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적용' 원칙 도입…“상장 대형은행은 현행 유지, 중소·비상장은 간소화”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중소 규모 은행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감독청은 ESG 공시 부담을 줄이고, 보고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편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ESG 전문매체 ‘ESG뉴스’는 23일(현지 시각) “감독청이 자본요건규정3(CRR3) 내 ESG 공시 체계를 개편하는 협의 절차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개정은 중복 보고를 줄이고 현실적 규제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소·비상장 은행엔 완화 적용…‘그림자금융’ 공시 체계도 정비
이번 개정안은 은행의 유형·규모·복잡성·상장 여부에 따라 공시 수준을 차등화하는 ‘비례 적용(proportionate approach)’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중소 규모 또는 비상장 은행은 간소화된 공시 요건이 적용되며, 대형 상장 은행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부과되는 의무는 없다.
EBA는 “이번 제안은 ESG 관련 리스크, 지분 보유 및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과의 연계에 대한 공시 요건을 구체화하고 비례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한, ESG 리스크 항목에 있어서는 공시 대상을 모든 은행으로 확대하고, 그림자금융 및 지분 보유 공시에 대한 보고 체계를 개선했다.
국제기구 금융안정위원회(Financial Stability Board, FSB)에 따르면 그림자금융이란 은행과 유사한 신용중개 기능을 수행하지만, 은행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기관으로, 대표적으로 헤지펀드, 사모펀드나 비은행계 금융회사 등을 지칭한다. 즉 금융시스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은행들이 이들과 연계해서 금융상품을 출시할 때, 그 규모를 명확히 공시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EU 분류체계(EU Taxonomy Regulation)와의 정합성을 위해 녹색자산비율(Green Asset Ratio, GAR) 템플릿을 최신화하고, 산업 분류 기준(NACE 코드)도 업데이트했다. 이는 ESG 데이터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 기반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행 유예·감독 유연성 적용…감독당국엔 ‘비집행 권고’
EBA는 이행 초기의 규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감독당국에 ‘비집행 권고(no-action letter)’를 포함한 과도기적 유예 조치를 제안했다. 이는 감독당국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공시 항목의 미이행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지 않도록 유도하려는 조치로, 이행 초기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EBA는 “기대 수준을 명확히 하고 일관성을 확보하며, 운영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감독당국에도 유연한 접근을 요청했다. 아울러, "은행의 내부공시와 감독보고 간의 일치성 확보를 위해 ‘매핑툴(mapping tool)’을 제공해 중복 작성 부담을 줄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는 표준화된 설계를 통해 두 보고 체계 간 정합성을 높이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일치에 대해서는 과도기적 유예 조치를 통해 감독당국이 제재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EU의 옴니버스 패키지 발표 당시 EBA는 “ESG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지면 은행의 신용 리스크 평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금융계의 ESG 확보와 이를 위한 공시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일괄 강제 적용보다는 비율에 맞게 적용하고 규제 수용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입장을 전환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협의안에 대한 의견 접수는 오는 2025년 8월 22일까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