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공정에서도 전기오븐이 탄소 감축에 효과적이라는 실제 사례가 나왔다.
글로벌 식음료 기업 펩시코는 15일(현지시각), 영국 레스터(Leicester) 공장에 전기오븐을 도입해 연간 1500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 대신 전기로…1500톤 감축에 물류효율까지
이번 설비 전환은 2023년 발표돼 올해 완료된 5800만파운드(약 1000억원) 규모의 생산설비 현대화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펩시코는 해당 투자를 통해 영국 레스터 공장에 신규 전기오븐 2기와 기존 가스식 오븐을 개조한 전기오븐 1기를 설치했다.
기존에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열풍식 오븐을 사용해왔지만, 이를 100%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작동하는 전기오븐으로 전면 교체하면서, 직접 배출(Scope 1) 기준으로 연간 15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레스터 공장은 현재 왓싯(Wotsits), 몬스터먼치(Monster Munch), 치토스(Cheetos), 프래즐스(Frazzles) 등 펩시코의 대표 스낵 브랜드를 집중 생산하는 핵심 거점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이전까지 타지역에서 분산 생산되던 일부 제품을 레스터로 통합하면서, 공장 간 물류 이동이 줄어 Scope 3(간접 배출) 기준으로도 연간 915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븐 기술의 저탄소 전환,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펩시코는 영국 내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현장 단위 감축(range-level abatement)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에는 코번트리(Coventry) 공장에서 도리토스(Doritos) 생산라인 일부를 교체해 연간 700톤 이상을 감축했고, 브리그(Brigg) 공장에는 고효율 프라이어(fryer, 유탕기 또는 튀김기)를 도입해 파이퍼스 크리스프(Pipers Crisps) 제조 시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해당 프라이어는 조리 시간 단축과 열손실 최소화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낮추는 장비로, 튀김 공정의 탄소 집약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제조설비의 전기화 흐름은 펩시코만의 전략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용 오븐 전문 기업 AMF 베이커리 시스템즈(AMF Bakery Systems)는 최근 수소·전기·하이브리드 연료 기반의 저탄소 오븐 솔루션을 잇따라 상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린 수소 기반의 수소 오븐(MB-VITA)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대 99.9%까지 감축할 수 있으며, 전기식 터널 오븐(MB-E)은 컨베이어 시스템을 활용한 대량 생산용 구조로, 가스 없이 전기로만 열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가스와 전기를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오븐도 제품화돼 유럽 및 북미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AMF는 또한 AI 기반 센서와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서스테이너블 오븐 서비스(Sustainable Oven Service, SOS)’를 통해, 기존 가스 오븐의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대 26%까지 가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최적화 솔루션도 제공 중이다. 해당 기술은 기존 설비의 업그레이드만으로도 탄소 감축 효과를 낼 수 있어, 대규모 신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 식품제조기업에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영국 지속가능성 전문 매체 에디(edie)는 펩시코의 이번 설비 전환은 영국 제조공정 내 지속가능성 전환 전략의 대표 사례로, 장기적인 성장성과 탈탄소 기여를 동시에 달성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