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확대를 위해 메탄 배출 규제의 적용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을 피하고, 에너지를 포함한 양측 간 무역협상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E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EU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집행위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조건을 정리 중이며, 미국산 LNG 수입이 EU의 메탄 규제를 충족하도록 기술적 규정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체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미국 수출업체들이 ‘동등한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면 EU 규제와 동일하게 인정해 주겠다는 복안이다.
EU는 올해부터 역내로 수입되는 석유 및 가스 수입업체에 대해 메탄 배출량을 모니터링 하고 보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2027년부터는 EU 수준의 메탄 규제를 준수해야만 유럽 내 신규 계약이 가능하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이어 두 번째로 강력한 온실가스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LNG 수출업체들은 자발적으로 메탄 배출을 모니터링하고 감축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가스 산업이 분산된 구조를 띠고 있어, 여러 가스전에서 혼합된 연료가 하나의 LNG 화물에 실리는 경우가 많아 전체 밸류체인에서의 메탄 배출량 추적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EU 집행위는 지난달 미국 LNG 기업들과 온라인 회의를 개최해 이러한 문제를 논의했으며, 현재 양측은 메탄 규제 준수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실제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EU, 러시아 의존도 낮추기 위해 미국 LNG 대체 고려
EU는 이번 조치가 에너지 공급 다변화와 무역 안정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U는 러시아산 가스를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며, 이를 대체할 방안으로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산 LNG가 러시아나 알제리산 가스보다 메탄 배출 강도가 낮아 환경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최대 LNG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2024년 기준 EU LNG 수입량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가스 및 LNG 수입량의 16.5%에 해당한다. 이는 약 660억㎥에 달하는 규모로, 금액 기준으로는 약 400억 달러(약 56조8000억원)에 이른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번 메탄 규제 유연성 검토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집행위는 관련 법제도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메탄 배출 보고 규정을 폐지하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가스 생산업체들에게 메탄 배출량 보고를 요구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철회할 계획이다. 이 경우, EU가 미국 수출업체의 ‘자동 적격성’을 정당화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EU 관세 조정 논의 일환으로 LNG 수입 포함
이번 메탄 규제 논의는 양측의 관세 갈등이 다소 완화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180개국 이상의 수입품에 대해 10~54%의 신규 관세를 부과했으며, 4월 7일에는 EU 제품에 대해 추가로 20%의 관세를 적용했다.
이에 대응해 EU는 철강 및 알루미늄 등 미국산 제품 약 210억유로(약 3조3810억원) 규모에 대해 보복 관세를 승인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요청을 해온 75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90일간 추가 관세를 유예하고, 해당 기간 동안 일괄적으로 10%의 관세만을 부과했다. EU 역시 이에 맞춰 미국산 철강 및 자동차 제품에 대한 25%의 보복 관세를 90일간 중단한 상태다.
로이터를 포함한 최근 외신들에 따르면, EU가 미국 LNG 수입 확대를 추가 관세 철회를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EU는 대미 협상을 위한 조건 목록을 작성 중이며, 여기에는 관세 인하, 상호 투자 확대, 일부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진전을 위해 EU 측 협상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 파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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