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탈석탄을 입증한 에너지 기업에 다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운용사 노르웨이은행투자운용(NBIM)은 11일(현지시각) 독일 전력회사 RWE의 투자 배제 결정을 공식 철회했다고 밝혔다.
2020년 GPFG는 윤리 지침에 따라, 연간 2000만톤 이상의 석탄을 채굴하거나 1만MW 이상 석탄발전 설비를 보유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RWE는 석탄 기반 발전 비중이 15%에 달하며 배제 대상이 됐으나, 이후 사업 구조를 대폭 전환했다.
풍력발전 4조5천억 투자 유치… “검증된 탈탄소 전환”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RWE의 재생에너지 중심 사업 전환이 있다. GPFG는 2025년 3월, RWE의 대표 해상풍력 프로젝트 ‘토르(Thor)’ 및 ‘노르트제클러스터(Nordseecluster)’에 약 28억7000만유로(약 4조5100억원)를 투자하며 지분 49%를 인수하기로 했다. 두 사업의 총 발전용량은 2640MW로, 독일과 덴마크 약 26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들 프로젝트는 장기 고정 수익 계약을 기반으로 하며,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의 절반 이상은 미국에 위치해 있다. NBIM은 “해상풍력 중심의 수익 안정성, 규제 리스크 감소, 현지 운영 역량 등은 RWE가 윤리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WE는 또한 2022년 독일 정부와 협의해 갈탄(褐炭) 발전을 2030년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며, 2025년 현재 석탄 발전 비중은 5% 미만으로 낮아진 상태다. NBIM은 “석탄 설비 규모는 이미 배제 기준 이하로 감소했으며, 채굴은 일부 지속되나 기존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밝혔다.
갈탄 발전은 탄소 배출이 가장 심한 석탄 기반 화력발전 방식으로 주요 감축 대상이기도 하다.
윤리 기준 전환 공식화… “성과 없는 선언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RWE 재편입은 단순한 개별 기업 복귀를 넘어, GPFG의 지속가능 투자 기준이 ‘성과 기반’으로 전환됐음을 공식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GPFG는 2024년 백서를 통해 “심각한 온실가스 배출 기업은 배제하되, 감축 노선이 명확하고 전환 실적이 확인된 경우 재편입할 수 있다”는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바로 그 원칙을 적용한 첫 사례다. 단순 선언이 아닌, 측정 가능한 감축 실적과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환 전략이 자본 유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탈탄소 전략을 고민 중인 글로벌 기업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다.
한편, GPFG는 같은 날 멕시코 석유회사 페멕스(Pemex)와 이스라엘의 파즈 리테일 앤드 에너지(Paz Retail and Energy)를 윤리 기준에 따라 투자 배제한다고 발표했다. 각각 중대한 부패 리스크 및 전쟁·분쟁 지역 내 인권침해 위험이 사유다. GPFG는 “해당 사안에 대해 소유권 행사 등 다른 수단을 고려했으나, 배제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보크사이트 광산을 운영하는 미네라상 리오 두 노르테(MRN)에 참여한 호주 광산기업 리오틴토(Rio Tinto)와 사우스32(South32)는 심각한 환경 피해 우려에 따라 5~10년간 특별 소유권 대화(ownership dialogue)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기업의 윤리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대화와 이행 점검에 나서는 조치로, 투자 배제 직전 단계의 경고 조치에 해당한다.
로이터는 NBIM이 “석탄 발전 설비는 기준 이하로 감소했지만, 채굴은 여전히 기준을 초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며, RWE의 재편입이 감축 선언이 아닌 실제 이행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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