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 규제 간소화 패키지 ‘옴니버스 1(Omnibus I)’을 둘러싸고 유럽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집단 반기를 들고 나섰다.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과 공급망실사법(CSDDD)의 주요 내용을 대폭 축소하는 개편안이 유럽 ESG 정책의 골격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다.
1일(현지시각) 유럽 지속가능 투자기관연합 유로시프(Eurosif)에 따르면, 노키아(Nokia), 알리안츠(Allianz), EDF, 이케아 모기업 잉카그룹(Ingka Group) 등 총 198개 기업 및 금융기관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과도한 규제 완화는 EU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속가능한 금융전략과도 어긋난다"며 규제의 핵심 요소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공동 성명에는 금융기관 84곳, 일반 기업 29곳, 서비스 제공업체 42곳, 시민사회 및 NGO 등 43곳이 참여했다. 참여 기업으로는 알리안츠, 미로바, 트리오도스은행, 이케아 모기업 잉카그룹, 바텐폴 등 다국적 대기업과 기후변화에 관한 기관투자자그룹(IIGCC), 책임투자원칙(PRI) 등 국제 투자자 네트워크도 동참했다.
금융 기업 및 기관 198곳, "규제 취지와 효과 훼손 안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월 옴니버스1 패키지를 공개하며, CSRD 보고 대상 기업의 약 80%를 제외하고 대기업 위주로 간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기업의 보고 의무는 25%, 중소기업은 35%까지 축소되며, 이는 고금리와 자금난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참여 기관들은 이번 공동 성명을 통해 규제 간소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속가능성 공시, 전환 계획, 기후 목표, 기업 실사 등에 관한 규정은 EU의 경제적·환경적 목표를 달성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미 많은 선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채택한 수준보다 낮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시장 선진화 흐름을 역행하는 조치”라며, “규제의 취지와 실질적인 효과까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ESG 공시의 핵심 원칙인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을 유지하고, 국제 기준(GRI, ISSB, TNFD)과의 상호운용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일관성 및 투명성 유지 위한 개선안 제시
이번 성명은 규제 간소화와 지속가능성 규제가 양립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섯 가지 개선안을 아래와 같이 제안했다.
첫째, CSRD의 핵심 원칙인 ‘이중 중요성(double materiality)’을 ESG 전 범주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국제 기준(GRI, ISSB, TNFD)과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유지하면서 ESRS를 간소화하는 방안이다.
둘째, CSRD의 3차 연도 적용 대상은 기존 비재무정보공시지침(NFRD)과 동일하게 직원수 500명 이상, 연매출 4억5000만유로(약 7250억원) 이상 기업으로 설정하는 방안이다. 이는 이미 보고를 시행했거나 준비한 기업의 규제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단계적 적용을 위해 임직원 1000명 이상 기업부터 도입하고, 이후 2~4년간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셋째, CSDDD의 기후 전환 계획(climate transition plan) 수립 및 이행 의무를 유지하되, ‘최선의 노력(best efforts)’으로 계획을 이행하는 방안이다. 이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아닌, 이행 노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넷째, 가치사슬 관련 기준은 단순화하되, 투자자와 기업 간 지속가능성 정보가 충분히 교환될 수 있도록 VSME(중소기업 가치사슬 기준) 이상의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이다.
다섯째, CSDDD의 핵심 조항을 유지하고,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유엔 기업과인권 이행원칙(UNGP), OECD가이드라인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지속할 것을 촉구했다.
유로시프는 성명을 통해 "책임 있는 기업과 투자자들은 예측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아래서만 ESG 경영에 대한 중장기적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아닌,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유지가 지금 EU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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