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포럼 연사 인터뷰 시리즈

임팩트온이 6월 18일 개최하는 'ON포럼 2025: ESG 리밸런싱, 생존과 경쟁우위를 향한 전략적 선택'에 참석하는 국내외 ESG 전문가들을 미리 만나 핵심 아젠다를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변화하는 ESG 환경에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전략과 실무 인사이트를 전해드립니다.

김도은 머스크 한국 대외협력 총괄 인터뷰

세계 최대 규모 해운사인자 글로벌 물류 선도기업 머스크(A.P. Moller - Maersk)는 전 세계 공급망의 핵심 기업 중 하나다. 머스크 한국법인의 김도은 대외협력 총괄은 글로벌 본사의 요구를 한국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05년 머스크에 입사한 뒤 한국·미국·덴마크에서 세일즈 전략 매니저, 글로벌 케어 비즈니스 파트너, 해상 트레이드 매니저를 거쳐 현장 실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정부·국제기구·협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머스크의 탄소중립 전략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온포럼에서는 글로벌 물류업계의 탄소중립 전략과 한국의 역할에 대해 발표한다. 

 

6배나 비싼 그린 메탄올...2040 넷제로 위한 선택은?

머스크는 덴마크에 본사를 둔 120년 역사의 기업이다. 처음에는 해운을 기반으로 했고, 2016년에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는 해운부터 내륙 운송, 항공까지 모든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머스크는 그룹 차원에서 그린 아젠다를 추진하고 있으며, 탄소중립 목표도 2021년에 기존 2050년에서 2040년으로 10년 앞당겼다.

Q. 머스크가 넷제로 목표를 10년 앞당긴 배경은?

당시만 해도 상당히 드라마틱한 결정이었다. 머스크 그룹의 리더십이 녹색 의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회사가 산업의 탈탄소화를 이뤄내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 대외협력 업무를 하면서 본사의 요구를 한국 상황에 맞춰 조율하고 실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

머스크는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를 비롯해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산업계가 혼란 없이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스틸제로(SteelZero)' 같은 이니셔티브에도 참여해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Q. 2040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무엇인가?

핵심은 그린 메탄올 등 연료의 전환이다. 2023년에 그린 메탄올 듀얼 퓨얼(이중연료) 엔진 선박을 세계 최초로 진수했고, 한국 조선소에서 이뤄졌다. 현재 19개 선박 중 절반 정도를 인도받은 상태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그린 메탄올은 일반 메탄올보다 3배 정도 비싸다. 더 큰 문제는 메탄올 자체의 물성이다. 기존 화석연료 대비 열량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2배 많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 가격이 3배 높고 필요한 양은 2배니, 결국 6배 비싼 셈이다.

Q. 연료비가 6배나 비싼데, 고객사들은 이 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는가?

고객사에게 강제로 부담하도록 할 수는 없다.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머스크의 그린 운송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곳은 리테일 업체들이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 에코백 사용 캠페인 등으로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트렌드가 생겼다. 5~10%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월마트, 자라와 같은 브랜드들은 직접 소비자와 접점이 있어 친환경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충분하다. 반면, B2B 기업들은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이 적어 서비스 활용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Q. 연료 조달은 어떻게 하고 있나?

유럽, 미국, 중국 등 여러 곳에서 수급하고 있는데, 현재는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량 면에서 앞서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대체연료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 한국에서도 조달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과 협력을 시도했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방식을 모색했다.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이 석유 정제 기술로 화학 산업에서 성공했듯이, 연료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성과 중 하나가 2023년 울산항이 그린 메탄올 공급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Q. 울산항에서 그린 메탄올 공급 인프라를 구축했는데, 과정은 어땠나?

새로운 연료를 공급하는 데 관련된 법규도, 안전 관련 법도, 급유선도 없었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였다. 머스크는 연료 전환을 이루기 위해 해양수산부, 산업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세청과 같은 정부 부처에서 시작해서 울산 항만청, 터미널, 한국선급, 주유선박, 운영 인력까지 모든 관계자들과 힘을 합쳐 이를 성사시켰다. 머스크는 연료를 수급할 수 있게 됐고, 울산항은 전 세계에서 최초로 그린 메탄올을 컨테이너선에 급유한 항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Q. 해운에서 성과를 낸 한국이 물류산업의 탈탄소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있나?

머스크는 해운뿐만 아니라 종합 물류회사이다 보니, 내륙 운송을 친환경화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내륙 운송은 해운 부문의 초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승용차나 1톤 택배차량은 전기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물류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중량 화물 트럭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

보조금도 없고, 전기차나 수소차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전기트럭 자체도 기존 대비 3배 정도 비싸다. 일반 트럭이 3억원이라면 9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업체들에게 전기차를 장시간 충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물류업계에서는 시간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데, 긴 충전 시간은 운영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고 정책 방향성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해운에서 그린 메탄올 인프라를 구축했던 경험처럼 내륙 운송 부문에서도 정부 부처, 자동차 제조사, 물류업체, 충전 인프라 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다보면, 물류 산업의 탈탄소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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