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70% 육박하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포스코, 가스공사, 정부 모두 얽혔다
롯데그룹과 국민연금, 한국가스공사, 대한민국 정부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직간접적으로 수십 개의 투자 사업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얀마 시민단체 ‘저스티스 포 미얀마’와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만든 ‘포스코를 통한 미얀마 군부 카르텔 지도’에 따르면 포스코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광산, 은행, 연기금 등 99개 기관이 미얀마 군부와 연결 돼 있었다.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전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함께 2004년부터 미얀마 슈웨(Shwe) 가스 개발 사업을 벌여왔다. 미얀마 시민단체 ‘슈웨 가스 무브먼트’에 따르면 사업 과정에서 지역주민 강제이주, 토지몰수, 강제노동, 성폭력 등 미얀마군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또 MOGE와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중국 윈난성까지 771㎞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일대일로 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8년 한 해에만 1억9400만달러(2192억원)를 미얀마에 석유가스사업 대금으로 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국에 가스를 팔아 지난해 4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사업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전체 영업이익(6050억원)의 73%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MOGE는 토머스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표적 제재를 촉구할 정도로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힌다.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는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다시 군부 통제를 받고 있다.
이 보도가 나오면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가는 3.62% 하락한 2만2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월 24일 7.59%가 떨어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식 4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1.51% 하락으로 3만2600원에 마감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 이외에도 포스코는 군부소유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과 포스코강판(C&C)을 합작회사로 세워 미얀마 군의 소수민족 학살에 재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롯데호텔은 양곤의 군 소유 땅에 5성급 호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스웨덴 국가연금펀드인 AP1, 호주 철강기업 블루스코프스틸, 프랑스 은행 크레디트에그리콜 등이 포스코를 통해 미얀마 군부와 연계됐다고 ‘저스티스 포 미얀마’는 전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사업은 20여년간 이어진 미얀마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진행하는 사업으로 정권과는 무관하며 정권교체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수익금도 미얀마 국책은행이나 재무부로 지급되어 군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미얀마 군부와 사업을 중단하는 초국적 기업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는 지난 19일 ‘인권 문제’를 이유로 미얀마 샨주에서 진행하던 15억달러(1조70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호주 에너지기업 우드사이드도 지난달 27일 “미얀마에서의 사업 중단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의 기린맥주는 지난달 5일 미얀마 군 복지기금으로 쓰였던 미얀마 경제홀딩스와의 합작투자사업을 접었다.
8000억원 좌초자산 판정 난 석탄 광산에 한전 ‘못먹어도 고’
한국전력은 8000억원 좌초자산 판결이 난 호주 바이롱 광산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지 주민과 환경단체는 광산 폐쇄와 사업 중지를 전제로 사업 부지를 매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알렸다.
한전은 지난 2010년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아메리칸’으로부터 한화 약 3000억원에 바이롱 석탄 광산 개발권을 인수했다. 한전은 2021년부터 40년간 연 350만톤의 석탄을 생산할 계획으로 현재까지 약 7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2019년 인허가 절차에서 호주 독립계획위원회(IPC)가 환경적인 문제로 사업 계획에 부동의하면서 사실상 좌초자산으로 전락했다. 한전은 2020년 6월 호주 법원에 IPC 결정을 뒤집어 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호주 법원은 같은 해 12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판결 당시 호주 법원은 "한국 정부가 보이는 에너지 정책 방향의 분명한 변화는 이번 석탄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경제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와 한전 측의 석탄 개발이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전은 이 같은 결과에 2019년 9월 내부 회계상 바이롱 석탄 광산 사업에 투자한 5130억원을 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지 주민과 투자자들이 바이롱 사업 토지 매수 방안을 한전 이사회에 제안하기도 했다.호주 바이롱 계곡 보호연합(BVPA), 락더게이트(Lock the Gate) 등 환경단체 10곳에 따르면 이 지역을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재생 농업 단지로 전환하는 계획을 갖고 사업부지를 매수하겠다고 한전에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한전은 “광산 개발허가를 위한 환경 영향평가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예측량 항목을 법률에 적용하는데 있어서 IPC와 한전 간 이견이 있었다”며 이번 제안에 대해서도 “일부 환경단체와 현지 주민들의 주장일 뿐이며 이사회에 제안을 했지만 고려해볼만한 사안이나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전은 바이롱 사업 허가를 요구하기 위해 항소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이번 달 안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은 “공식적인 판결 날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 연말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