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펠러재단이 개발도상국의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를 지원하기 위한 탄소금융 프로그램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 이니셔티브(CCCI)’를 공식 출범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CCI는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로 감축된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해 ‘전환배출권(transition credits)’으로 전환하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재단은 2030년까지 총 60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약 1100억달러(약 156조2000억원)의 민관 투자를 유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글로벌 탄소인증기관 베라(Verra)가 승인한 새로운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 조기 폐쇄된 석탄발전소의 탄소감축 효과를 산정하고, 적격 프로젝트는 이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발행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배출권 수익은 발전소 폐쇄로 인한 재정 손실을 보전하고,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설비 구축, 노동자 재교육, 지역 일자리 창출, 에너지 접근성 보장 등에 재투자된다. 록펠러 재단은 연간 9900명의 조기 사망과 64만 건의 노동 손실을 방지하고, 약 2만9000개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했다.
베라 CEO인 맨디 람바로스(Mandy Rambharos)는 “이번 기준은 에너지빈곤을 심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지역사회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SLTEC 첫 시범 사례… 발전소 폐쇄 후 재생에너지 대체 설비 전환
첫 시범 사업 대상은 필리핀 루손섬 바탕가스 지역에 위치한 사우스 루존 열에너지(SLTEC, South Luzon Thermal Energy Corporation) 석탄발전소다. 해당 발전소는 246MW 규모로, 당초 2040년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이니셔티브를 통해 2030년 이내 조기 폐쇄된다.
필리핀 에너지기업 아센(ACEN), 싱가포르 청정투자사 젠제로(GenZero), 인프라 그룹 케펠(Kepel), 일본 미쓰비시(Mitsubishi) 및 자회사 다이아몬드 제너레이팅 아시아(Diamond Generating Asia)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발전소 폐쇄 이후에는 1000MW급 태양광, 250MW급 풍력, 1000MW급 배터리에너지저장설비(BESS)가 대체 설비로 구축될 예정이다.
아센(ACEN)은 “이번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막대한 과제에 대응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것”이라며, “향후 아시아 전역에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대표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센은 SLTEC 발전소 운영사이자, CCCI의 초기 설계에 참여했다.
CCCI, 지역사회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중점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2040년까지 전 세계 약 2000개의 석탄발전소가 폐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폐쇄 계획이 수립된 발전소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록펠러재단은 이번 이니셔티브가 정체된 탈석탄 흐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CCI는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지역사회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ESS) 기술이 통합되면 에너지 가격 안정성과 공급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대기오염 감소, 에너지 접근성 확대 등 건강·사회적 효과도 기대된다.
애시빈 다얄(Ashvin Dayal) 록펠러재단 기후·에너지 수석부사장은 “발전소 조기 폐쇄로 발생할 수 있는 재정 손실은 탄소배출권 수익으로 보전돼,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라는 이번 이니셔티브를 위해 CCCI 프로젝트 선정 및 조기 폐쇄로 인한 온실가스 감축량 산정 방법론을 새로 개발했다. 탄소금융이 좌초자산인 석탄에 대한 보조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들의 우려를 반영해 총 7차례의 공개협의를 거쳤다. 탄소마켓워치(Carbon Market Watch)의 조너선 크룩(Jonathan Crook)은 “사업성이 없는 자산에 자금을 제공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책임자인 조셉 커틴(Joseph Curtin)은 “이 프로그램은 명확한 ‘신규 석탄 발전소 금지(No New Coal)’ 선언을 한 국가나 기업이 소유한 수익성 있는 발전소에만 적용된다”며, “기준에 부합하는 발전소는 약 1000곳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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