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옴니버스 패키지(Omnibus Package)를 통해 지속가능성 규제 간소화를 발표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유럽 투자기관들 사이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은행연맹(European Bank Federation)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간소화로 인해 ESG 데이터의 접근성이 낮아져 ESG 리스크를 파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유럽 펀드 및 자산관리협회(EFAMA)와 유럽금융시장협회(AFME)는 "이번 조치가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유럽은행연맹, CSRD 간소화로 인한 ESG 데이터 접근성 약화 우려
유럽은행연맹(EBF)은 CSRD 간소화로 은행의 ESG 데이터 접근성이 낮아져, 투자 자산의 ESG 리스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옴니버스 패키지에 따르면, CSRD의 공시 대상은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으로 한정된다. 이에 따라 기존보다 의무 공시 대상 기업 수가 약 80% 감소할 전망이다. EBF는 이로 인해 금융권이 유럽 내 중견기업의 ESG 리스크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환경 및 사회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ESG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CSRD의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의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수집해야 하다보니 ESG 데이터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 역시 "CSRD 간소화로 인해 ESG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진다면 은행의 신용 리스크 평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은 기후 리스크에 대한 자산 노출도를 평가하는 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CSRD와 같은 표준화된 공시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 신용평가 과정에서 환경 리스크를 반영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EBF의 수석 정책 고문 데니사 아베르마에테(Denisa Avermaete)는 "CSRD 간소화로 인해 은행들은 개별 협상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ESG 리스크 평가의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펀드 및 자산관리협회, 규제 간소화 통해 EU기업 경쟁력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
반면, 유럽펀드 및 자산관리협회(EFAMA)와 유럽금융시장협회(AFME)는 "CSRD 간소화가 유럽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EFAMA는 "CSRD 개정안이 기업들의 공시 부담을 줄이면서도 EU의 지속가능금융 목표를 유지하는 긍정적이고 필수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CSRD의 핵심 개념인 이중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유지한 채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유럽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봤다.
EFAMA는 현재 EU의 복잡한 지속가능성 규제로 인해 과도한 자원이 공시 및 규제 대응에 투입되고 있어, 행정 간소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CSRD의 적용 범위가 축소되더라도,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따라 기본적인 ESG 데이터를 공개할 것이기에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ESG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해질 경우, 기업들이 공시 의무를 충족하는 데 부담을 느껴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ME 또한 “CSRD간소화를 통해 공시 부담이 최소화 된다면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금융 지원’이라는 본업에 훨씬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 금융 시장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지속가능금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시 중심의 규제보다는 실용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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