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동차 산업, 특히 전기차(EV) 부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 제조업 부흥이라는 본래 의도와 달리, 복잡한 북미 공급망 특성상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기차 시장, 국내 생산 비중 높지만 부품은 해외 의존
글로벌 기술 리서치 기업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판매된 130만 대의 전기차 중 65.9%는 미국 내에서 조립됐으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각각 10.3%와 1.2%가 생산됐다. 반면 부품 소싱의 경우, 상황은 다르게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해 전기차 부품의 금전적 총액 중 50%는 해외에서 조달됐다.
대표적인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미국과 캐나다에서 조달하는 부품 비율은 31%에 불과하다. 관세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의미다. 특히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 Y는 부품의 70%를 미국과 캐나다에서, 나머지 22%는 멕시코에서 조달하고 있다. 포르쉐 같은 유럽 제조사들은 거의 100%를 미국 외 지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 차량의 46%, 포드는 21%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멕시코에서 상당한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추가 관세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복잡한 공급망과 관세 구조, 제조사들 '딜레마'
관세 구조는 상당히 복잡하다. 미국에서 100% 국내 부품으로 조립된 차량은 관세를 완전히 피할 수 있지만, 해외 부품이 포함된 경우 그 부품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 차량의 경우, 역내산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면제되지만, 비역내산 부품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된다. 부품이 국경을 여러 번 넘나드는 방식으로 생산된 차량에는 이러한 관세 비용이 누적해서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북미 자동차 공급망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부품과 자재가 최종 조립 전 여러 번 국경을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이디테크엑스는 보고서에서 최종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무려 7번이나 국경을 오간 자동차 변속기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관세의 최종 영향은 ▲조립 위치 ▲국경 간 관세 누적 여부 ▲비미국 부품의 원산지 ▲국가별 상호 관세율 ▲원자재 관세(철강, 알루미늄 등)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리쇼어링'은 당장 처리할 수 없는 일이라,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북미 공급망과 관련된 잠재적 관세 누적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25% 일괄 수입 관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는 이미 경쟁과 소비자 수요 변화로 압박받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아이디테크엑스는 보고서에서 "제조사들이 관세 비용을 전가할 경우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며 "이 정책이 미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경제적 목표와 시장 현실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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