate Emergency or Climate Crisis) '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다른 뉴스기관들도 이 용어를 따라 쓰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가디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제로(0)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며, 지속가능한 기업 인증의 한 종류인 B콥 인증도 받았다. 올 연말쯤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할 계획이다. 

가디언 미디어 그룹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5년 전, 가디언의 모기업에 해당하는 '스콧 트러스트 재단(the Scott Trust Endowment fund)' 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투자를 모두 배제하기로 과감하게 전환했다"며 "그 결과 현재 화석연료 투자는 전체 자금의 1% 미만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디언의 사례 이후 시민단체 350.org는 "다른 언론사들도 가디언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도이체뱅크, 석유기업에 대출 제한

도이체뱅크는 2025년까지 석탄 채굴 기업과의 모든 사업을 종료하고 석탄 활동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픽사베이

 

독일 도이체뱅크(Deutsche Bank)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정책을 개편했다. 늦어도 2025년까지 전 세계 석탄 채굴 기업들과의 사업을 종료할 것이라고 지난 27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정책은 석탄 채굴로 전체의 수입의 절반을 벌어들이거나, (석탄발전 관련) 자료를 구할 수 없거나, 전체 보유 매장량 중에서 석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도이체 은행은 또 북극이나 오일 샌드(oil sand)와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혁안은 올해 초 도이체뱅크가 새로운 지속가능성 목표를 발표하고, 은행 최초로 녹색채권을 발행한 데에 이은 것이다. 

그러나 독일 환경∙인권단체인 우구바이드(Urgewald)는 “도이체 은행의 정책 혁신은 너무 늦고 약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최대 은행 BNP 파리바(Paribas)와 영국 은행∙보험회사인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그룹(NatWest Group)에 비해 도이체뱅크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뒤쳐져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도이체 뱅크는 고객 다변화 계획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미국과 유럽의 석탄발전 활동을 모두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부터는 아시아의 활동 검토도 시작할 예정이다. 도이체 크리스찬 스윙(Christian Sewing) 최고 경영자(CEO)는 이번 정책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우리의 충성 고객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단체, 석탄 개발 지원한 금융기관에 자금 중단 촉구

호주 정부 상대로 기후변화 공시 의무 소송 제기하기도…

최근 호주 산불로 인한 희생이 발생돼 호주 단체들은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석탄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기업에게 자금 제공을 촉구했다/픽사베이 

 

석탄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직접 불매 운동을 나서기도 했다. 호주의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청소년 환경 모임은 시드니 삼성매장 앞에서 삼성 제품 불매운동 시위를 벌였다. 삼성이 호주 퀸즈랜드에 있는 세계 최대 카마이클 광산 개발프로젝트에 거대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광산 채굴 석탄을 수출하기 위해 ‘아다니 애봇 포인트 석탄 터미널(AAPT)’에 투자했다. 삼성증권은 타 증권기업과 함께 후순위 채권을 매입했다.

그러나 몇달 전 사상 최악의 호주 산불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들과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희생되면서, 호주 산불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를 ‘기후변화 재앙’으로 보고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석탄 터미널 사업 개발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기후 행동을 위한 호주산불 생존자 모임(Bushfire Survivors for Climate Action, BSCA)’은 “AAPT 사업이 기후변화를 촉진해 호주 산불을 더욱 악화시켰다”며, 전 세계 금융기관들에게 ‘책임 있는 투자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증권,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38개 금융기기관은 석탄광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제공을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기업뿐 만 아니라 ESG공시를 의무화하지 않은 투자기관, 호주 정부들도 비난하고 있다. 23세 캐슬린 오도넬(Kathleen O’Donnell)은 호주 정부가 자국의 국채 투자자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호주 국영은행커먼웰스(Commonwealth)는 호주의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요일에 제출된 소송 성명서에 따르면, 그녀는 "호주는 기후변화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며 "호주 국채 매입 투자자들은 기후 변화의 위험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투자 결정에 있어 기후변화 리스크는 매우 중요하며 호주 국채(e-AGB, exchange-traded Australian government bonds)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6000억 달러(716조7000억원) 이상의 국채를 발행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등급을 받았다. 호주의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3%에 불과하지만 미국 다음으로 1인당 배출량이 많으며 주요 석탄 수출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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